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개화 (Bloom) - 뿌리에서 가지로

뿌리에서 가지로

by 시더로즈







1.회사 설립.



2023년 3월 15일.

"주식회사 하트스케이프"가 공식적으로 탄생했다.

대표이사: 서린 이사: 준혁 투자자: 강민수

법무사 사무실에서 서류에 도장을 찍는 순간, 서린이는 손이 떨렸다.

'나... 진짜 대표야?'

열아홉 살.

대부분의 또래는 MT 가고, 술 마시고, 연애하고 있을 때.

서린이는 회사를 차렸다.

법무사가 축하한다며 악수를 청했다.

"젊은 나이에 대단하시네요.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밖으로 나왔다.

햇살이 따뜻했다.

준혁이 말했다.

"서린아, 우리 진짜... 해냈다."

"응."

"무섭지?"

"응."

"나도."

둘은 웃었다.

그리고 근처 편의점에서 바나나우유를 사서 건배했다.

"주식회사 하트스케이프 창립을 축하하며!"

"건배!"

달콤한 우유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

서린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고마워. 여기까지 데려와줘서.'

2.

하지만 현실은 곧 덮쳐왔다.

회사를 차리는 것과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해야 할 일들:

사무실 구하기


사업자등록


법인 통장 개설


회계 시스템 구축


투자금 집행 계획


개발 로드맵 수립


마케팅 전략


그리고... 학교


학교.

서린이는 여전히 대학생이었다.

수업도 들어야 하고, 시험도 봐야 하고, 과제도 해야 했다.

강민수 투자자가 조언했다.

"휴학하는 게 어때요?"

"휴학이요?"

"응. 창업에 집중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텐데."

서린이는 고민했다.

휴학하면 창업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학교를 떠나는 게 두려웠다.

'만약 실패하면? 돌아갈 곳이 없으면?'

준혁도 같은 고민을 했다.

"서린아, 우리 어떻게 할까?"

"모르겠어... 너는?"

"나는... 일단 다니면서 해보고 싶어. 정 안 되면 그때 휴학해도 되잖아."

"그래, 나도 그게 나을 것 같아."

강민수에게 말했다.

"일단 학교 다니면서 해볼게요."

강민수가 웃었다.

"그래요. 신중한 게 나쁘지 않아요. 대신 시간 관리 철저히 해야 해요."

3.

시간 관리.

서린이는 하루를 쪼갰다.

오전 6시 - 8시: 개발

가장 머리가 맑을 때 코딩


오전 9시 - 12시: 수업

필수 과목만 수강


오후 12시 - 1시: 점심 겸 미팅

강민수 투자자, 김지혜 교수님 등


오후 1시 - 6시: 회사 업무

작은 공유 오피스를 빌렸다


개발, 기획, 마케팅, 운영


오후 6시 - 7시: 저녁 겸 휴식

오후 7시 - 10시: 개발 & 공부

AI, 머신러닝, 비즈니스 관련


오후 10시 - 11시: 명상 & 회복

자신을 돌보는 시간


오후 11시 - 12시: 감정 일기 & 계획

하트스케이프에 자신의 감정 기록


내일 계획 수립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지치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니까.'

4.

3월 말.

첫 팀 미팅.

서린이, 준혁, 그리고 강민수.

공유 오피스의 작은 회의실.

화이트보드에 서린이가 적었다.

"3개월 목표"

"일단 우리가 어디까지 갈지 정해야 해요."

강민수가 물었다.

"현실적으로, 3개월 안에 뭘 할 수 있을까요?"

준혁이 답했다.

"모바일 앱 출시. 지금은 웹만 있는데, 사람들이 계속 앱 달라고 하거든요."

"좋아요. 그리고?"

서린이가 말했다.

"사용자 1만 명. 지금 1천 명이니까, 10배 성장."

강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야심 차네요. 어떻게 달성할 건데요?"

"마케팅이요. 지금까지는 입소문만 의존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알려야죠."

"예산은?"

"투자금 중에서... 1천만 원?"

강민수가 계산했다.

"고객 획득 비용이 1천 원이면, 1만 명 가능하네요. 근데 우리 타겟이 HSP라는 니치 시장이라 광고비가 더 들 수도 있어요."

"그럼 바이럴 마케팅은 어때요?"

서린이가 제안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거예요. HSP에 대한, 감정에 대한, 자기돌봄에 대한. 그리고 SNS에 퍼뜨리는 거죠."

"좋은데, 누가 만들어요?"

"제가요."

"서린 씨가? 개발도 하면서?"

"밤에 할게요."

강민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린 씨, 번아웃 조심해야 해요."

"괜찮아요. 저... 이거 하면 에너지가 생겨요."

준혁이 거들었다.

"서린이 진짜 이상해요. 좋은 의미로. 일을 하면 할수록 더 빛나요."

서린이는 쑥스럽게 웃었다.

"본질을 살면 지치지 않는대요."

강민수가 빙그레 웃었다.

"좋아요. 그럼 3개월 목표 확정. 모바일 앱 출시, 사용자 1만 명. 파이팅!"

5.

그날부터 진짜 전쟁이 시작되었다.

준혁은 모바일 앱 개발에 집중했다.

iOS와 Android 동시 개발.

React Native를 사용해서.

"서린아, 나 지금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 유튜브 보면서 배우는 중이야."

"나도 그렇게 배웠어. 괜찮아."

서린이는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먼저 블로그를 만들었다.

"파란장미의 정원 - HSP를 위한 이야기"

매주 2개씩 글을 올렸다.

"HSP란 무엇인가" "당신이 예민한 게 아니라 특별한 거예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약점이 아니라 능력입니다" "마음의 숲을 가꾸는 방법"

글을 쓰는 게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의 이야기였으니까.

평생 겪어온 고통.

그 고통을 이해하게 된 과정.

그리고 치유의 방법들.

모두 진실이었다.

반응이 왔다.

"이 글 읽고 울었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처음으로 제가 이해받는 느낌이에요." "블로거님도 HSP세요? 제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아세요?"

댓글이 달리고, 공유가 되고, 조회수가 올라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트스케이프로 유입되었다.

6.

Instagram도 시작했다.

@heartscape_official

매일 1개씩 포스팅.

감성적인 이미지와 짧은 글.

"당신의 예민함은 세상을 더 깊이 느끼는 능력입니다"

"오늘 당신의 마음은 어떤 날씨인가요?"

"감정은 흘러가는 것 붙잡으려 하지 말고 지나가도록 두세요"

팔로워가 조금씩 늘었다.

100명, 500명, 1000명...

그리고 그들이 하트스케이프를 다운로드했다.

한편, 준혁은 밤낮으로 개발했다.

"서린아, 이거 봐. 앱 첫 화면."

화면에는 아름다운 숲이 펼쳐져 있었다.

사용자의 감정들이 각기 다른 나무로 표현되어 있었다.

"와... 이거 진짜 예쁘다."

"그치? UX 디자이너 하늘씨 기억나? 그분한테 연락했어. 도와주시겠대."

"정말?"

"응. 우리 비전에 공감하신대."

서린이는 가슴이 벅찼다.

'사람들이... 모이고 있어.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7.

4월 중순.

하트스케이프 모바일 앱 베타 버전 완성.

팀 미팅에서 공개했다.

강민수가 직접 써봤다.

"오... 이거 정말 잘 만들었는데요?"

"감사합니다."

"특히 이 숲 시각화. 진짜 예쁘고, 직관적이에요."

"하늘씨 덕분이에요."

강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씨한테 정식으로 조인 제안하는 게 어때요?"

"조인이요?"

"네. 공동창업자로. 물론 지분은 협의해야겠지만."

서린이와 준혁이 눈을 마주쳤다.

"좋은 생각인 것 같아."

하늘씨에게 연락했다.

"하늘씨, 저희 팀에 합류하실 생각 없으세요?"

하늘씨는 잠시 고민했다.

"저... 지금 다니는 회사가 있어서요."

"알아요. 하지만 파트타임으로라도..."

"사실은요."

하늘씨가 조용히 말했다.

"저도 HSP거든요. 회사 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요. 정치질, 야근, 거짓된 회의들..."

서린이는 깊이 공감했다.

"저도 알아요. 그래서 제가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HSP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

"그게... 가능할까요?"

"저희랑 같이 만들어봐요."

하늘씨는 한참을 생각했다.

"조건이 있어요."

"네?"

"원격근무 가능해야 해요. 그리고 유연근무. 저는 아침형 인간이라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내고 싶어요."

서린이는 웃었다.

"당연하죠. 저희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리고... 솔직하게 일하고 싶어요. 정치 안 하고, 가식 안 떨고."

"그게 저희 문화예요."

하늘씨가 미소 지었다.

"그럼... 할게요. 제가 하트스케이프를 처음 봤을 때부터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8.

팀이 완성되었다.

서린: CEO, 비전 & 전략 & 콘텐츠


준혁: CTO, 개발 & 기술


하늘: CDO (Chief Design Officer), 디자인 & UX


작은 팀이지만, 완벽한 조합이었다.

5월 1일.

공식 앱 스토어 출시.

"하트스케이프 - 당신의 마음을 숲처럼 가꾸세요"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세 사람은 공유 오피스에 모여 앉아 새로고침을 계속 눌렀다.

"다운로드... 1건!"

준혁이 소리쳤다.

"2건!"

"10건!"

"50건!"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기존 웹 사용자들이 앱으로 옮겨오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용자들도 유입되었다.

앱스토어 검색 최적화(ASO)가 효과를 보고 있었다.

하루 만에 500건 다운로드.

일주일 만에 2000건.

한 달 만에 5000건.

그리고 리뷰들이 쏟아졌다.

⭐⭐⭐⭐⭐ "이 앱은 제 인생을 바꿨어요" ⭐⭐⭐⭐⭐ "HSP로서 처음으로 이해받는 느낌" ⭐⭐⭐⭐⭐ "디자인이 너무 따뜻하고 아름다워요" ⭐⭐⭐⭐⭐ "마음의 숲을 보니 제가 보여요"

평점 4.8.

서린이는 리뷰를 하나하나 읽으며 울었다.

'우리가... 도움이 되고 있어.'

9.

하지만 모든 게 순조로운 건 아니었다.

5월 중순.

서버가 다운되었다.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서버 용량을 초과한 것.

준혁이 당황했다.

"서린아, 큰일 났어! 서버가 죽었어!"

"뭐?!"

"사용자들이 앱을 못 써. 지금 당장 서버 증설해야 해."

"얼마나 들어?"

"최소... 500만 원?"

서린이는 빠르게 계산했다.

남은 투자금을 고려하면, 가능했다.

"해. 바로 해."

"근데 시간이 걸려. 최소 하루는..."

"그럼 사용자들한테 공지해야지."

서린이는 급하게 SNS에 올렸다.

"하트스케이프 가족 여러분, 현재 서버 이슈로 일시적인 접속 장애가 있습니다. 빠르게 해결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서린 드림"


댓글이 달렸다.

"괜찮아요! 좋은 앱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천천히 해도 돼요.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사용자들의 따뜻함에 서린이는 또 울었다.

준혁은 밤을 새워 서버를 증설했다.

다음 날 아침, 서비스 재개.

사용자들이 환호했다.

"돌아왔다!" "역시 하트스케이프!"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배운 게 있었다.

'성장에는 고통이 따라온다. 준비해야 해.'

10.

6월.

사용자 8000명 돌파.

목표였던 1만 명이 눈앞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수익.

강민수가 미팅에서 물었다.

"현재 수익이 얼마죠?"

"...0원이요."

"투자금은?"

"반 정도 썼어요."

"그럼 6개월 후면 바닥나겠네요."

침묵.

강민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여러분, 비즈니스는 지속 가능해야 해요. 돈을 벌어야 해요."

서린이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돈을 받는다는 게 꺼려졌다.

"사용자들한테 돈을 받아야 하나요? 그들이 힘든데..."

강민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에요, 서린 씨. 가치를 제공하면, 대가를 받는 게 당연해요. 오히려 무료로 주면, 가치가 낮아 보여요."

"하지만..."

"그리고 생각해보세요.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려면 서버비, 인건비, 개발비가 필요해요. 돈이 없으면 서비스가 사라져요. 그게 사용자들한테 더 나쁜 거예요."

준혁이 거들었다.

"민수형 말이 맞아, 서린아. 우리가 지속 가능하려면 수익이 필요해."

서린이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영혼과 비즈니스의 통합...'

'사랑을 주면서도 돈을 받을 수 있어.'

'그게 지구에서 사는 방법이야.'

"알았어요. 수익 모델을 만들어요."

11.

프리미엄 기능 개발.

무료 버전:

기본 감정 기록


간단한 숲 시각화


주간 통계


프리미엄 버전 (월 9,900원):

무제한 감정 기록


AI 심화 분석


맞춤형 케어 제안


명상 가이드 오디오


전문가 Q&A (월 1회)


그리고 기업 B2B 패키지도 기획했다.

직원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근데 기업이 살까?"

하늘이 물었다.

"요즘 기업들 정신건강에 관심 많아요."

강민수가 설명했다.

"번아웃, 이직률, 생산성 저하... 다 정신건강 문제와 연결되어 있거든요.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가치가 있어요."

6월 말.

프리미엄 버전 출시.

그리고... 기다렸다.

첫날, 프리미엄 가입자: 3명.

"...3명?"

서린이는 실망했다.

하지만 강민수가 말했다.

"괜찮아요. 시작이에요. 그리고 conversion rate를 계산하면... 8000명 중 3명이니까 0.0375%. 업계 평균이 1-3%니까, 아직 낮긴 하지만 개선 가능해요."

"어떻게요?"

"가치 전달이 부족해요. 프리미엄의 혜택을 더 명확하게 보여줘야 해요."

팀은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프리미엄 소개 페이지를 개선하고, 무료 체험 기간을 제공하고 (첫 달 무료), 사용자 후기를 추가했다.

일주일 후.

프리미엄 가입자: 50명.

한 달 후.

프리미엄 가입자: 200명.

월 수익: 약 200만 원.

아직 손익분기점에는 못 미쳤지만, 시작이었다.

12.

7월.

방학이 시작되었다.

서린이는 학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이제 하트스케이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어느 날, 강민수가 제안했다.

"서린 씨, 피칭 대회 나가보는 거 어때요?"

"피칭 대회요?"

"네. 스타트업 경진대회. 우승하면 추가 투자도 받을 수 있고, 네트워킹도 되고."

"저희가... 할 수 있을까요?"

"충분해요. 좋은 제품, 좋은 성과, 좋은 팀. 다 있어요."

준혁이 찬성했다.

"해보자, 서린아. 우리 숨어 있지 말자."

서린이는 두려웠다.

무대에 서는 것.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 평가받는 것.

하지만 동시에 알았다.

'성장하려면 두려움 너머로 가야 해.'

"할게요."

13.

'K-스타트업 챌린지'

한국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경진대회.

1차 서류 심사, 2차 피칭, 3차 최종 발표.

서린이는 지원서를 작성했다.

"하트스케이프 - 20억 명의 마음을 가꾸다"

사업 개요, 시장 분석, 경쟁 우위, 재무 계획...

처음 써보는 것들이었다.

밤새워 구글링하고, 책 읽고, 강민수에게 물어가며 완성했다.

제출.

그리고 기다렸다.

2주 후.

이메일이 왔다.

"축하합니다. 1차 서류 심사에 통과하셨습니다."

"준혁아! 우리 붙었어!"

"진짜?!"

"응! 2차 피칭이야!"

준혁이 서린이를 안아 빙글빙글 돌렸다.

"우리 해냈어!"

하늘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대박! 믿었어요!"

하지만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였다.

2차 피칭.

5분 발표, 5분 질의응답.

심사위원은 투자자, 기업가, 교수들.

서린이는 피칭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슬라이드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다.

스토리를 담았다.

숫자만이 아니라, 사람을.

슬라이드 1: "저는 어릴 때부터 토했습니다. 거짓 앞에서."

슬라이드 2: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저는 HSP였습니다."

슬라이드 3: "전 세계 20%가 HSP입니다. 20억 명."

슬라이드 4: "그들을 위한 솔루션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슬라이드 5: "하트스케이프. 당신의 마음을 숲처럼 가꾸세요."

준혁이 봤다.

"서린아... 이거 진짜 강렬한데?"

"너무 개인적인가?"

"아니, 완벽해. 사람들이 숫자보다 스토리를 기억하거든."

14.

8월 15일.

피칭 대회 날.

서울 코엑스.

수백 명의 스타트업들이 모였다.

서린이는 긴장해서 손이 떨렸다.

준혁이 손을 잡아주었다.

"서린아, 괜찮아. 우리 잘할 수 있어."

"떨려..."

"나도. 근데 그게 당연한 거야. 중요한 순간이니까."

대기실에서 다른 팀들을 봤다.

모두 전문가처럼 보였다.

MBA 출신, 대기업 경력, 기술 전문가들...

'나는... 그냥 열아홉 살 대학생인데...'

자신감이 흔들렸다.

그때, 무의식이 속삭였다.

'너의 약점이 너의 강점이야. 너는 진짜야. 그들은 전문가인 척하지만, 너는 진짜로 아픔을 아는 사람이야.'

서린이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맞아. 나는 가짜가 아니야.'

"13번, 하트스케이프 팀!"

차례가 되었다.

서린이는 무대에 올랐다.

조명이 눈부셨다.

관객석에는 200명 정도.

심사위원 5명이 앞에 앉아 있었다.

마이크를 잡았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하트스케이프의 서린입니다."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계속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토했습니다. 거짓 앞에서."

관객들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저만 그런 줄 알았어요. 하지만 나중에 알았습니다. 저는 HSP, 고감수성자였어요."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전 세계 20%가 HSP입니다. 20억 명. 그들은 감정을 더 깊이 느낍니다. 세상이 너무 아프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슬라이드: 기존 솔루션의 한계.

"기존의 정신건강 솔루션은 '평균'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HSP에게는 맞지 않아요. 우리에게는 특화된 케어가 필요합니다."

슬라이드: 하트스케이프 소개.

"그래서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하트스케이프. 당신의 마음을 숲처럼 가꾸세요."

데모 영상이 재생되었다.

아름다운 숲, 감정들이 나무로 표현되는 모습.

"6개월 만에 8천 명의 사용자. 일일 활성 사용자 75%. 평균 체류 시간 20분. 그리고 무엇보다..."

서린이는 잠시 멈췄다.

감정이 북받쳤다.

"무엇보다, 이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 앱이 제 목숨을 구했어요.' 이게 우리가 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 슬라이드.

"우리는 20억 명의 마음을 가꿀 겁니다. 함께해주세요."

발표 끝.

박수가 터졌다.

일어서서 박수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린이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참았다.

질의응답 시간.

한 심사위원이 물었다.

"감동적인 스토리네요. 근데 비즈니스적으로, 수익 모델이 검증되었나요?"

서린이는 준비한 대답을 했다.

"현재 프리미엄 가입자 200명, 월 매출 200만 원입니다. 적지만, 시작입니다. 그리고 B2B 파일럿 진행 중이고요."

"경쟁사는요? Calm, Headspace 같은 큰 플레이어들이 있는데."

"그들은 범용입니다. 우리는 HSP 특화. 니치지만, 그 니치가 20억 명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차별점은 '마음의 숲' 이라는 독특한 은유와, 정말로 HSP인 창업자가 만들었다는 진정성입니다."

심사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질문. 열아홉 살이죠? 학교는요?"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이 우선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걸 하기 위해 태어났거든요."

그 말에 관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나왔다.

"감사합니다."

서린이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준혁이 달려와 안아줬다.

"서린아, 너 진짜... 최고였어!"

15.

결과 발표는 한 시간 후.

서린이는 화장실에 가서 울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그리고 자신이 해낸 것에 대한 감격.

'나... 했어. 정말로 했어.'

손을 씻고 거울을 봤다.

눈이 빨갛지만, 빛나고 있었다.

"고마워, 무의식아. 여기까지 데려와줘서."

발표장으로 돌아갔다.

MC가 무대에 올랐다.

"이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서린이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3위, 에코테크!"

박수.

"2위, 메디케어AI!"

박수.

"그리고... 1위..."

침묵.

서린이는 눈을 감았다.

'결과가 어떻든, 나는 최선을 다했어.'

"하트스케이프!"

"...네?"

"1위, 하트스케이프 팀입니다!"

관객석이 폭발했다.

준혁이 소리쳤다.

"서린아! 우리가 1등이야!"

서린이는 믿을 수 없었다.

꿈인가?

무대로 다시 올라갔다.

트로피를 받았다.

그리고 상금.

5천만 원.

MC가 소감을 요청했다.

서린이는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평생 이상한 아이였습니다."

목이 메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아요. 저는 이상한 게 아니라, 특별했던 거예요. 그리고 저처럼 특별한 분들을 위해, 계속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가 터졌다.

무대에서 내려오는데, 여러 사람들이 명함을 건넸다.

"투자 관심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저희 회사와 협업하고 싶습니다." "언론 인터뷰 가능하신가요?"

서린이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16.

그날 밤.

팀 회식.

서린이, 준혁, 하늘, 강민수.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구우며.

강민수가 소주잔을 들었다.

"축하해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형."

"오늘 서린 씨 발표 보면서 소름 돋았어요. 진짜 창업가더라고요."

"아직 멀었어요..."

"아니에요. 오늘 확신했어요. 이 팀은 진짜 크게 될 거예요."

하늘이 거들었다.

"저도요. 서린언니 발표할 때 울었어요."

준혁이 웃었다.

"나도. 서린이가 저렇게 강한 사람인 줄 몰랐어."

서린이는 쑥스러웠다.

"나... 강하지 않아. 그냥...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강민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강함이에요, 서린 씨. 두려워도 하는 거."

잔을 부딪쳤다.

"건배!"

고기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의 계획.

상금 5천만 원을 어떻게 쓸지.

추가 투자를 받을지.

팀을 확장할지.

꿈을 나눴다.

준혁: "나는 기술로 세계 최고 되고 싶어."

하늘: "나는 우리 디자인이 업계 레퍼런스가 되면 좋겠어."

강민수: "나는 여러분이 유니콘 되는 걸 보고 싶어."

서린: "나는... 정말로 사람들을 치유하고 싶어. 그게 전부야."

밤이 깊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서린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빛나고 있었다.

"고마워."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정확하지 않았다.

우주, 무의식, 자기 자신, 모든 도운 사람들.

"나는 꿈을 살고 있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하트스케이프 앱을 열었다.

자신의 마음의 숲을 봤다.

숲은 이제 울창했다.

그리고 한가운데, 파란 장미가 활짝 피어 있었다.

"우리, 드디어 피었구나."

그날 감정을 기록했다.

"오늘 나는 느꼈다. 기쁨, 감격, 감사, 그리고 평화.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이것이 축복이다."

저장.

숲에 새로운 나무가 추가되었다.

'감사나무'.

황금빛으로 빛났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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