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죽음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상당수는 부검으로 신체가 훼손될 봐 두려워한다. 어떤 이는 죽어 갈 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가족에게 버리 받을까 봐 두려워하며, 다른 이는 추한 모습으로 죽을까 봐 두려워한다 (p. 43).
미국 연방정부 규정에 의하면 좋은 죽음이란 "환자와 가족과 돌보는 사람이 피할 수 있는 고통과 괴로움에서 해방되고, 환자와 가족의 바람에 전체적으로 조화되며, 임상적. 문화적. 윤리적 기준에도 상당히 부합되는 것"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p.63
이것이 정말 좋은 죽음일까? 영화는 어떨까? 봐도 봐도 다시 보고 싶은 타이타닉의 명장면이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잭과 로즈는 가까스로 나무판을 찾았으나 두 명 다 빠질 위험에 로즈만 올라간다. 추운 바닷속에 나무판에 매달린 잭은 결국 죽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용기 있게 사는 로즈. 잭의 죽음은 좋은 죽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화 <노트북>처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건 어떨까? <노트북>을 보고 실제로 영화 같은 죽음을 맞이한 커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사랑했으면"이라는 마음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없는 깊은 사랑과 그들의 죽음은 꼭 연방정부의 규정처럼 "고통 없이 평안하고 차분하게" 죽는 좋은 죽음처럼 비추어진다.
샐리 티스데일은 좋은 죽음이란 "죽어가는 사람이 자기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한다"라고 말한다. 타인이 결정, 마음, 바람에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안락사는 좋은 죽음인가? 안락사도 '죽음을 위한 방법'이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
안락사: 회복의 가망이 없는 중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시켜 사망케 하는 의료행위. 안사술·존엄사. [개설] 안락사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정치/법제 > 법제/행정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벨기에를 포함한 비교적 많은 국가에서 안락사를 허용한다. 인간 안락사 관련 다큐멘터리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앤드 게임: 생이 끝나갈 때> (예고편) 통해 안락사는 허용하는 국가에서도 찬반의 의견 논란은 끊임없음을 알 수 있다.
불치병은 어떨까? 버지니아 모리스는 말한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에게서 생명 유지 장치를 떼어낼 때, 우리는 '플러그를 뽑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죽을 '자유를 주는 것'입니다. 과도한 기술가 침습적 치료에서 환자를 '해방시켜주는 것'입니다. 죽을 자유를 주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돌보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p. 174
계획과 실천을 좋아하는 나에게 없는 계획이 있다. '죽음 계획서'이다. 얼마 전 인생 계획서를 쓰면서 나의 3년, 5년, 10년 등 내가 인생에서 바라고 소망하는 것들 그리고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계획들로 '체계적'으로 썼다. 그러나, 그 계획 속엔 '죽음'은 없었다. 죽을 뻔한 경험들은 그 순간만 나에게 삶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일깨워 주었지만, 나에게 죽음이 다가올 것이라는 상상은 여전히 '영화'속에서만 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는 죽음에 대한 저항, 좋은 죽음, 죽어감,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상세히 알려준다. 부록 부분에는 죽음 계획서,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장기와 조직 기증, 그리고 조력사까지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죽음을 막연히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인지하면 달라질까?
영화 <버킷리스트>에서 이들은 죽기 전 죽음을 '받아들인 듯' '안 받아들인 듯', 두 남자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리스트,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하며 생을 마감한다. 본인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생을 마감하는 방법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