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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야 Nov 24. 2021

MEMO - 3

2021.11.24

< 6 > 

장기투자는 죽었다_2020.11.20(금)


 어느 투자의 대가가 한 투자자에게 가치투자에 대해 설명했더니 이를 들은 투자자는 대충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가치투자에 대해 말씀하신 내용은 굉장히 설득력이 있어서, 워런 버핏이 10년 이상 주식을 보유할 것이 아니라면 10분도 주식을 보유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않았더라도 당신을 믿었을 겁니다." 오늘날 우리는 맹목적인 장기투자의 망상에 빠져있다.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도 않고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를 동일시하고 장기투자의 망상에 빠져 이를 그대로 믿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버핏이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저는 장기투자자입니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것이다. 


 버핏은 왜 "10년 이상 주식을 보유할 것이 아니라면 10분도 주식을 보유하지 마라"라고 말했을까? 리처드 코너스의 책《워런 버핏 바이블》에서 몇 가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2015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10년 후 이익이 대폭 증가한다고 확신할 만한 기업의 특성을 5개 정도 알려주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버핏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투자하기 저에게는 고려하는 항목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항목들로 종목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투자를 포기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기업별로 적용하는 항목은 매우 다르지만, 5~10년 후 기업의 모습을 합리적으로 예측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 회사의 경영진과 정말로 동업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는 답이 나오면 여기서 분석을 종료합니다. (중략)


 2014년 주주서한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실제로 세상의 무한한 기회가 버크셔에 열려 있습니다. 대부분 기업보다도 버크셔에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전망을 평가할 수 있는 기업에만 투자합니다. 그래서 우리 선택 범위가 심각하게 제약됩니다. 찰리와 내가 10년 뒤 모습을 전혀 내다보지 못하는 기업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도 한 산업에서만 활동하는 경영진보다는 선택 범위가 훨씬 넓습니다. 게다가 버크셔는 한 산업에서만 활동하는 기업들보다 규모를 훨씬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중략) 


 그는 자신이 10년(적어도 5년) 뒤 모습을 내다볼 수 있는 기업, 즉 10년 뒤 미래를 합리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한정한다. 이 기업들이 버핏의 능력 범위 안에 있다는 말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예로 운용하는 자금 규모가 지나치게 커진다면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가격으로 주식을 사고팔기가 어려워진다. 다시 말해, 포지션의 규모 때문에 보유 기간이 소액투자자들에 비해 길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것도 불가피하게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이 항상 옳게 판명 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항공주를 대량 매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수 이유가 훼손되었고 자신의 판단 오류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두고 몇몇은 버핏이 단타를 한다며 비난 아닌 비난을 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들은 자신의 무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취미로 삼는 사람이 틀림없다. 


 버핏의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2) 5~10년 뒤 미래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고, 3) 그 기업의 경영진과 동업을 하고 싶을 때, 그리고 4) 현재 주식 가격이 매수하기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될 때(혹은 염가에 거래될 때) 그는 매수한다. 그리고 5) 매수 이유가 훼손되거나, 6)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되거나, 7) 가격이 지나치게 비쌀 때 주식을 매도한다. 


 한 가지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 있다. 버핏의 방식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내린 투자 결정이 지속적으로 옳다는 것이 판명 난다면 보유 기간이 길어진다. 즉 올바른 최초 판단을 내렸고, 이 판단이 반복적인 시험 과정을 통과한다면 투자 기간이 길어진다는 말이다. 그는 주식을 매수할 때 자기 최면에 빠지지 않는다. 그는 "이 주식은 20년 동안 보유해야겠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버핏은 10년 뒤 미래를 합리적으로 예측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실제로 예측이 맞아떨어진다면 10년 이상 기업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버핏은 언제든 매도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장기투자의 망상에 빠져 입맛대로 정보와 의견을 수집하고 자신의 편향을 강화할 수 있는(나아가 자신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데이터만을 찾는다. 그들은 5~10년 뒤의 미래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좋은 기업을 미래에도 좋을 것이라 단정 짓고 무모한 도박을 한다. 


 이런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내세운 '장기'라는 기간을 지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장기투자자라고 생각하지만, 시장이 폭락하면 또는 조금만 오르면, 그 시점에 단기투자자로 돌변하여 커다란 손실 또는 푼돈을 벌고 주식을 모두 팔아 버린다. 투자라는 변덕스러운 사업에서는 공포에 빠지기 쉽다."라고 피터 린치가 말했듯이 사람들은 '장기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시장이 폭락하면 주식을 모두 팔면서 "가치투자의 시대는 갔다"라고 말한다. 


 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경향이 있고, 주식을 장기간 보유했을 때 다른 자산 대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증명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투자를 위한 주식은 없다. 다시 말해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주식' 따위는 없다. 이것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한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장기투자를 위한 마법과도 같은 주식'을 찾고 있다면 당장 그만 두길 바란다. 장기투자의 기간을 10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당신이 찾아야 하는 주식은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매수 이유가 훼손되어서도 안되고, 최초 투자 판단이 틀려서도 안되며, 그밖에 다른 문제가 있어서도 안된다. 이 모든 것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7 >

다른 관점의 가치_2021.11.24(수)


《MEMO - 2》에서 나는 소로스의 관점에 따라 가치를 재귀적 과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 구분 짓고, 가치를 주관적인 측면, 가격을 객관적인 측면이라고 분류했다. 단순한 이분법이지만 소로스의 생각을 잘 반영하는 동시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한 관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가치투자와 재귀성은 같은 대상을 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는 것일 뿐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가치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가치투자자들이 말하는 '내재가치'이다. 이것은 객관적이지만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이들은 불완전한 평가 모형으로 내재가치를 구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내재가치와 가격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내재가치와 가격 사이의 괴리가 존재한다는 이유가 이 차이가 해소되는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치투자자들은 주식의 보유 기간이 평균보다 길다. 안전마진에 흥분한 나머지 너무 빨리 주식을 매수한 것이다. 


 또 다른 가치는 '합의된 가치' 또는 '명목상 가치'이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주관적인 측면이라는 개념에 더 적합할 것이라 생각한다. 합의된 가치는 재귀성 개념에 의해 지속적으로 피드백받고 재평가된다. 가격이 10~20달러 수준에서 큰 변동 없이 움직이고 있다면 현재 시장참여자들이 합의한 가치가 이 범위 안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합의된 가치가 크게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합의된 가치와 가격은 수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주가는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쉽게 말해, 주당 150~160달러에 거래되는 애플에 대해 참여자들이 200달러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합의된 가치가 바뀌는 경우다. 그리고 참여자들의 생각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가격은 상승한다. 상승한 가격은 다시금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참여자들이 애플 주식에 대해 고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가치는 다시 하향조정된다. 그리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 가격은 하락한다. 


 소로스가 말한 가치는 두 번째 가치였다. 전자의 관점을 취하면 우리는 가치투자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에 후자를 택하면 우리는 추세추종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완전히 반대되는 전략이지만 하나의 대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 것이다. 어느 방법이 현재 시장에 더 적합한 방법일까? 이 물음에 답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오직 가격뿐이다. 두 가지 관점의 가치는 모두 정확한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자는 그 자체로는 객관적이지만 합의된 모형이 없고 계산 과정이 주관적이다. 다만 보수적으로 계산한 결과를 하나의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다. 반면 후자는 고정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가정 위에서 절대적인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 절대적으로 상대적인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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