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고 싶은 프러포즈, 내가 하면 되지
8년을 교제한 우리는, 곧 오빠의 30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올해 28살이 되는 나는, 내 인생계획상 결혼을 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옆에 보니 오빠가 있었고, 가끔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는 했지만, 당장 무엇을 해야 하고, 하고 싶은지에 대해선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첫 스타트는 말만 하지 말고, 일단 실행에 옮기고 싶어, 나부터 한발 다가서기로 했다.
한국은 결혼이야기가 다 진행되면 프러포즈를 한다지만, 난 그냥 생일선물로 프러포즈를 던졌다.
그것도 아주 비밀스럽지만 웅장하게.
2022년 9월 3일, 나는 오빠에게 프러포즈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벤트를 기획하길 좋아하는 나는 바쁜 직장일을 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구상했고, 오빠 생일날, 일본 친구 부부, 두 명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일이 바빠 영상 만드는 게 늦어져, 결국엔 출발하는 당일 아침까지 오빠가 자는 사이에 밤을 새우며 영상을 만들었고, 전날에 친구네 집 근처 꽃가게에 꽃을 주문해, 친구들이 받아서 와 줬었다.
(오빠가 운전을 하면서 가고 있는데 내가 그런 연락 때문에 계속 핸드폰만 하고, 조수석 역할을 제대로 못해줘서, 싸울 뻔 한건 비밀이다)
급하게 LED캔들과 파티용 풍선을 아마존에서 구입해 여행 당일 도착으로 친구네 집으로 배송했고, 그 친구들은 미리 몇 개의 풍선을 불어서 준비해 줬었다.
당일엔 친구들이 케이크까지 준비해 줬고, 3:1의 비밀스러운 이벤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하야마라는 바닷가에 놀러 가, 다 같이 해수욕을 즐기며 있다가 한 명은 오빠를 바람 잡아주고, 나랑 다른 친구는 숙소에 와서 공간을 꾸미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공간을 조명과 미리 준비해 온 빔 프로젝터에 영상을 준비했고, 선물, 꽃, 풍선, 초까지 준비해, 완벽한 상태에서 오빠를 맞이했다.
바닷가에 들어갔다가 와서 옷이 아직 젖어있던 상태였지만, 일단 수건을 깔고, 소파에 앉혀 막무가내로 영상을 틀어줬다.
영상은 프로젝터 놓는 위치가 애매해 삐뚤어져 있었지만, 그것 말고는 완벽했다.
도와준 친구들 덕분에 눈치 없는 오빠는 영상 중간까지 생일 이벤트인 줄 알고 있다가, 프러포즈인걸 눈치챘고, 그렇게 나의 프러포즈는 성공했다.
그렇게 나는 오빠에게 꽃과 지갑을 선물했고, 오빠는 내년즈음엔 결혼을 하겠다며 친구들에게 말을 했다.
다른 하나의 에피소드는,
프러포즈 이벤트가 끝나고, 저녁을 요리해서 먹고, 각자의 침대에 누우려고 침대에 앉는 순간, 갑자기 침대다리가 부서져, 가라앉아버린 것이다. 잘못했으면 손가락이 끼여 골절을 당했을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새벽 2시였고, 너무 늦었으니, 일단 숙소에 연락을 하고, 매트리스만 빼서 바닥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주인분께서 오시더니, ‘아, 이번여름 이 침대도 많이 힘들었나 보네요’라고 말만 하셨고, 우리는 그래도 친절하게 불만을 이야기했지만, 회의를 하고 연락을 드릴 테니, 일단 체크아웃 후 돌아가달라고만 하셨다.
우리는 숙소에서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했으니, 피곤했지만, 즐거웠으니 괜찮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돌아가는 길 다 같이 점심을 먹었을 때 숙소에서 1박 전액을 환불해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1박에 60만 원 정도 하는 아주 비싼 숙소였지만 좋은 숙소였고, 너무 좋은 추억도 만들어주셨는데, 이 모든 걸 안 받겠다니요..!라는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분들에겐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정말 감사했다.
이런 완벽하고 행복한 기억이 남는 이벤트가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기획하는 나도, 뒤에서 준비해 주는 친구들도, 받는 오빠도 모두가 행복했고, 그렇게 우리는 약혼을 했다.
프러포즈 당일 이벤트를 준비했던 과정이 궁금하시면, 아래 영상을 보러 와주세요!
https://youtu.be/puMc_A92E78?si=YPK8lW0hK3n8ln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