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년, 내게 의뢰가 들어온 이유

구매를 부르는 디자이너의 조건

by 박삼삼

내 첫 번째 외주 프로젝트는 이전 직장 팀장님의 소개로 시작됐다. 그분은 경력이 풍부하고 인맥이 넓어 일종의 ‘인력 허브’ 역할을 해오셨던 분이다. 그 인연 덕분에 나는 자연스럽게 첫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고, 이후에도 지인 간 소개를 통해 일이 이어졌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단순한 ‘친구 소개’가 아니라 ‘일로 얽힌 관계’에서 소개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을 함께 해본 사람들이 또 다른 일로 연결해주는 흐름. 이런 연결은 생각보다 끈끈하고 오래 갔다.


처음 맡은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카페 브랜딩 작업, 다른 하나는 공공기관 포럼의 키비주얼 및 행사 디자인이었다. (※ 기관 이름은 편의상 여기서는 밝히지 않는다.) 이 두 프로젝트 모두, 팀장님이 관리하는 프로젝트에서 내가 디자이너로 참여하게 된 경우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과정은 운이 8할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전 직장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냈던 것도 아니고, 인간관계가 넓은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분명히 ‘같이 일하기에 불편하지 않은 사람’ 정도의 신뢰는 쌓아왔던 것 같다.


나는 일을 대충 넘기거나 회피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과도할 만큼 에너지를 쏟아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게 때로는 번아웃을 부르기도 했지만, 적어도 맡은 일에는 책임감 있게 임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디자인의 퀄리티만큼 중요한 건 ‘태도’라는 것을.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할 때 너무 예민하지 않고,

클라이언트의 입장을 이해하며,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태도

라고 느꼈다.


실제로, 디자이너와 함께 일해본 지인들에게 협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물었을 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디자이너 특유의 예민함’을 꼽았다. 물론 모든 디자이너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이 경험을 통해 나 역시 작업물뿐 아니라, 소통 태도에서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특히 나의 핵심 고객인 소규모 브랜드와 스타트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유연하고 책임감 있는 파트너를 필요로 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완벽한 디자인이 아니라, 상황을 함께 헤아리고 고민해주는 실질적인 파트너십이었다.


그리고 첫 1년을 거치며 내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이거였다.


첫째, 재구매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관계를 목표로 해야 한다. 내 일처럼 몰입하고, 다음 단계를 제안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둘째, 디자인만 보지 말고, 더 큰 그림을 보자.

클라이언트의 사업, 예산, 상황을 이해하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 ‘브랜드’를 함께 키운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첫 1년이 조용히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런데, 소개로만 일 받는 구조가 정말 오래 갈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 그 고민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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