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방문판매의 추억

작은 브랜드 '인어피스'의 희로애락 레터

by 인어피스

2025년 9월의 편지


"이게 우리 집에 어울릴지 모르겠네... 집에 갖다 놓고 한 번 보면 좋겠는데..."

팝업스토어에서 스툴을 가만 바라보시던 고객님이 조용히 읊조리고 계시더라고요.

"혹시 댁이 이 근처세요?"

제 질문에 고객님이 바로 답하셨어요.

"네, 가까워요. 여기 연희동. 저 바로 뒤예요."

저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습니다.

"그럼 같이 가보시죠!"


스툴을 들고 고객님을 따라나섰습니다. 팝업스토어에서 정말 멀지 않은 곳이더라고요. 오랜 세월 고객님이 공들여 꾸민 공간을 둘러보는 행운을 얻은 것만으로 기뻤는데, 집에 놓인 모습이 마음에 드신다며 스툴도 구매하셨습니다. 지난 5월, 그러니까 연희동에서 팝업을 운영할 때의 일입니다. 돌이켜 보니 인어피스 최초의 방문판매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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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잊고 있던 이 일을 다시 떠올린 것은 며칠 전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덕분입니다. (전화번호를 저장해두기도 했지만) 받는 순간 고객님의 목소리는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반갑게 안부를 여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아주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어요.


"스툴을 볼 때마다 너어- 무 기분이 좋아서 집안 곳곳에 두고 싶은데, 같은 스툴로 두 개 더 주문할 수 있을까요?"


순간 제 맘속에 불꽃축제가 열렸습니다. 어떤 것은 하트 모양으로, 어떤 것은 꽃 모양으로 기쁨이 팡팡팡 터져나왔어요.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내 속에 불꽃축제가 열린 이유는 뭘까. 단순히 제품이 더 팔리고 매출이 올라서인가......? 아뇨, 아니었어요. 스툴을 볼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집안 곳곳에 두고 싶다는 그 말이 목수인 제 마음을 마구마구 흔들어버린 거였어요.


제품을 기획할 때마다 좀 더 멋들어지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그럴 때마다 생각합니다. 저는 작품이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고요. 보기에 멋져도 알맞은 쓸모를 제공하지 못하는 요소는 과감히 덜어냅니다.


고객님의 선택을 받은 제품을 만들 때는 반대입니다. 작품을 만드는 마음과 손길로 임해요. 원목가구가 아니라 오브제를 만드는 마음으로 만듭니다. 세월을 통과하며 사용하고 또 간직할 작품이 되도록요. 언제까지고 고객님과 제 마음의 불꽃축제가 멈추지 않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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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그간 잘 지내셨나요? 8월에 뉴스레터가 도착하지 않아 놀라셨지요? 실은................ 저도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답니다. 지난 마곡리빙디자인페어에 부스에 놀러오신 고객님이 뉴스레터 '인오피스'가 왜 안 오느냐고 물어보셔서 그제야 알았어요. 세상에!


변명하자면 마곡리빙디자인페어와 10월의 여러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마지막 날 저녁이 되어서야 보내고 있네요. 앞으로는 좀 더 부지런히 움직여 볼게요! 기다려주셔서 영광이고 감사합니다.





2025년 9월


제품과 작품 사이에서,

인어피스 박소연 드림.




한 조각의 평화를 담은 원목가구를 만듭니다, 인어피스.

www.inapie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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