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루미 첫 탈출사건"

"루미의 첫 탈출 사건"

by 시더로즈






오늘은 정말 미스터리한 하루였다.

아침에 거인이가 나를 꺼냈다. 평소처럼. 손에 올려놓고 엄지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쓸어내렸다. 쓰윽쓰윽. 기분 좋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거인이의 손이 좀 떨렸다.

"루미야, 오늘 엄마 친구가 와."

엄마 친구?

나는 거인이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거인이는 거울 앞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얼굴에 뭔가 칠하고. 옷도 바꾸고.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집도 좀 정리해야 하고... 루미 넌 조용히 있어야 돼, 알았어?"

조용히?

나는 모른다. '조용히'가 뭐 하는 건지.

거인이가 나를 새장 안에 넣었다. 평소보다 좀 더 멀리. 침실에서 거실이 보이는 위치로. 그리고 그 앞에 커다란 짐을 놓았다.

"루미, 제발... 오늘은 튀어나오지 마."

튀어나온다고?

나는 가만히 있었다.

약 30초.

내가 못 견디면 누가 견딘다는 거야?

나는 새장의 문을 몸으로 밀었다. 약한 걸 알고 있었거든. 이 거인이는 평소에 그렇게 꼭 잠그지 않아. 항상 그냥 '닫아뒀다고' 생각하는 거지.

끼익.

문이 열렸다.

나는 살금살금 나왔다. 커다란 짐을 피해서. 거인이가 보지 못하도록.

거실에는 뭔가 낯선 냄새가 났다. 청소 화학약품? 향초? 뭔가 자극적이었다. 거인이는 집을 치고 또 치고 있었다. 안경을 쓴 모습도 처음 본다.

"루미가 집에서 한 자국이라도 보이면..."

거인이는 뭐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소파 밑으로 몸을 숨겼다. 여기가 최고의 관찰 위치다. 거실 전체가 보인다.

30분이 지났다.

드르르릉.

초인종이 울렸다.

"어! 와! 손지인, 미안해. 조금 늦었어?"

문이 열렸다. 거인이가 아닌 다른 거인이가 들어왔다. 내가 본 거인이들 중 가장 크고 우렁참한 목소리였다.

"어라, 집이 깔끔하네? 뭐 특별한 일 있어?"

"아, 아니야. 그냥... 청소했어."

"나 때문에?"

"음... 그건 아니고..."

거인이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손지인이라는 거인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너 진짜 변했네. 예전엔 이런 거 신경 안 썼잖아."

"그게..."

"혹시 누가 있어? 남자?"

"아니!! 그게 아니라..."

거인이가 얼굴이 빨개졌다. 신기했다. 거인이도 얼굴이 빨개지는구나.

"어? 뭐야, 뭐야! 뭔가 있잖아! 또 웹툰?"

"아, 그건 아니고... 펫이 있어."

펫?

내 귀가 쫑긋 섰다.

"펫? 뭔데? 강아지? 고양이?"

"아니... 햄스터."

"햄스터? 진짜? 너?"

"응... 루미라고."

루미. 내 이름을 이렇게 다른 거인 앞에서 부르다니.

소파 밑에서 조심스럽게 나왔다.

나는 거인이의 발치 근처에서 멈춰섰다. 이것도 전략이다. 손지인이라는 거인은 나를 못 볼 텐데, 거인이는 나를 볼 수 있거든.

거인이의 눈이 나를 발견했다. 눈빛이 흔들렸다. 마치 '지금 뭐 하는 거야?'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입장도 있다.

거인이의 친구를 보고 싶었던 거야.

손지인이가 거실로 들어왔다.

"어디? 어디 있어? 햄스터!"

그때였다.

나는 번개같이 소파 밑으로 들어갔다.

"어? 뭐야? 막 본 것 같은데?"

"아... 루미가 좀 수줍음이 많아서..."

거인이가 말했다.

거짓말이다.

나는 수줍음이 많지 않다. 나는 단지 전술적 결정을 내렸을 뿐이다.

손지인이가 소파 밑을 들여다봤다.

"오, 정말 작네! 애기네!"

나는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거인이가 손지인이를 거실로 이끌었다.

"커피 할래?"

"응, 마셔."

드디어 거인이들이 거실을 떠났다. 나는 조용히 나왔다.

소파 밑은 나의 새로운 관찰지점이 되었다.

거인이는 주방에서 물을 끓이고 있었다.

손지인이는 거실에서 뭔가를 보고 웃고 있었다.

"야, 근데 이게 뭐야?"

손지인이가 뭔가를 들었다.

나의 작은 하트 모양 장난감이었다.

"루미가 좋아해서..."

거인이가 나왔다.

"진짜 너 달라졌네. 예전엔 이런 거 하나도 안 했어."

"뭐 하는 거야?"

거인이가 화를 낼 줄 알았다. 하지만.

거인이는 손지인이에게 나를 보여주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거인이가 소파로 내려와서 손으로 나를 얍!

나는 반발했다. 지금 준비 안 됐거든.

"루미! 손지인이에게 인사해!"

인사? 내가?

하지만 거인이의 손에 안긴 나는 거부할 수 없었다.

거인이는 나를 손지인이 앞으로 가져갔다.

손지인이의 얼굴이 크게 보였다.

"오, 정말 귀엽게 생겼네! 눈이 반짝반짝해!"

나는 경계했다. 낯선 거인이다. 냄새도 다르다. 목소리도 크다.

하지만.

거인이가 나를 안고 있다.

이건... 안전 신호다.

나는 조금 긴장을 풀었다.

손지인이가 손가락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나는 킁킁 냄새를 맡았다.

"아, 코 놀려! 너무 귀여워!"

거인이가 웃었다.

"루미 이렇게 호기심 많거든. 새로운 거 보면 항상 먼저 냄새부터 맡아."

"햄스터가 이렇게까지 성격이 있어? 진짜?"

"응. 루미는 진짜 특별해."

거인이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뭔가 자랑스러운 톤이었다.

나는 거인이의 가슴팍에 기대앉았다.

손지인이가 또 웃었다.

"야, 너 진짜 변했어. 진짜로. 저 일년간 뭐 한 거야?"

"그건... 아직 말할 수 없는 비밀이야."

거인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그 시선을 받으며 깨달았다.

아. 나도 변했구나.

애완동물 가게에서 나왔을 때만 해도 나는 그냥 작은 햄스터였다. 두렵고 경계심 가득했고. 하지만 지금 나는...

거인이의 가족이다.

그리고 거인이도 나 때문에 뭔가 변한 것 같다.

"루미 봤어? 너 때문에 손지인이가 엄청 관심 가져."

거인이가 나를 안고 손지인이 쪽으로 다가갔다.

손지인이는 매혹된 거인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도 동물 키워야 하나? 이렇게 귀여운데?"

"루미가 너랑 맞을 것 같지는 않아. 루미는 조용한 거 좋아해."

거인이가 말했다.

손지인이가 웃었다.

"넌 왜 갑자기 이래?"

"뭐가?"

"넌 항상 시끄러운 거 좋아했잖아. 파티, 모임, 이런 거... 근데 지금 너한테선 뭔가 차분한 느낌이 나."

거인이가 나를 더 안았다.

"사람이 변할 수 있는 거야. 뭔가 소중한 걸 만나면."

내 마음이 철렁했다.

나도 변했고.

거인이도 변했고.

우리는 서로를 변화시켰다.

그 밤, 손지인이가 떠난 후.

거인이는 나를 들어올렸다.

"오늘 뭐 한 거야? 난 분명히 나가지 말라고 했잖아?"

나는 눈을 감았다. 혼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겠어. 넌 나를 숨길 수 없는 거지?"

거인이가 웃었다.

"넌 자꾸만 나타나. 내 삶에. 내 일상에. 자꾸자꾸."

거인이의 가슴에 얼굴을 묻혔다.

"그리고 그게... 좋아."

나도 안다.

내가 없었다면 거인이는 지금 다른 모습이었을 거다.

그리고 나도.

나 없었다면 거인이는 손지인이 앞에서 이렇게 작은 존재를 자랑하지 않았을 거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자꾸 튀어나오고.

거인이는 자꾸 나를 찾는다.

이것도 사랑일까?

햄스터 3년차(인간나이 30대)인 나는.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새장 안에 누워서 생각했다.

"내일도 한 번 튀어나와봐야겠다."

거인이는 또 나를 찾을 거고.

나는 또 그 손에 안길 거고.

우리는 또 웃을 거다.

그런 반복.

그런 일상.

그런 우리.

정말 좋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새로운 하루가 모레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기다릴 수 없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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