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공연 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y Aug 18. 2023

오페라 <투란도트>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오페라

공연 기록

2023/08/15(화) 19:30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A구역 1열

120분(인터미션 20분)

63,000원(조예할)


투란도트 이승은

칼라프 이범주

 김신혜

티무르 김철준

알툼 전병호

 김종표

 김재일

 노경범

만다린 김경천


코리아쿱오케스트라

노이 오페라 코러스

CBS소년소녀합창단






감탄의 연속이었던 오늘 공연의 후기는 이 영상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려고 한다.


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투란도트>라는 작품을 모르더라도, 푸치니를 들어본 적 없더라도, 이 곡을 들으면 아!! 할 것이다. 1:09부터 정말 저-엉-말 유명한 부분인데, 바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잘 알려진 "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마라)"라는 곡이다.


https://youtu.be/97SC9MZAFYA?t=69

루치아노 파바로티, "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마라)"




CJ토월극장은 오페라극장과 로비를 공유한다. 그리고 지금 오페라극장에서는 뮤지컬 <그날들>이 공연 중이다. 사실 뮤지컬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갔는데, 뮤지컬 밤공이 이 오페라보다 30분 일찍 시작한 덕분에 로비 TV로 <그날들> 무대를 잠깐 볼 수 있었다. 마지막 뮤지컬 관극이 5월이어서 그랬는지, 무대를 보고 있자니 뮤지컬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날들>은 16년도에 재밌게 봤었던 뮤지컬인데, 얼마 안 남았지만 이번에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엔 기필코 엄배우님으로!)


그런데 1막 시작하자마자 뮤지컬 생각이 싹 사라졌다. 섬세한 선율과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았던 이범주 성악가님, 그리고 아름다운 코러스에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오늘 특히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예당에 5시쯤 도착해 근처 카페에서 저녁 겸으로 스파이시 튜나 샌드위치를 먹으며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으며 토마시와 테레자의 감정 속에서 허우적댔는데, 뭐랄까 그 감정이 고스란히 이어진 것 같았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는 여느 다른 오페라와 비슷하게 큰 주제는 사랑이다. 남자 주인공은 역시나 첫눈에 반한 여자 주인공에게 목숨을 바치는 구애를 펼치는데, 다른 오페라와 다른 점은 여주인공이 한 명 더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여자 주인공은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희생을 담은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연 시간도 1막 30분, 2막 35분, 3막 35분으로 짧고 굵어서 아주 좋았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극 중 설정은 중국(베이징)이지만 전혀 고증이 안된 판타지 세계다. 거기에 주인공 3인방은 너무 전형적이라 뭐 하나 특별할 것이 없다.

금사빠 남자 주인공 칼라프는 다른 나라 왕자를 죽이는 공주의 얼굴을 보고 단숨에 반해 사랑을 고백하고,

3막까지 결혼을 극구 거부하며 남자 주인공을 죽이려던 여자 주인공 투란도트 공주는 키스 한 번에 바로 마음이 돌아서는 비현실적인 급발진의 모습을 보이며,

칼라프를 사랑하는 하녀 류는 목숨을 바쳐 왕자의 사랑을 응원한다.

더군다나 대신 3인방 이름 핑, 팡, 퐁은 너무 '칭챙총' 같아서 거부감부터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 작품이 이렇게 사랑받는 데에는 푸치니의 아름다운 음악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정말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신화적인 이야기에 무대와 의상, 세트까지 더해져 디즈니 영화의 실사판이 눈앞에 현실로 펼쳐진 것 같기 때문일 것이다.


말 그대로 나를 판타지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았다. 짙은 붉은색의 무대 세트는 중국 영화에서 보던 철제벽의 느낌이 있어서 더욱 실감 났다. 1막에서 핑팡퐁이 처음 등장할 때는 향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2막 도입부에 십이지신이 회의하는 장면에서 무대 중앙에 초록색 연기가 나는 큰 항아리가 있었는데, 뮤지컬 <엑스칼리버>에서 모르가나가 저주의 약을 만드는 장면이 떠올랐다. 흰색, 붉은색, 황금색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초록색이어서 그랬는지 더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3개의 움직이는 지붕으로 무대를 2층 구조물을 만들어, 백성들은 절대 올라갈 수 없는 신분의 경계를 구분했다. 투란도트, 황제, 대신들은 2층에 주로 있었는데(황제는 한 번도 안 내려온 듯), 안 그래도 토월극장이 무대랑 생각보다 가까워서 진짜 백성의 눈높이에서 올려다봤다. 용안 보기 진짜 힘들었다. 무튼! 투란도트도 당연히 2층에 있었는데, 칼라프가 문제를 맞힐 때마다 점점 땅으로 내려오는 것도 좋았다.




토월극장에서는 뮤지컬이나 연극을 주로 봤어서, 오페라는 색달랐다. 오케스트라 피트는 더 깊어서 지휘자님 잘 안 보였고, 무대는 더 가까워서 세트가 높아질수록 각도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소리의 울림이 오페라극장보다 덜해서 그 점이 제일 아쉬웠다. 뮤지컬은 OP1열에서도 매우 잘 봤는데, 토월극장에서 오페라를 다시 본다면 1층 제일 끝이나 2층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포기 못하는 1열



덧. 요즘 관극을 안 해서 몰랐는데, 예당 출입구 봉쇄된 곳도 많았고 로비에 보안 직원들이 엄청 많았다. 세상이 흉흉해서 그런가.. :-(




오늘의 커튼콜 :)



십이지신!
아이들 손 흔드는 거 너-무 귀엽다. 분장이 진짜 귀여웠는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마르클이 변장한 모습 같았다.
진정한 주연
오늘도 귀여운 범라프
우다다다다다 / 마지막까지 손 흔들어주는 성악가님들 그저 귀엽 / 2층에서 계속 손 흔들어주는 황제와 아이들



매거진의 이전글 Elgar & Rachmaninoff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