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와 거인이의 신뢰
"찹쌀떡"
주말이었다.
햇살이 따뜻했다.
거인이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나를 들어 올렸다.
"루미, 여기 있어봐."
거인이의 배 위였다.
잠깐.
여기가 어디지?
나는 두리번거렸다.
넓었다. 푹신했다. 오르락내리락 움직였다.
이상한 땅이다.
코를 킁킁거렸다.
거인이 냄새.
일단 위험하진 않은 것 같다.
탈출 경로를 확인했다.
왼쪽 - 이불 산맥. 오른쪽 - 베개 협곡. 뒤쪽 - 절벽(침대 끝).
음. 도망칠 수 있다.
도망쳐야 하나?
그때 거인이의 손이 내 등을 쓰다듬었다.
쓰윽—
...어?
쓰윽—
......어어?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상하다. 분명 서 있으려고 했는데.
찰싹.
나는 납작해졌다.
완전히.
철저하게.
처참할 정도로.
뭐야. 뭐야 이거.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일어나' 하고 명령했다.
몸이 대답했다. '싫어.'
거인이가 웃었다.
"어머, 너 지금 뭐야."
나도 몰라.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른다고.
쓰윽— 쓰윽—
거인이의 손이 머리를 쓸어내렸다.
아.
아아.
눈이 감겼다.
저항할 수 없었다.
이건... 이건 반칙이다.
거인이의 배는 따뜻했다.
적당히 푹신했다.
숨 쉴 때마다 출렁출렁.
마치... 마치...
따뜻한 배 위에 탄 것 같았다.
아니, 진짜 배 위잖아. 거인이 배.
나는 점점 녹아내렸다.
원래 햄스터는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다.
항상 주변을 살피고,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칠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게 생존 본능이다.
...본능아, 지금 어디 갔어?
대답이 없었다.
본능도 휴가 간 것 같았다.
찰칵—
무슨 소리가 났다.
원래 같으면 벌떡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귀만 살짝 움직였다.
그게 내 최선이었다.
거인이가 뭔가 중얼거렸다.
"우리 루미 찹쌀떡 됐어요..."
찹쌀떡?
그게 뭔데?
맛있는 건가?
먹을 수 있는 건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1분? 10분? 1시간?
상관없었다.
여기 있고 싶었다.
계속.
영원히.
거인이가 말했다.
"고마워, 루미. 나를 믿어줘서."
믿는다고?
글쎄.
나는 그냥 못 움직이는 건데.
...아니, 솔직히 말할게.
믿는다.
이 커다란 손을.
이 따뜻한 배를.
이 이상한 거인이를.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에 있다.
거인이의 배 위.
찹쌀떡 모드.
해가 기울었다.
노을빛이 방 안에 번졌다.
거인이가 말했다.
"루미야, 우리 이렇게 자주 있자."
...좋아.
근데 한 가지 조건이 있어.
쓰다듬는 거 멈추지 마.
멈추면 나 일어날 수도 있어.
아마.
아마도.
...솔직히 자신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