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찹쌀떡"

루미와 거인이의 신뢰

by 시더로즈


"찹쌀떡"

주말이었다.

햇살이 따뜻했다.

거인이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나를 들어 올렸다.

"루미, 여기 있어봐."

거인이의 배 위였다.

잠깐.

여기가 어디지?

나는 두리번거렸다.

넓었다. 푹신했다. 오르락내리락 움직였다.

이상한 땅이다.

코를 킁킁거렸다.

거인이 냄새.

일단 위험하진 않은 것 같다.

탈출 경로를 확인했다.

왼쪽 - 이불 산맥. 오른쪽 - 베개 협곡. 뒤쪽 - 절벽(침대 끝).

음. 도망칠 수 있다.

도망쳐야 하나?

그때 거인이의 손이 내 등을 쓰다듬었다.

쓰윽—

...어?

쓰윽—

......어어?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상하다. 분명 서 있으려고 했는데.

찰싹.

나는 납작해졌다.

완전히.

철저하게.

처참할 정도로.

뭐야. 뭐야 이거.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일어나' 하고 명령했다.

몸이 대답했다. '싫어.'

거인이가 웃었다.

"어머, 너 지금 뭐야."

나도 몰라.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른다고.

쓰윽— 쓰윽—

거인이의 손이 머리를 쓸어내렸다.

아.

아아.

눈이 감겼다.

저항할 수 없었다.

이건... 이건 반칙이다.

거인이의 배는 따뜻했다.

적당히 푹신했다.

숨 쉴 때마다 출렁출렁.

마치... 마치...

따뜻한 배 위에 탄 것 같았다.

아니, 진짜 배 위잖아. 거인이 배.

나는 점점 녹아내렸다.

원래 햄스터는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다.

항상 주변을 살피고,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칠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게 생존 본능이다.

...본능아, 지금 어디 갔어?

대답이 없었다.

본능도 휴가 간 것 같았다.

찰칵—

무슨 소리가 났다.

원래 같으면 벌떡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귀만 살짝 움직였다.

그게 내 최선이었다.

거인이가 뭔가 중얼거렸다.

"우리 루미 찹쌀떡 됐어요..."

찹쌀떡?

그게 뭔데?

맛있는 건가?

먹을 수 있는 건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1분? 10분? 1시간?

상관없었다.

여기 있고 싶었다.

계속.

영원히.

거인이가 말했다.

"고마워, 루미. 나를 믿어줘서."

믿는다고?

글쎄.

나는 그냥 못 움직이는 건데.

...아니, 솔직히 말할게.

믿는다.

이 커다란 손을.

이 따뜻한 배를.

이 이상한 거인이를.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에 있다.

거인이의 배 위.

찹쌀떡 모드.

해가 기울었다.

노을빛이 방 안에 번졌다.

거인이가 말했다.

"루미야, 우리 이렇게 자주 있자."

...좋아.

근데 한 가지 조건이 있어.

쓰다듬는 거 멈추지 마.

멈추면 나 일어날 수도 있어.

아마.

아마도.

...솔직히 자신 없어.

월요일 연재
이전 07화7화: 함께 만드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