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잘하고 있던 거였다.
첫 유학생활의 초창기는 매우 힘들었다.
두루두루 잘 지내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낯가림이 심했고, 마음이 맞는 친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어렸을 때부터 호주, 미국등 유학경험이 여럿 있었던 나는 어렵지 않게 적응을 할 줄 알았다. 서양권도 물론 어려웠지만, 이게 또 일본은 다르더라.
공간연출 디자인과의 특성상, 그룹과제가 많았다. 과제가 바뀔 때마다 팀원들이 바뀌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더욱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차라리 일본어보다 영어가 편해 영어로 의견조율을 하고는 했었다. 다른 학과는 그래도 함께 입학한 동급생 유학생 친구들이 많아, 함께 과제를 하는 것도 보고 그랬지만, 나는 어쩌다 보니 과 전체에서 운 좋게(?) 유일한 유학생으로 합격해, 같은 유학생이 없어 더욱 외롭다고 느꼈던 것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모두의 눈에 띄어 다들 나에 대한 존재는 알고, ‘얏호 이나짱’이라고 불러주고 다가와줬지만, 유학생에 대한 처음의 호기심으로 그쳤고, 그렇게 다가와준 친구들과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크게 관심 없는 k-pop이야기, 한국여행 간 이야기, 조금 아는 한국어 ‘카무사하무니다’ 정도 하고는 이야기 소재가 소진되기 마련이었다. 나는 더군다나 어려운 일본어 이름이, 얼굴과 매치하기도 힘들어 외우기가 정말 힘들었고, 그러다 보니 다가와준 친구들에게 내가 오히려 벽을 쳐버린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래도 나름 우수한 일본어 성적으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별개로 그들의 문화의 벽이 내겐 너무 높고 두꺼웠다.
그러다 보니 유학오기 전까지의 마음가짐으로는 절대로 한국인 유학생이랑은 되도록이면 어울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우습게, 같은 대학의 유학생이라는 것만으로 그들은 나의 마음의 안식처가 됐고, 덕분에 선배들과도 친해져 학교생활을 더욱 즐겁게 했었던 것 같다.
일본에 유학을 왔다고 일본인 친구들과만 무조건 놀아야 하고, 한국인이라면 꺼려하는 마음을 가진 친구들도 많다. 물론 당연히 일본친구들과 적응을 잘해나가면 그렇게 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하고, 물론, 정답은 없다. 하지만, 타지에서 만큼은 같은 나라의 선배와 친구들이 아주 큰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살짝 굳어있던 챗바퀴 같은 k ー pop 대화의 굴레에서도 나름 적응해, 다시 나 나름대로의 대화 방법과 생기를 되찾았고, 유학생 선배에게는 단위 따기 좋은 과목, 알바 정보, 요리 파티 등등 정보를 얻어가며 내가 생각하는 대학생활이 다시금 눈에 보이게 되며, 즐거워졌다.
대학 축제인 예술제때 한국인 유학생 회에서 내는 부침개 점포를 냈고, 이 기세를 물려받아 대학교 2학년이 되는 해에는 유학생회장까지 하게 됐다.
유학생들과의 MT도 기획하고, 그 후로 2년간 예술제에서도 ‘청춘식당’으로 제육볶음과 부침개등 오히려 일본친구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활동을 해나갔다.
유학을 왔으니 그 나라 친구들에게 맞추려고 노력했고, 노력하는 사이에는 친구도 연인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재미도 없는데 하하하 웃으면서 지냈었던 1학년을 겪고 나서 느낀 건, 그들에게 맞추는 것이 아닌 나를 알리고, 나를 알아주는 친구들이 나에게 다가와줬을 때, 그들에게 집중하는 것이었다.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학교생활이 풍부해졌고, 그렇게 조금씩 일본친구들이 생기며, 일본 대학생활이 즐거워졌던 것 같다.
모두에게 처음은 적응할 때까지 힘든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처음이듯,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 환경에 무섭게 적응하게 되어있다. 유학생이어서 힘들었던 그 시절들이 이제는 유학생이라서 강점이 되는 부분을 찾아냈고, 나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 어떤 건지를 알아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일본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이나입니다.
일본생활을 유튜브에 담고 있어요:) 꼭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