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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 Jun 24. 2021

피땀눈물로 배운 문제 해결 프로세스


야...

사고 쳤다.


라는 말은 다양하게 쓰인다. 얼마 전까지 가구 영업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회사에서  말은 ' 순간의 판단 착오로 고객에게는 분노를, 팀장님에게는 한숨을, 점장님에게는 두통을 안겨줄 어떠한 일을 저질렀고, 지금  핸드폰에는 "이거 어떻게  겁니까???" 하는 고객의 불같은 문자와 시공 기사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다.' 말을 함축한다.


번외로 영업사원들은 누군가 표정이 안 좋다 싶으면 "사고 쳤냐?"하고 슬그머니 묻는다. 그것은 순수한 궁금증의 표현인 동시에, 무료한 오후를 약간 뒤틀어 줄 가십거리를 찾기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나 또한 2년 정도 근무하며 칠 수 있는 사고는 다 쳐본 것 같다. 발주, 실측, 상담...誤(그릇할 오)로 시작하는 범주의 모든 사고들.


첫 '사고'를 쳤을 때가 기억이 난다. 책장을 구매한 고객이었다. 시공 당일 전화가 와서 선반에 구멍이 나 있다고 한다.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알고 봤더니 고객이 구매한 책장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었다. 하나는 우리가 아는 모양의 일반 책장, 또 하나는 책장 겸 옷도 걸 수 있게끔 선반에 봉을 달 수 있도록 보링 구멍이 나 있는 타입이었다.


고객은 일반 책장을 선택했는데, 나는 옷걸이 겸용 책장으로 발주한 것이다.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고객에게 고지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 명백했다. 고객은 바꿔달라는데, 설상가상으로 단종 절차를 밟고 있던 제품이라 재고도 없는 상황이었다. 여차 저차 색깔을 바꿔서 다시 넣어주는 것으로 합의를 했는데, 결론만 보면 단순했지만 고객 성향이 꽤 깐깐했던지라 참 머리가 지끈거렸던 사건이었다.


그럼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 대체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위의 사례처럼 영업사원의 귀책이 명백한 경우도 있지만,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도 있고 단순 변심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가 고객, 영업, 시공 등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보상을 바라는 고객도 있고, 교환, 환불을 원하는 고객도 있다. 그래야 좀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더 큰 불만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고객이 '화'가 난 지점을 찾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부분의 고객들은 곧장 빡돌아서 널 고소하겠다느니 으름장을 놓지 않는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그라데이션 분노'가 여기에 잘 적용되는데, 처음엔 분명 분노의 단계가 낮았을 것이다.

그라데이션 분노의 정석

그런데 늑장 대응이라던가, 응대 태도라던가, 책임 전가라던가, 뭐가 되었든 이들의 분노를 돌돌 굴려준 뭔가가 더 있었던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부분까지 캐치한다면 베스트 옵션으로 다가갈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다.



2. 빠르게 상급 관리자에게 보고한다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이상, 사건의 경위와 앞서 파악한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관리자에게 보고해야 한다. 영업사원이 상급자에게 혼나는 것이 싫어서 자기 선에서 해결하려 하다가 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곤 하는 상황을 왕왕 보았다. 물론 "팀장님ㅠㅠㅠㅠㅠㅠ"하고 곧장 달려가기보다는 명확하게 문제를 정의하고, 여기서 가능한 해결 방안이 뭐가 있을지를 생각해서 가면 팀장님의 한숨을 많이는 아니겠지만, 아주 조금은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휴...)



3. 문제 해결을 위한 옵션을 가지치기한다

당연히 문제 해결에는 딱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당장 가구 다 빼!!!!!"라고 했을 때, 넵! 하고 빼는 것은 사실상 최악의 선택지이기에 어떻게 하면 여기까지 가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점 예산 및 영업사원과 팀장의 읍소를 적절히 활용하여 고객을 잘 설득해서 그대로 사용하도록 할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 교환을 진행할 수도 있다. 아-주 드문 케이스이긴 하지만, 마치 맞춤 가구처럼 뜯고 붙여서 고객이 만족하고 쓸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옵션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고 케이스 종결을 선언한다.




그럴듯하게 정리를 해보았지만, 사실 가장 좋은 것은 고객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고객이 얼마나 화가 났을까, 얼마나 실망했을까, 얼마나 스트레스받을까 등을 생각해보면 저절로 그들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고 내 일처럼 해결하려 노력할 수 있다. 그런 태도로 고객을 대하면, 사실상 앞서 2번의 상급자에게 보고한다! 까지 가기도 전에 "됐어요, 그냥 쓸게요."라고 하거나, 교환이나 보상을 진행하려 해도 "매니저님한테 불이익 가는 거 아니지요? 그러면 안됩니다. 그러면 제가 미안해서 못 받습니다."라고 나를 먼저 생각해주시기도 한다.


어쨌든 제일 좋은 것은 어디서든 미리 꼼꼼하게 잘 살펴서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물론 이미 저질렀다면 빨리 털고 맥주 한 잔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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