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적인 작별

살아 있는 자의 평화는 떠난 이에게 닿는다

by INA

동료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얼마 전 연락이 끊겼던 형이 세상을 떠났는데,

무연고로 처리한 일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화가 났다가도 슬퍼지는 복잡한 심정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흔히

'죄책감'과 '미안함'이라는 단어에 갇힌다.

그것은 때로 슬픔보다 더 큰 굴레가 된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의식적인 대화'라고.

억지로 감정을 정리하려 하거나,

죄책감을 덜기 위해 고인을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려 하지 말라고.


분노든 슬픔이든 미안함이든,

그 모든 감정은 '정상'이다.

그 관계의 긴 역사 속에 쌓여 있던 감정들로

마음이 복잡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복잡함을 억누르지 말고,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충분히 흘러가도록 시간을 주는 것.

그것이 곧 정화의 과정이다.


형과의 관계에는 나름의 역사와 이유가 있었고

그 순간 내린 선택은 그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장례를 치러주는 일만이

고인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좋은 일'은 아니다.


오히려 긴 세월 얽혀 있던 감정들을

하나씩 풀어내며 조용히 안녕을 빌어주는 그 시간,

그 자체가 작별의 진정한 형식이 된다.


이제 이 생에서의 인연은 마무리되었지만,

우리는 모두 원자와 에너지로 이루어진 존재다.

따라서 연결은 형태를 달리할 뿐, 끊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관계의 끝은 고립이 아니다.

살아 있는 자의 평화는,

떠난 이에게 닿는 가장 따뜻한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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