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 사람들이랑 점심을 먹다가 연말이기도 하고 해서 '올해의 하이라이트는 뭐였어요?'라고 질문을 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회장님이랑 밥 먹으면 이런 질문받는다느니, 회사에서 할 얘기가 아니라 교회 모임에서 할 얘기 아니냐느니 아우성이었지만 오히려 뭐 어떠냐고 큰소리치고 아주 집요하게 물어봤는데, 그 와중에 들어온 지 삼 주 정도밖에 안 된 분이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어머니가 완치하신 것, 혼자 한 달 정도 여행을 다녀온 것'
한 달간의 여행 이야기도 참 듣기 좋았지만, 어머니가 완치하셨다는 그 말은 뭐랄까, 듣는 나에게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안도감을 주는 한 마디였다. 감히 그분의 입장을 상상해 본다면 긴 터널을 지나오는 기분이 아니었을지, 그리고 터널 끝에 다다라 이제는 지나온 깊은 어둠을 되돌아보며 내가 저 길을 걸어왔었지 하고 비로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묵직한 무언가를 털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누구나 생의 어느 순간에는 저마다의 터널이 있다. 어둠 속에서는 그 터널의 끝이 가늠이 되지 않으니 결국 지나고 나서야 그 어둠이 길었구나, 짧았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거겠지. 다만 아직도 내가 그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지라도, 이부자리에서 눈을 뜨고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지나온 어둠이 까마득한 점처럼 흐려질 때까지 자신만의 속도로 걸음을 옮기는 너를, 그리고 나를 응원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