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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Jan 27. 2024

군것질은 하지 않지만, 초콜릿은 먹고 싶어.

남편은 필독!!

"얘는 먹는 족족 살로만 가나 봐. 아니면, 남몰래 혼자 있을 때만 뭘 먹어?"


정말이지 툭하면 듣는 소리다. 10년을 넘게 산 남편이 자기가 자면 야식 시켜 먹냐고 의심할 정도로 나를 아는 사람들은 다들 신기해하고, 의문스러워한다. 그래서 나와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이 들면, 꼭 한 번쯤은 나에게 물어보아서 이 질문이 그 사람과의 관계 척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쯤 되면 예상되겠지만, 나는  '체격에 비해' 입이 짧은 편이다. 물론, 적게 먹지는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체격'이다. 덩치라고도 불리는 그것이 결혼을 하고 야식을 하면서, 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불규칙한 식사를 하면서 점점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결혼 전에도 날씬하지 않았는데, 더 커지기만 하는 이 부피를 나도, 보는 사람도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여자가 늘 먹을 때마다 아이스크림 바를 1/3밖에 못 먹고, 냉면을 후식용으로 시켜 먹으며, 햄버거는 주니어용을 먹으니 의아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좋아하는 반찬이 나오면 남들만큼 먹는다.)




나이가 점점 차올라 중년 대열에 올라섰다. 슬슬 건강이 우려되어 다이어트를 해보려 '시도를 해' 보려 한다. 우선 가장 만만한 군것질부터 끊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응? 잠깐만!! 군것질?? 그게 뭔데?? 우리 집에 군것질이 있었어?"

 순간 고개를 갸우뚱한다. 우리 집에는 아이들을 키우는 집인데도 불구하고 군것질 거리가 거의 없다. 가끔 아이들이 용돈으로 먹고 남은 과자나, 집에 친구들이 오는 준비해 두고 남았을 빼고는 시리얼, 빵, 라면 대체간식만 존재한다. 음료수도 배도라지 즙, 사과즙우유인 우리 집에 간식이 뭐가 있을까?

딱히 떠오르는 장면이나 간식거리가 없어 주방과 베란다를 샅샅이 뒤져보기 시작했다. (간식을 이렇게 까지 찾아봐야 하나 싶지만, 뭔가 꽂히면 또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다 냉장고 매직스페이스 맨 위칸에서 오랜만이라며 나를 반기는 초콜릿을 발견했다. 나에게 영양제 같은 소중한 초콜릿을 잊고 있었다니...! ( 초콜릿아, 미안하다.)

"여러분, 저도 간식을 먹고 있었어요. 얘 때문에 제가 그렇게 살이.."

으응? 이건 또 아닌 것 같은데? 이 초콜릿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당이 떨어지고 힘들 때, 혹은 단 게 생각나는 마법의 그날에만 먹다 보니 1통을 사면 6개월은 먹는 것 같던데...? 그럼 이것도 내 지방의 원인이 아닌가? 그럼 간식이 범인이 아니란 얘긴데... 간식이 아니면 밥을 줄여야 하나? 밥도 1일 2식 하면 많이 먹는 거라 딱히... 결국 운동이구나. 그렇다면 포기!! 운동만이 답이라면 그건 무기한 보류하고 싶다.

아직 마음에 준비가 안되었으니까. (20년째 준비 중인 건 비밀)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이어트는 잠시 미뤄두고, 나온 김에 나의 유일무이한 간식인 내 생명줄 초콜릿에 대해 논해 보려 한다.


초콜릿

초콜릿(Chocolate)은 카카오 콩을 원료로 한 과자 또는 음료의 형태로 멕시코 원주민이 카카오 콩으로 만든 음료를 초콜라틀(Chocolatl)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초콜릿은 본래 굉장히 쓴맛을 내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초콜릿 제품의 대부분은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우유 ∙ 설탕 ∙ 물엿 등이 첨가되어 달콤한 맛이 증강된 상태이다.
초콜릿의 여러 가지 신비로움과 거부할 수 없는 맛에 취한 인류는 카카오를 '신들의 선물', '신들의 음식'이라는 학명을 붙여주었다.


나의 어릴 적, 우리 집은 워낙 음식솜씨가 좋으신 전라도 출신 엄마를 둔 탓에 매 식사가 맵고 짜지만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이었다. 매 번 배가 터져라 밥을 먹지만, 아빠는 늘 뒤돌아서면서 간식거리를 찾아 결국 두 손 가득히 군것질 거리를 들고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셨다. 아빠는 정말 밥 배와 간식 배가 따로 있는지 밥을 그렇게 많이 먹고도, 간식을 밥처럼 드시곤 했다. 그런 아빠가 꼭 빠트리지 않은 군것질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초콜릿이 든 것이었다. 초콜릿과자, 초콜릿아이스크림, 초코빵.. 뭐든지 초코만 들어가면 되었다. 그땐 모습만 봐도 너무 달아서 속이 아린 느낌이었는데 이젠 아빠의 군것질이 이해가 된다.

초콜릿은 단순한 디저트나 심심풀이 과자가 아니다. 초콜릿은 수많은 사람의 오감에 감미롭게 스며들어 행복을 선사한다. 또 거침없이 자신의 몸을 녹여 본래의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며 어떤 다른 재료와도 너그럽게 어울려 감쪽같은 조화를 이룬다. 거친 세상에서 피곤에 지쳤을 때, 입 안 가득한 달콤한 초코가 퍼지면서 부드럽게 위로하고 토닥여주는 위안의 손길을 다들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초콜릿을 먹어야 할까? 자존감을 충분히 발휘하여 내 몸을 위한 좋은 초콜릿을 고르는 것으로 나는 다이어트를 대신해 본다. (다이어트 안 한다고 했었지만, 이렇게 시도해 보는 나.) 초콜릿을 선택하기 전에 우선 함유량을 살펴야 하는데 가능하면 다른 혼합물이 덜 섞인 순수 초콜릿이 몸에 좋다. 나는 카카오가 많이 들어가서 씁쓸한 다크 초콜릿을 특히나 좋아하는데 내 건강을 위해서 고른 건 아닌데 건강에도 좋다니 앞으로도 즐겨 먹을 계획이다. (이게 웬 떡이냐 ㅎㅎ) 다크 초콜릿을 먹고 있으면 쓰디쓴 내 삶을 적당한 달콤함으로 위로받는 느낌이다. 어렸을 때 가루약을 물에 타서 입에 억지로 넣어주면 삼키자마자 잘했다고 쏙~! 넣어주던 알사탕의 추억이 들어서 그런 걸까? 아무튼 쓴 맛과 달콤함의 적당한 조화가 좋아서 나는 한알씩 혹은 한 조각씩 떼내서 우하하고 도도하게 천천히 음미한다. 내 몸도 초콜릿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초콜릿 효능

카카오는 플라바놀이라는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데, 이 플라바놀은 항산화제로 잘 알려져 있는 폴리페놀의 한 종류이다. 초콜릿이 가지는 건강상의 유익한 효과가 부각되게 된 것은 플라바놀이 알려지면서이다. 초콜릿은 단기적으로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고, 소량의 다크 초콜릿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심근경색의 위험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된다. 스위스의 한 연구에 따르면 다크 초콜릿을 꾸준히 복용한 집단의 경우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스트레스 호르몬의 양이 유의하게 줄었다고 하므로, 스트레스 조절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초콜릿 효능 및 섭취 시 주의사항 (국민건강지식센터 건강칼럼)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더니, 초콜릿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카카오는 쓰다니까 맞는 건가?) 달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설탕과 물엿이 잔뜩 들어간 다른 군것질 말고 건강을 신경 써 주는 다크 초콜릿으로 취향을 바꿔 보심이 어떠신지... 조심히 추천해 본다.


남편, 보고 있지?
화이트데이에는 다크초콜릿으로 부탁해!!!
(초콜릿과 함께 들어있는 게 더 중요한 거 알지?)
이런 케이크 말고 딸기가 초코에 퐁당 인 게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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