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의 감정 _ 혼자 사는 사람들 [영화]
콜 센터 직원인 진아는 모친 상을 당했을 때도 이틀만 쉬고 복귀해 실적 1위를 지킨다. 조금 더 걷더라도 점심은 1인 식당, 담배도 혼자. 옆집 남자의 인사도 못 들은 척 앞만 보고 걷는다. 귀에는 늘 이어폰이 꽂혀 있다. 이어폰으로 주변 소음을 차단하고 유리 벽을 만들어 고요한 진공 속에 있는 듯 감정의 파도에 영향받지 않는 그녀의 얼굴은 통계표처럼 평평하다.
그 벽을 두드리는 일이 생긴다. 옆집 남자가 죽고, 새로 온 남자는 얼굴도 모르는 그를 위해 제사를 지낸다. 신입 직원은 귀찮을 만큼 살갑게 굴며 진아를 따라다녔지만 끝내 그 벽을 깨지 못하고 떠난다. 조용했던 진공 속에 울림이 생기자, 진아는 무작정 회사를 뛰쳐나간다.
그 울림은 응어리진 외침이 되어 터져 나온다. 아버지에게 찾아가 다짜고짜 "엄마와 나에게 미안하다 말해"라고 쏟아낸 순간, 심장을 가둬 두었던 유리벽이 금 가듯 깨진다. 진아는 신입에게 전화를 걸어 처음으로 진심을 말하고, 휴직계를 낸다. 뒤늦게 걸려 온 아버지의 전화에는 적당한 거리를 제안하며, 오래 잃었던 표정으로 웃는다. '감정'이 돌아온 것이다.
이 영화는, 문제를 키우지 않으려 감정을 억누르고, 사회적 틀에 맞추느라 주변을 의식하며 감정을 외면하며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했다.
태양이 사라져도 달빛은 존재한다. 어둠 속에도 빛은 존재하는 법. 이른바 우리가 '부정적'이라 이름 붙인 어두운 감정의 분출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그곳에도 사랑과 치유의 입구는 존재한다.
애당초 감정에 긍정과 부정의 이분법적인 잣대를 들이댄 것은 누구란 말인가.
감정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중요한 건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