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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새난슬 Jan 24. 2023

눈꺼풀 안에 있는

잠들기 직전에는 생뚱맞은 생각을 한다. 이번에도 잠들기 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을 위해 침대에 기어들어가 눈을 감는다. 그럼 감긴 눈꺼풀 속에서는 우주와 비슷한 실체 없는 꺼먼 것들이 내가 볼 수 있는 어떤 선을 초과하며 넓게 펼쳐진다. 실제로 우주를 본 적은 없지만 꼭 그렇게 생겼을 것만 같은 풍경이다. 우주선도 우주복도 없이 떠다니면 가끔 무언가가 반짝이며 지나간다. 반짝임이 우주를 채우면서 사라지지 않을 때도 있다. 나는 내가 만든 우주의 반짝거림의 정체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내 눈꺼풀 안에서만 생겨났다 사라지니 실체는 없다. 그것들은 어쩌면 전부 내가 거쳐온 기억이거나 추억이거나 또는 미래에 오고 말 어떤 사건들일지도 모른다. 잊고 지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숨죽이고 있다 내가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을 때 찾아온다. 과학 얘기를 가져온다면 난 아무 말도 못 하겠지만. 멋대로 생각하다 까무룩 잠든다. 눈꺼풀 안에서만 반짝거리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으면 숨을 쉬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심장이 뛰거나 숨이 쉬어지거나 몸에 피가 도는 것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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