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내 안의 안쓰러운 감정과 애틋한 감정, 사랑스러운 감정이 동시에 여러 번 새어나오게 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단편 동화 모음집이다.
교육적인 내용을 강요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읽는 나조차도 이 아이들의 모습과 그들이 살았던 시절을 상상해보는 것으로 충분히 동화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이런 책을 아이들이 읽는다면 아이들의 책을 향한 마음이 많이 변하겠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자동차 대신 마차를 타거나 걸어다니고, 전기 대신 흔들리는 불빛에 의지하고 크리스마스에는 전나무를 온 가족이 꾸미며 작은 감사함으로도 충만한 시절을 보냈다. 짓궂은 아이들의 행동이 오히려 너무 사랑스러워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였다. 굳이 하나의 이야기를 골라 보라면 '할머니를 도운 폴리' 를 말하고 싶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천사같은 아이의 모습과 아이를 위해 작은 선물을 몰래 준비하던 할머니의 모습. 그 둘의 집이 환하고 멋진 공간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미소로도 충분히 그 공간을 따뜻하고 아늑하게 만드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어린이는 배워야 하고, 착하게 예절을 지켜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로운 모습이었다.
어른이 되었지만 어쩌면 지금 이후로도 또 여러 번 이 책을 펼쳐보게 될 것 같다.
지금의 내 곁에, 함박 웃음을 짓고 나에게 연신 뽀뽀를 해대며 엄마가 좋다는 딸이 사춘기를 겪으며 성장하여도, 이 책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한다.
폴리는 크리스마스 노래를 여러 곡 불렀고, 하럼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정말 은총이 충만한 크리스마스 파티로구나!"
(...)
폴리는 아주 졸린 목소리로 집 둘레를 도는 천사에게 기도를 하며 창밖의 정원을 힐끗 내다봤습니다. 밖은 눈이 내리고 있어서 하얗게 빛났지요.
"할머니!"
폴리가 소리쳤습니다.
"정원에 천사들이 가득해요, 아세요?"
누워 있는 방 안의 창문으로는 거리만 보였지만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그래, 착한 녀석, 정원에 천사들이 가득하구나."
조금 뒤에 폴리는 멋지게 잠이 들었답니다.
- 아스트리드 린드그랜 '할머니를 도운 폴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