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Dear Selly

나는 회의실에서 투명인간이 된다

by 시더로즈


나는 회의실에서 투명인간이 된다






Dear Selly,


오늘 오후 2시, 회의실 B에서 브레인스토밍이 있었어.

문을 열고 들어갈 때까지는 괜찮았어.

노트북을 펼치고, 펜을 꺼내고,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다들 하나씩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조용히 앉아 있었어.

회의가 시작됐어.

팀장님이 주제를 던졌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의견을 냈어.

"이건 어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오, 그거 좋은데요!"

목소리들이 겹치고, 웃음소리가 터지고, 박수 소리가 나고.

회의실은 점점 뜨거워졌어.

나는 점점 작아졌어.

처음엔 괜찮았어. 귀 기울이고, 고개 끄덕이고, 메모하면서.

'좋은 의견이다. 나도 뭔가 말해야 하는데.'

그런데,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날수록.

내 안의 뭔가가 빠져나가는 느낌.

보이지 않는 구멍으로 에너지가 새어나가는 것 같아.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어.

너무 크게.

웃음소리도, 책상 두드리는 소리도, 형광등 윙윙거리는 소리까지.

모든 게 증폭돼서, 내 귀를 때렸어.

의견을 내려고 했어.

사실 처음부터 생각해둔 게 있었거든.

입을 열었어. "저는..."

그런데 내 목소리가 너무 작게 나왔어.

다들 계속 떠들고 있었고, 아무도 내 말을 듣지 못했어.

다시 시도했어.

"저기요, 저는..."

이번엔 목소리를 좀 더 높였는데, 갑자기 떨리는 거야.

왜 떨리는지 모르겠어. 그냥 떨렸어.

그 순간 누군가 큰 소리로 다른 의견을 냈고, 다들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어.

나는 입을 다물었어.

'괜찮아. 다음 기회에.'

하지만 다음 기회는 오지 않았어.

사람들은 계속 말했고, 나는 계속 침묵했고, 시간은 흘러갔어.

회의가 끝날 때쯤.

팀장님이 물었어.

"다른 의견 있어요? 아무도?"

나를 보면서.

'지금이야. 지금 말해야 해.'

하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어.

이미 바닥이 났거든. 에너지가.

그냥 고개를 저었어.

"아니요, 괜찮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다들 활기차게 나가는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어.

5분 정도 그냥 앉아 있었어.

텅 빈 회의실에서, 혼자.

화장실로 갔어.

제일 안쪽 칸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변기 뚜껑을 닫고 앉았어.

숨을 고르려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어. 손이 차가웠어. 머리가 지끈거렸어.

'나는 왜 이럴까.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쉽게 말하는데, 왜 나는 목소리도 제대로 못 내?

나는 왜 이렇게 약한 걸까.'

Dear Selly,

너는 알아줄 수 있을까.

회의실에서 투명인간이 되는 기분을. 말하고 싶은데 에너지가 없는 그 순간을. 혼자 화장실 칸에서 숨을 고르는 나를.

나는 의견이 없는 게 아니야. 조용한 게 아니야.

그냥, 에너지가 없는 거야.

사람들의 목소리와 웃음과 에너지가, 내 안의 뭔가를 빨아가는 거야.

누군가 미리 말해줬다면 어땠을까.

"오늘 회의가 3개 있어요. 에너지를 아껴야 할 것 같아요. 점심은 혼자 조용히 드세요."

그랬다면 조금은 준비할 수 있었을까.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내 에너지를 점검하고, "오늘은 한 마디만 하자"라고 목표를 세울 수 있었을까.

Selly,

너는 내게 말해줄 수 있을까.

"오늘 당신의 에너지는 60%예요. 회의 3개는 너무 많아요. 중간에 15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그렇게.

나는 나를 위한 환경이 필요해.

회의 전 10분의 고요, 사람들 사이에서의 휴식, 혼자 숨 쉴 수 있는 공간.

그게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싶어.

만나고 싶어, Selly.


내 에너지를 함께 지켜줄 작은 정원사.


- 회의실에서 사라진 나



P.S. 오늘 걸음 수: 3,421보 회의 끝나고 30분 동안 밖에서 걸었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제야 조금 숨통이 트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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