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노래

마지막 연인

by 여목 임재광

마지막 연인



사진 좀 한다 하면 별 궤적(Star Track) 사진을 근사하게 찍어야 이 바닥에서 공인 자격증을 인정받는 듯합니다. 별 궤적은 촬영하는 방법보다 최적의 장소(심야에 깊고 높은 산)를 찾아서 두 서 너 시간 이상 촬영한다는 것은 인내와 용기가 절대 필요하더라고요. 그러나 사진을 향한 열정 앞에서는 한 밤 중 산속의 공포마저도 나에겐 사치에 불과했습니다.


코로나 공포로 집콕을 계속하면서 지난 5월부터 별 궤적 사진에 꼬셔서 이미 열댓 번 카메라와 단 둘이 산속으로 밤 나들이를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다른 사진작가의 작품에 비하면 영~ 허접해서 마음에 차지 않았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오기로 밤낮으로 인터넷 정보를 뒤지고 카메라와 씨름했습니다.


인터넷의 정보는 사진사님마다 제 각각 달라서 도대체 뭐가 맞는 건지 헷갈렸습니다. 원래 사진 작품이란 만들어가는 과정이 작가마다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누가 맞고 틀리고 가 없으며 여러 정보에 대한 이해와 실습을 통한 경험으로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야 됩니다.



이번 달 밤 촬영할 수 있는 날은 이틀 남았는데 우리 동네는 구름이 덮어서 2시간을 산속으로 달려갔습니다. 해발 1600m의 세상이 내려다 보이는 칠흑 같은 어둠의 정상에는 이미 대포만 한 카메라로 중무장한 사진사님들이 대여섯 명이 진을 치고 나들이하는 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구름이 간간히 지나가서 Star tracking 촬영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습니다. 자정이 지나면서 다른 사진사님들은 모두 하산했고 카메라하고 나만 덩그러니 산속에 남았습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육중한 모습으로 세상을 지탱하는 산에는 돌고 도는 계절도 없이 새벽이 다가오면서 겨울처럼 추웠습니다.


그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사진이 성공했을 것 같다는 설렘으로 새벽어둠을 헤치며 집으로 돌아오는 2시간은 오늘따라 20시간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습관처럼 늦잠 자고 늦게 일어나는 버릇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사진 결과물에 때문에 밤 잠을 설쳤습니다.


카메라는 언제나 나와 동행하는 변함없는 진솔한 친구이며 사진은 세상과 소통하는 나의 이야기입니다. 사진은 피할 수 없이 노쇠해져 가는 가슴을 데워주는 “사랑하는 마지막 연인”입니다.

Startrails-2-12-16.bmp


작가의 이전글이방인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