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에서의 균형

위태로워 보일지라도, 이 길은 내 속도에 가장 알맞았다

by INA


과거의 번화함을 잃어버린 거리, 꺼져버린 가로등, 그리고 오직 내 속도의 리듬으로만 버틸 수 있는 외길.

그 꿈은 현실 속 제 삶과 정확히 겹쳐 있었습니다.


가로등이 모두 꺼진 거리.

어릴 적 번화하던 동네는 이제 어둠에 묻혀 있었다. 그곳은 한때 소리와 불빛으로 넘치던 세계였지만, 지금은 낯선 그림자로만 남아 있었다. 나는 한참을 서 있다가, 자전거 페달 위에 발을 올렸다.

아무런 표식도, 길잡이도 없는 풍경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바퀴의 회전과 내 안에서 희미하게 깜박이는 직감뿐이었다.


‘그래, 결국은 내 불빛으로 가야 하는 거야.’

누구도 대신 밝혀주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 생각은 묘하게 안도감을 주었다.

오직 내 리듬만이, 활기가 사라진 자리에 남아 희미하게 울리고 있었다.


길은 자전거 바퀴만큼 좁았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페달을 계속 밟아야 했다.


나는 물었다.

‘멈추고 싶은 마음은 약한 의지일까, 아니면 잠시 쉬라는 신호일까?’

그러자 대답은 곧장 다리에 와닿았다.

균형이 무너지려는 순간, 본능처럼 페달을 돌렸다.

멈춤과 지속, 그 경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균형을 유지하는 것뿐이었다.


맞은편에서 사람들이 다가왔다. 좁은 길 위, 부딪히지 않으려면 누군가는 비켜야 했다.

나는 자세를 고쳐 세우며 곧게 나아갔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들은 나를 흘낏 보더니 스스로 길을 내어주었다.


나는 꿋꿋이 자세를 유지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그 순간 깨달았다. 경계를 분명히 하는 일은 타인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자리를 새로 열어주는 일이라는 것을.

나의 균형이 그들의 선택을 이끌었다.


마지막에 마주친 사람은 달랐다.

억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나를 따라붙어 방해하려는 듯 뒤를 쫓아왔다.


갑자기 내 안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왜 너만 네 길을 가려고 하니? 왜 다수의 길을 따르지 않니?”

그 목소리는 낯선 타인이기도 했고, 오래된 내 그림자이기도 했다.

꾸준히 내 안을 비집고 들어와 속삭이던,

“너도 결국 혼자서는 못 간다”는 그 오래된 회의(懷疑)의 메아리.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갈림길에서 몸을 기울여 살짝 방향을 틀었다.

그와 맞서 싸우는 대신 요령 있게 빠져나왔다. 내가 택한 길은 도망이 아니라 우회였다.

정면충돌만이 용기가 아니듯, 때로는 비켜 가는 것으로 더 큰 자유를 얻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뒤돌아보니, 좁은 길은 다시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내 바퀴는 여전히 앞으로 구르고 있었고, 균형은 무너지지 않았다. 가로등이 꺼진 거리에 남은 것은 오직 내 리듬뿐이었다.


‘이 길은 좁다. 그러나 이 공간이 바로 나의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좁은 길일수록 속도는 나의 것이고, 균형은 나의 기술이 된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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