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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사이트 Mar 16. 2023

낯가림왕이 영업왕이 되기까지.

잘 실패했더니, 잘 하게 됐다.

내가 하고 있는 와디즈 PD 일은 영업적 성격이 강하다. 직접 메이커를 소싱, 영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디렉팅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앞단에 좋은 브랜드를 발굴하고 설득하는 역량 또한 중요하다.

AI를 통해 그린 나의 미팅장면. 자세히 보면 너무 긴장해서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다.

나는 사실 영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낯을 많이 가리고, 새로운 만남보다는 기존의 관계들을 더 선호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 앞이면 태연한 척 해도 속으로는 벌벌 떨기도 한다. 애써 E의 삶을 살아내는 I라고나 할까.


영업이 적성이 맞지 않으니, 당연히 성과도 못 냈다. 1년 정도 바닥을 쳤는데 너무 힘들더라. 갈수록 자존감은 낮아지는데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이 일을 그만둬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 같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내 얘기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다 생각을 고쳐먹기로 결심했다.


여기서 물러나면 앞으로도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회피하며 살 것 같더라.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지금의 위기가 나를 평생을 괴롭힌 낯가림을 떨쳐버릴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위기를 기회로 인식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더이상 조급해지지도 않게 됐다. 장기적 관점에서 본질적인 개선을 고민할 수 있었다.


아래는 내가 했던 노력들 중 몇가지를 적어보았다.

작년 12월에 메일함을 캡쳐했는데, 6,185건의 메일을 보냈더라. 내가 봐도 진짜 열심히 했다.


남들보다 2배의 미팅을 잡기


미팅의 질에 신경쓰기 보다 절대적인 양부터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남들 하는 만큼만 해서는 재능러들을 뛰어넘을 수 없을테니까. 팀원들보다 2배 많은 미팅을 하겠다는 정략적인 목표부터 세웠다. 내가 나아지려면 그래야만 했다.


2배 많은 미팅을 하기 위해서는 소싱과 컨택은 남들의 4배를 노력해야 했다. 지금 돌아보면 어떻게 했나 싶다. 우직함만이 영업직으로서 내가 가진 유일한 장점이더라. 그래서 유일하게 내 노력으로 해낼 있는 숫자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했다.


습관이 들었는지 지금도 매주 100건 이상의 메일컨택을 유지하고 있다. 한창 많이 할 때는 월 500건이 넘는 메일을 보냈는데, 입사 29개월차 내 메일 발송은 어느덧 6,000회가 훌쩍 넘는다. 덕분에 내 파이프라인은 경쟁자들의 2배 이상 탄탄하다. 



최대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기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PPT도 만들어 보고, 노트북 없는 미팅도 시도해 보고, 순서와 내용을 바꿔보는 등 수많은 새로운 방법을 테스트 했다. 하나의 방식이 만족스러웠어도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했다.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시행착오를 감수했고, 수많은 실패 끝 지금의 스타일로 정착할 수 있었다. 기왕 실패하는 거면 잘 실패하려 노력했다.


분명한 건 계속 시도하다보니 점차 길이 보였고, 여러 유형의 실패과 작은 성공들을 겪다보니 디테일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복된 같은 실패가 아니라, 다양한 새로운 실패들이 나를 키웠다.



재능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


지금도 나는 나에게 영업적인 소질이 1도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인정했던 건 아니다. 남들의 성공은 그저 운으로 치부하고 질투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야만 나의 실패를 합리화 할 수 있었기에. 하지만 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나의 부족함까지 수용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열등감이 연료가 되었다고나 할까? 내가 재능이 없음을 인정한 순간부터,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는 게 더이상 억울한 게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렇게 반년을 미친듯이 노력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나는 영업을 잘 하게 됐다. 22년 상반기에는 3달 연속 신규 메이커로 가장 높은 실적을 낸 PD가 되었고, 6월에는 전체 PD 중 베스트 PD로도 선정되었다. 작년 한해 동안 전사에서 실적 2등이라는 놀라운 성과도 거두었다.


꼴찌에서 2등이던 내가 진짜 2등이 되었다. 낯가림왕도 영업왕이 될 수 있더라.

힘들다고 도망치지 말고, 지레 겁부터 먹지 말고 일단 부딪혀 보자.




가벼운 커피챗도, 무거운 제안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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