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의 편지
'집 번호를 준다는 것'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2006년에 발매된 에픽하이의 노래인데요. 이런 가사입니다.
집 번호를 준단 건 내 맘을 준거라는 걸
내 사랑 전불 가진 거란 걸 몰랐나요.
집 번호를 준다는 게 대체 왜 그런 뜻이냐고 물으실 분들을 위해... 제가 이야기보따리를 메고 왔습니다. 읏챠읏챠!
이 노래가 발매될 2000년대 초에 저는 20대였어요. 당시에도 이동전화 보급율이 80%를 넘기는 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특히 젊은이들은 더욱 그랬죠. 그런데요. 하룻밤에도 수십 편의 사랑 노래를 읊고, 질풍노도와 격변의 날들을 겪는 20대들은 툭하면 전화번호를 바꿨답니다. 당시 신규로 출시되는 핸드폰 기기들이 무척 많기도 했고, 통신사 간 고객 유치 경쟁도 치열했기 때문에 핸드폰과 번호를 바꾸는 일이 일상적이었죠. 번호를 바꾸고 새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게 '이별'이나 '손절'의 한 방법일 만큼요.
그러니까 귀했던 거예요, 집 번호를 준다는 건.
바뀌지 않을 무언가를 알려주겠다는,
결코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는,
사적인 영역을 활짝 열어 보여주겠다는 뜻이거든요.
요즘의 저는 집 전화가 거의 사라진 시대를 사는 집 번호 없는 사람입니다. 이젠 알려주고 싶어도 집 번호를 알려줄 수가 없죠. 그래서 요샌 '집 번호'를 알려주는 마음으로 '집 주소'를 알려줘요.
집으로 초대하는 거죠.
이건 집 번호를 알려주는 것보다 확실히 어려운 일 같아요. 누군갈 집에 초대한다는 건 당신을 완전히 믿는다는, 내 세계를 온전히 열어 보여주겠다는 그런 의미니까요. 대개 집에는 자랑할 것보다감추어야 할 것들이 더 많더라고요. 밖에서 만날 때는 딱히 보일 일 없는 삶의 부스러기나 피곤의 물때 같은 것들을 쉽게 마주하게 되죠.
그럼에도 '집 주소를 주는 것'은 확실한 마음의 표현입니다. 굉장히 멋지고 자랑할 만한 집이라서가 아니라 부족하고 부끄러운 면모까지도 내보일 만큼 당신을 신뢰하고 좋아한다는 것을 전하는 정성스러운 방법입니다.
그런 의미로, 7월에는 인어피스 멤버들을 집에 초대해 집에서 함께 일하는 날을 만들었어요. 거실 사이즈 대비 큰 1800 사이즈의 H.라운드 테이블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점심에는 제 필승 레시피로 빠에야도 만들어 대접하고, 인어피스 묘델이자 전무님인 소망님을 바라보며 하하호호 웃는 시간을 많이많이 가졌습니다(중요, 별 세 개)!
집에서 조심스레 누군갈 맞이하고 또 배웅하며 생각합니다. 아, 내가 또 이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우리의 세계가 연결되었구나. 그러면서 상상해 봐요. 사람들의 마음이 오가고 이야기가 쌓이는 여러 공간에 인어피스 가구가 놓인 장면들을요. 그곳에서 흠뻑 사랑을 머금고 나이들어갈 모습들을 그려봅니다.
구독자님은 어떤가요?
무엇을 줄 때 마음을 전부 주는 것인가요? 소중한 이가 생기면 내어 보이시는 게 어떤 것인지 괜히 궁금해지네요.
2025년 7월,
8월을 고대하며 인어피스 박소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