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봄, 어머니도 코로나에 걸렸다
'엄마 코로나 자가키트했는데 양성 나왔나 봐.' 지난 주말 외갓집에 갔던 어머니가 코로나 양성이 의심된다는 동생의 문자를 받았다. 일요일 오후에 여자친구집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이었다. 동생의 문자를 받은 후 곧바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가 코로나에 걸린 거 같은데 혹시나 나도 걸렸을 수도 있으니까 다음에 봐야겠어." 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여자친구는 내심 아쉬워하는 듯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주말에만 보고, 몇 시간 동안 기다렸으니 충분히 이해할만했다.
그래도 괜찮다는 여자친구의 말에 급한 대로 우선 근처 약국에서 자가키트를 사기로 했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문을 연 약국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가 코로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더욱 급해졌다. 딱 1년 전 아버지는 코로나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신 지 한 달 만에 돌아가셨다. 아직 상처로 그대로 남은 기억이 봄바람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별 거 아닐 거야. 괜찮을 거야"라고 말하는 여자친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겨우 찾은 약국에서 자가키트 6개를 사고 나왔다. 여자친구는 걱정이 됐는지 연신 괜찮다고 했지만, 나름 속사정이 있었다. 하필 전날 밤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꿈을 꿨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 두 달에 한 번씩은 꼭 비슷한 꿈을 꾸고 있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꿈을 꾸면서도 엉엉 운 적이 많다. 아무래도 1년이라는 시간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추억만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사실 어젯밤에 아빠 꿈을 꿔서 마음이 더 그런 것 같아." 어렵사리 얘기를 꺼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득바득 눈물을 삼키려고 했지만 눈에 맺힌 눈물이 입을 덮고 있던 마스크를 적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억울한 마음이 있었다. 코로나 감염자수에 흥미가 떨어졌는지 TV 뉴스에서 관련 소식을 본 지 오래됐다. 이제는 웬만한 공간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언젠가는 올 날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없이 다시 예정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게 아직 억울한가 봐." 오래 같이 머무르지 못하는 여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도 섞어 말했다.
아직도 '코로나'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내려앉는다. 누군가 "이제 코로나가 끝났나 봐요"라고 무심코 말할 때면 티는 내지 않지만 마음은 좌절스러웠다. 코로나가 퍼진 긴 시간만큼이나 이제는 모두에게 일상처럼, 흘러간 과거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코로나에서 쉽게 빠져나오진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가 코로나 감염이 의심된다는 소식은 나와 동생을 더욱 걱정스럽게 했다.
집에 돌아온 후 문이 닫힌 안방을 봤다. 아버지가 일주일 동안 격리했던 공간에 이번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방문을 열자 어머니는 목이 잔뜩 잠겨있었다. "자가키트를 했는데 양성이 나왔네." 코로나 격리 기간이 끝난 후 몸에 이상이 있어도 괜찮다면서 병원 방문을 미루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엄마 내가 오늘 진료 보는 병원 찾아볼게." 곧바로 핸드폰으로 진료 중인 병원을 찾았다. 운전해서 병원을 가는 동안 어머니는 마스크를 쓴 채 뒷자리에 앉아있었다. '코로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냥 감기 같겠지.' 꾹 눌러왔던 억울함이 또 한 번 요동쳤다.
병원이 끝날 무렵이어서 다행히 대기 환자는 없었다. 나도 어머니와 함께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예상한 대로 어머니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고, 나는 음성이었다. "어머니, 정신과나 고혈압 약 드시는 것 있으세요? 만 60세 이상 분에게 따로 처방되는 약이 있는데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어서요." 어머니는 '부작용'이라는 말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아마도 중환자실에서 수면제와 함께 의사가 말했던 '신약'으로 약물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생각나셨을 것이다. "약 따로 먹는 건 없는데, 그냥 따로 처방되는 약은 빼주세요." 우리 가족은 아직 2022년에 머물러있었다.
집에 돌아온 뒤 어머니의 격리 생활이 시작됐다. 그래도 빨리 병원에 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엄마 몸은 괜찮아?" 나와 동생은 번갈아가며 방문 너머로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했다. "응. 괜찮아. 걱정하지 마." 아버지가 누웠던 침대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났다.
격리 3일 째인 오늘 어머니는 약 때문인지, 코로나 증상 때문인지 설사를 몇 번 하신 거 말고는 큰 이상은 없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밤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다. 나무 가지를 꽉 채웠던 하얀 팝콘같던 벚꽃도 내일이면 빗물에 씻겨 내려갈 것이다. 가족을 옮아매던 코로나도, 어머니가 걸린 코로나도 봄비에 씻겨 깨끗이 사라질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