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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Feb 14. 2024

아이와 함께 수제 초콜렛 만들기

달콤 쌉쌀한 유혹

결혼 전에는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오면 수제 초콜릿을 종종 만들었어요. 일 년에 한 번,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정성껏 즐겁게 만들었답니다. 마지막으로 신랑을 위해 만든 게 2013년이었으니 정확히 11년 전이네요.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도 한 번 만들어 보려고요. 매번 혼자 하던 것 과는 달리 원숭이 같은 아이와 함께 할 생각에 괜한 일을 벌이나 걱정이 앞서지만, 두려움은 잠시 접고 11년 만에 초콜릿 공장 가동해 보겠습니다!

2013년에 만들었던 밸런타인 초콜릿


준비물

- 냄비 2
- 물 적당량
- 스테인리스 볼 2
- 스푼 2
- 종이포일

- 초콜릿 만들기 DIY 세트
또는
- 초콜릿 커버처 (다크 / 화이트)
- 각종 쿠키 (오레오 / 초코칩버터쿠키 / 치즈샌드 / 미니프레츨)
- 견과류
- 데코레이션용 캔디 가루

- 딸기


제일 먼저 냄비 2개에 물을  끓이는 동안 종이포일을 넓적한 도마 크기로 잘라 판을 만들고 재료들을 세팅합니다. 정수기의 뜨거운 물로 해도 되지만 저는 끓였어요. DIY 세트 하나와 그나마 성분이 괜찮은 다크 커버처를 추가로 준비했어요. 쿠키는 DIY세트에 있던 오레오와 미니프레츨만 준비했는데 아이가 쿠키박스에서 먹고 싶은 과자들을 가져와서 더 풍성해졌어요. 아이에게 과자 봉투를 까달라고 하니 먹기 바쁘네요.



견과류는 하루 견과와 마카다미아가 DIY 세트에 들어 있었고 집에 있는 아몬드 슬라이스를 추가했어요. 신랑은 견과류를 좋아하니 많이 넣을 거예요.

적당량의 딸기를 미리 씻어서 꼭지를 칼로 평평하게 잘라줍니다. 준비한 단향 딸기가 아삭거릴 정도로 단단하고 새콤해서 초콜릿과 잘 어울릴 듯해요.


물이 다 끓으면 여분으로 보온병에 따로 담아 물이 식을 경우를 대비해 줍니다. 이 또한 정수기의 뜨거운 물로 해도 돼요.

열 전도율이 높은 스테인리스 볼을 냄비에 얹어주고 하나에는 화이트 초콜릿을, 다른 하나에는 다크 초콜릿을 넣어주면 금세 사르르 녹기 시작합니다. 모든 게 궁금한 아이는 마구 젖기 시작하네요. 아직 힘조절이 안 되는 이인지라 초콜릿이 사방으로 튀지 않게 살살 저으라고 꼭 말해줘야 해요. 초콜릿이 순식간에 다 녹아버렸어요!

초콜릿은 처음부터 한꺼번에 많이 넣지 말고 만들면서 남은 재료들을 확인하며 추가로 넣어줘도 쉽게 녹는답니다.

아!! 초콜릿에 물이 들어가면 안되요!!



이제 먹고 싶은 재료를 초콜릿에 담가 보세요. 저는 일단 초코칩버터쿠키를 투하하고 야무지게 윗면 아랫면 골고루 묻힌 후에 스푼으로 서 종이포일에 얹었어요. 아이가 캔디 가루로 데코레이션도 예쁘게 해 주니 예쁜 화이트 초콜릿 쿠키가 완성되었네요!



딸기는 윗부분에만 살짝 초콜릿을 담가주니 맛깔스러운 생딸기 초콜릿으로 변신하네요. 프레츨로 초콜릿을 듬뿍 퍼서 잽싸게 종이포일로 옮겨주고 신랑이 좋아하는 견과류를 하나씩 얹었답니다. 단짠고소가 기대되는 초코프레츨이에요.


옆에서 뭔가 집중하는 아이를 보니 DIY로 온 초콜릿 틀에 말린 오렌지를 넣고 초콜릿을 열심히 붓고 있네요. 이때도 스푼을 이용했어요. 짤주머니가 있었지만 귀찮음과 아이가 터뜨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무조건 스푼으로 했답니다. 스푼으로 열심히 초콜릿을 퍼다 붓더니 마블링이 생긴 게 예뻤나 봐요. 판초콜릿 위에 마블링을 만들기 시작해요. 그리고 마무리로 프레츨과 딸기 캔디가루를 뿌리고는 감탄을 하네요. 이럴 때는 더 격하게 동감해줘야 해요! 그렇게 감탄과 공감이 섞인 감감초콜릿도 완성입니다.

금이 간 쿠키도 과감하게 투하했어요. 초콜릿 옷을 입으니 감쪽같아요.



아이와 하다 보니 벌써 준비한 재료들이 바닥을 보여요. 다행히 초콜릿도 얼마 안 남았어요. 바닥을 박박 긁으니 한 스푼이 나와서 아이에게 선물로 내밀었답니다. 아이가 손가락 대신 숟가락을 빨며 맛나게 잘 먹네요. 그러더니 남은 캔디가루를 들고 눈을 빛내길래 먹으라고 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와 좋은 엄마가 되는 순간입니다.



다 만들어진 초콜릿을 주방 팬트리에 옮겨서 굳혔어요. 날씨가 추운 겨울이라 굳이 냉장고에 안 넣어도 되니 좋아요.





모든 작업이 끝나면 새로운 일이 생기죠. 설거지와 청소.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일들 중 하나인데 어쩌겠어요. 퇴근하고 온 신랑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들킬 수는 없잖아요.

손가락을 쪽쪽 빠는 아이에게 쓰레기를 모으라고 했는데 안 들리나 봐요. 결국 언성이 높아졌어요. 그래도 오늘 작업이 신이 나는지 말을 잘 들어요. 설거지하기 전에 바닥을 쓸었는데 이놈의 캔디 가루는 쓸어도 쓸어도 튀어나오는 것이 자가증식을 하는 거 같아요. 돌아서면 있고 옆에 보면 있고 일어나다 보면 있어서 청소기만 7번은 돌린 거 같아요. 잘 좀 먹지...



드디어 모든 일을 끝내고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어요.

'왜 원데이 클래스를 하는지 알겠다.'

엄마 남은 건 언제 또 해?

그리고 아이가 말하네요.

"2월 14일은 안중근의 날이래"

달콤하지만 의미 있는 2월 14일이 되길 바랍니다!


ps. 새벽에 출근준비하는 신랑에게 내가 만든 초콜릿을 내밀었어요. 맛있게 냠냠 먹고 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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