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變態)

나비의 변태, 우리의 변태

by 희히파파

울주군 두동의 산자락에서 살아간다는 건,
매일 자연의 수업을 듣는 일이다.
그날의 교과서는 세은이의 손바닥 위, 한 마리의 나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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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곳곳에서 붉은주황줄을 가진 애벌레를 보게 되었다.

붉은주황빛이 눈에 띄었던 것인지 아이와 우리는 호기심을 가지고 그 애벌레를 바라 보았다.

나비도감을 살펴보며 그 애벌레가 표범무늬의 나비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비 애벌레 키워보고 싶어.”도심에서 살 때 같았으면 “그건 좀 힘들 거야”라며 미리 단념시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촌의 공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푸는 힘이 있었던 건지

그 말에 아내는 통을 찾아왔고, 통에 흙을 넣고 애벌레를 넣어 왔더랬다.


나비도감을 보며 애벌레가 먹을 수 있는 잎이 무엇인지 아이와 함께 알아보았고 어느날 잎이 그 통안에 놓여져 있었다. 그때부터 애벌레는 먹고, 자고, 고요히 고치를 짓기 시작했다.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했지만,그 안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그리고 어느 날 아침, 고치가 갈라지고 나비가 나왔다.나비의 날개가 햇빛에 닿았을 때 그 순간이 너무 놀랍고 경이로와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내 감탄에 아내와 아이들이 모여 들었다.


세은이의 눈은 반짝였다.“나 나비랑 같이 살고 싶어”


그 말에 아내가 웃으며 세은이 손에 꿀을 살짝 발라주었다.
나비는 작은 세은이의 손 위에서 한참을 머물렀고, 세은이는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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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그건 단지 한 마리 곤충의 변태가 아니라,
우리 마음의 변태(變態)였다.
두려움이 신뢰로, 통제가 허락으로,
결핍이 충만으로 바뀌는 시간이었다.


그 과정을 가장 따뜻하게 지켜본 사람은 아내였다.
아내는 세은이의 호기심을 막지 않았다.조심스러운 눈빛에도 “괜찮아, 해봐도 돼”라고 말해주었다.그 말 속엔 ‘신뢰’가 있었다.아내의 그 지지가 세은이 마음에 뿌리처럼 내려앉았다.요즘 세은이는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졌다. 무엇을 하든 눈치 보기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표현했다.자신의 감정을 말로도 몸으로도 표현하는 모든것이 자연스러웠다. 엄마 아빠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불안과 결핍 때문에 하는 행동처럼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자녀의 색깔과 빛깔, 속도와 리듬이 아니라세은이 자신만의 색깔과 빛깔, 속도와 리듬이 느껴졌고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하려는 나를 세은이가 두팔을 벌리고 달려와 나를 안았다.

“사랑해요, 아빠.” 그건 사랑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받은 존재가 사랑을 흘려보내는 순간이었다.


"엄마! 엄마도 아빠 가는데 가서 안아줘요"

그말에 마음이 뭉클하고 몽글해졌다.


하나의 생명이 다른 생명에게 건네는 가장 순수한 인사처럼 느껴졌다.


불안과 결핍이 없는 순수한 마음으로 건내는 인사 '조건 없는 존재의 표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깊은 충만의 상태그 충만감이 내게 그대로 전해졌다. 알-애벌레-고치-나비 모든 변태의 시간들이 우리 아이에게도 부모인 나에게도 일어난 것일까. 너무 아름다웠고 신비로웠고 경이로웠다.


"결핍 없는 사랑의 표현 "
그것은 우리 모두를 충만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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