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얼마 만의 대면 독서모임인지 모를 정도로 이 시간이 귀하고 감사하게 여겨졌다. 처음 만났지만 온라인으로라도 몇 번의 대화가 오갔기에 어색함보다 반가움으로 모임의 분위기는 부드럽게 흘러갔다.
자신의 책 성향도 이야기 나누며 이 책을 읽을 때 특히 눈에 들어온 장면을 이야기 나누었다. 알베르트가 권총을 전해줄 때 이미 그가 어떤 선택을 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로테로 하여금 전해 받게 하는 장면이라든지, 로테의 감정, 알베르트의 감정 등을 골고루 생각해 나갔다.
그냥 스쳐 지나갔을 장면들도 다시 이 자리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을 마주하기도 하였다.
세계 문학 작품, 특히 고전의 경우는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이 진행되고 있다. 원문은 같지만 그 원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전할 것인지에 따른 번역가의 가치는 책들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각 책의 첫 문장을 비교해 보는 것으로도 같은 의미여도 어떤 단어가 쓰이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발견하는 것을 경험한다.
이 책이 출간된 당시 많은 젊은이들이 감정이 휘몰아쳐 자살을 많이 해서 실제로는 금서로까지 지정되었다고 한다. 사랑을 향한 애절한 감정은 모두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기에 몰입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이전에 서문에서 말하는 것은 사랑을 향한 감정만이 아니다.
그리고 그와 똑같은 욕망을 느끼는 그대 착한 영혼이여, 그의 고통에서 위안을 찾고, 그대의 운명이나 그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하여 그대 곁에서 친구를 찾을 수 없을 때면 이 조그만 책을 그대의 친구로 삼기 바라오!
- 서문 중에서
그리고 베르테르가 사랑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대로 행하고 싶어 했던 순수함이 강했기에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게 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나는 내 자신의 내면으로 되돌아가 하나의 세계를 발견하지. 이것 역시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치는 세계라기보다는 어렴풋하고 어둔 욕망의 세계일세.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내 감각 앞에서 떠돌고, 나는 몽상가의 미소를 지으며 그 세계 속을 거닌다네.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29p
다시 읽은 책에서 밑줄은 늘어갔고, 그의 글에 나도 모르게 사로잡혔다. 함께 나눈 이야기는 역시 나의 틀에서만 가능했던 생각들을 더 넓게 퍼져나가게 하였다. 특히 편지를 받는 벗인 빌헬름의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은 모임이었기에 더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젊은 괴테, 아니 늙은 괴테에게서도 늘 그랬습니다. 그 많은 문제들, 그 많은 경험들, 어떻게든 감당해야 했을 것입니다. 무언지 알고 싶고,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것도 많았겠지요. 그러니 늘 쓸 게 많았지요, 느긋이 책상 앞에 정좌할 겨를도 없이 말입니다. 사실 괴테는 정원집에 오기 전에 이미 그랬습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사 주 만에 쓰고, 혼신의 힘으로 쓰며 - 질풍노도지요! - 베르테르는 죽이고... 그렇게 자신은 그 문제를 극복하고 살았습니다.- 전영애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92p
사랑이 빠져 있는 모든 것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괴테는 일찍이 파악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사랑이 참 유난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것이든, 자연에 대한 것이든 다 그랬습니다. 언젠가 한번 마음을 끈 것, 그 마음에 위로를 준 것은 오래오래 사랑했습니다. 눈여겨보았던 꽃에 대해서는 평생 식물 연구가 이어졌고, 언젠가 마음을 의탁했던 바위에 대한 추억은 평생 지질 연구를 하게 했고, 언젠가 한번 신비롭게 본 색채 현상에는 40여 년 동안의 광학 연구가 이어집니다. 남겨진 업적들은 사람과 자연에 대한 그의 사랑으로 요약될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더구나 사랑이야 말해 무엇할까요. 한 사람에게 1800통이 넘는 편지를 보내며 괴테는 말합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 편지의 자모 하나하나가 당신에게 그 말을 할 거예요,”
- 위의 책 104~10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