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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남은에어팟 Jul 18. 2021

5. 119를 부르기전에

Under 8

어렸을 적 우리집은 공무원들이 모여사는 관사에 살았고 그 관사는 놀이터를 빙 둘러서 만들어진 아파트였다. 세상의 중심은 그곳에 있었고 놀이터를 중심으로 세상이 빙글 돌던 시절이 있었다. 


모래를 파면 팔 수록 새로운 물건들이 튀어나왔다. 지구에 떨어진 운석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처럼 나는 모래를 파고 파서 무언가를 찾아냈다. 심심찮게 뭔가가 나왔는데 모래를 파다보면 나오는 조개껍데기는 대부분 모양이 온전치 않았지만 온전한 녀석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코뿔소 조개 라는 애들도 있었는데 커다란 조개가 나올 때면 조개싸움에서 모두를 이기는 상상을 하곤 했다. 


 미취학 아동의 나는 모래 속에서 뭘 그렇게 찾았던 걸까 


기억도 나지 않는 4살 무렵, 놀이터에서 그네의 앉는 곳과 그네줄 사이에 있는 트라이앵글 모양의 연결고리에 친구 머리가 낀 적이 있었다. 그곳으로 다짜고짜 머리를 집어 넣은건데, 막상 넣고보니 다시 나올수가 없어서 동네가 떠나가라 울고 있었다. 세상의 중심에서 아이가 울어대니 어른들이 몰려왔고 어떻게 빼보려고 하는데 절대 빠지지 않았다. 


어른들은 결국 그네의 트라이앵글 연결고리를 잘라내야 되지 않겠냐며 119를 불렀다. 

그 옆에서 나는 그저 가능성을 뒤지고 있었고, 놀이터의 모래는 얼마나 깊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것도 관심 없고 그저 흙이나 파다가 빽 우는 소리가 듣기 싫었는지

119 아저씨와 동네 어른들 사이를 헤집고 가서 이렇게 하면 되요 라고 하면서 아이 머리를 휙휙 돌려서 꺼내주었다고 한다. 


어른들이 모여서 세게 당겨대니 아이가 울게되고 그래서 더 안빠졌던 것 같은데 조막만한 손으로 천천히 돌려서 뺐던게 아닌가 싶다. 


어쨋든, 우리동네에서 천재가 나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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