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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트리 Nov 18. 2021

플레이어

 이번엔 내가 짠다, 판

그녀의 게임은 재미가 하나도 없어.

투계와 같은 것이지. 잔인할 뿐인.

애견 하나를 옆구리에 끼고서는, 이 원형의 싸움터에서 죽기 살기로 다투고 있는 닭들을 보다가

"아, 재미없어. 더럽게 못하네. 우리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하고 일어나 시한부 최애들과 깔깔거리며 멀리 사라지는 종류의 인간.


난 저런 건 못 보겠어.

난 저런 건 못 해.

난 저런 건 싫어해.


너의 클리셰 같은 문장에 숨어있는 건 불능으로 위장한 경멸이다.

'난'에 숨어 있는 구분의 폭력

'저런 건'에 숨어 있는 무시의 폭력

'못한다'에 숨어 있는 이상한 게임의 법칙


'난'에는 타인에 대한 대상화가 숨어있고

'저런 건'에는 타인에 대한 무시가 숨어있고

'못한다'에는 잘하면 지는 너의 게임법칙이 숨어 있지.

'난'에 숨어 있는 지위에의 자부심.

'저런 건'에 숨어 있는 상하 구분점.

'못한다'에 숨어 있는 비난.

졸지에 잘하는 사람이 지고 마는 너에게 유리한 게임.


그렇게 못 하는 것도 많은 너는,

마치 닭들이 처음부터 못 생겼던 것처럼, 애초에 쌈닭으로 태어났던 것처럼 능멸한다.

잘하는 사람이 지고 마는 네가 만든 게임.

너의 '저런 것들'은 계속해서 의문의 패를 당하다 피 흘리는 수밖에.

그래서 말인데 다음에 나랑 싸울 닭은

싸움을 못 한다는 바로,


너 나와!


 

wanted : this mean-looking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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