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에서 열매로
1.
2024년 1월.
새해가 밝았다.
하트스케이프는 이제 사용자 3만 명을 넘어섰다.
K-스타트업 챌린지 우승 후, 미디어 노출이 늘어났다.
"열아홉 살 CEO, HSP를 위한 앱 개발" "Z세대 창업가가 만드는 정신건강 혁신"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하트스케이프"
기사가 나갈 때마다 사용자가 급증했다.
하지만 서린이는 복잡한 마음이었다.
'나를 보는 건지, 하트스케이프를 보는 건지...'
어느 날 아침, 강민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린 씨, 미팅 하나 잡혔어요."
"누구요?"
"퀀텀벤처스. 시리즈 A 투자 전문 VC예요."
서린이의 심장이 뛰었다.
시리즈 A.
본격적인 투자 라운드.
수십억 단위.
"저희가... 준비됐을까요?"
"숫자상으로는 준비됐어요. 사용자 3만, 유료 전환율 5%, 월 매출 1500만 원. 이 정도면 시리즈 A 검토 가능해요."
"언제 만나요?"
"다음 주 화요일. 그때까지 피칭덱 준비해야 해요. 이번엔 진짜 전문가들이에요."
전화를 끊고, 서린이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또 시작이야. 더 큰 무대.'
2.
일주일 동안 피칭덱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더 깊이 파고들었다.
단순히 스토리만으로는 부족했다.
투자자들은 숫자를 원했다.
시장 분석:
TAM (Total Addressable Market): 글로벌 디지털 정신건강 시장 $250B
SAM (Serviceable Addressable Market): HSP 특화 디지털 케어 $50B
SOM (Serviceable Obtainable Market): 초기 목표 시장 $500M
성장 지표:
MoM Growth: 월평균 35% 성장
User Retention: 60% (3개월 기준)
LTV (Lifetime Value): 평균 $120
CAC (Customer Acquisition Cost): 평균 $15
LTV/CAC Ratio: 8 (건강한 비즈니스)
재무 계획:
2024년 목표: 사용자 10만 명, 매출 5억
2025년 목표: 사용자 50만 명, 매출 30억
2026년 목표: 사용자 200만 명, 매출 150억
숫자를 정리하면서 서린이는 실감했다.
'우리... 진짜 크게 가고 있구나.'
준혁이 옆에서 말했다.
"서린아, 이거 보니까 되게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우리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아."
"응... 근데 동시에 무서워. 이렇게 커지면, 내가 컨트롤할 수 있을까?"
"혼자 하는 거 아니잖아. 우리 함께 하는 거지."
서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함께."
3.
화요일.
강남의 한 고층 빌딩.
퀀텀벤처스 사무실.
세련되고 현대적인 공간.
회의실로 안내되었다.
탁자 건너편에 세 명이 앉아 있었다.
김태준 대표 (Managing Partner) 이수진 이사 (Investment Director)
박민재 애널리스트
김태준이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하트스케이프에 대해 많이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바로 시작할까요?"
서린이는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을 공유했다.
그리고 시작했다.
이번에는 떨리지 않았다.
K-스타트업 챌린지 경험이 자신감을 줬다.
"하트스케이프는 전 세계 20억 명을 위한 디지털 케어 플랫폼입니다."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시장 분석, 문제 정의, 솔루션, 차별점, 성장 지표, 팀 소개, 재무 계획...
30분간 발표했다.
세 명은 집중해서 들었다.
가끔 메모를 했다.
발표가 끝났다.
김태준이 입을 열었다.
"인상적이네요. 특히 리텐션이 60%라는 게."
"감사합니다."
"근데 질문이 있어요."
"네."
"HSP 시장이 정말 20억 명일까요? 검증된 숫자인가요?"
서린이는 준비한 대답을 했다.
"Elaine Aron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5-20%가 HSP입니다. 글로벌 인구 80억 명의 20%면 16억 명. 보수적으로 잡아도 10억 명 이상입니다."
"그들이 모두 유료 사용자가 될까요?"
"아니요. 하지만 1%만 전환되어도 1천만 명입니다. 우리 목표는 5년 내 200만 명이니,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수진이 질문했다.
"경쟁 우위가 뭔가요? Calm이 $2B 밸류에이션을 받았는데, 그들과 어떻게 경쟁하시겠어요?"
"저희는 경쟁하지 않습니다."
"네?"
"Calm은 범용 명상 앱입니다. 우리는 HSP 특화. 완전히 다른 시장이에요. 오히려 Calm 사용자 중 HSP가 하트스케이프로 넘어오고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그들의 필요를 정확히 이해하니까요."
김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창업자 본인이 HSP라는 게 강점이네요."
"네. 저는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제 고통을 해결하는 거예요. 그게 진정성이고, 사용자들이 느끼는 부분입니다."
박민재가 물었다.
"재무적으로, 언제 손익분기점 달성 예상이세요?"
준혁이 답했다.
"현재 월 매출 1500만 원, 월 운영비 2000만 원이니 적자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당 매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사용자 5만 명 시점에 손익분기 예상입니다. 대략 6개월 후요."
"투자는 얼마나 원하세요?"
서린이가 답했다.
"30억 원입니다."
잠시 침묵.
큰 금액이었다.
김태준이 물었다.
"밸류에이션은?"
"프리 밸류 120억, 포스트 밸류 150억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거는?"
"비슷한 단계의 정신건강 스타트업들이 이 정도 밸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성장률과 리텐션을 고려하면 보수적인 밸류라고 봅니다."
김태준은 한참을 서린이를 바라보았다.
"열아홉 살 맞죠?"
"네."
"대단하네요. 솔직히."
"감사합니다."
"검토하고 연락드릴게요. 2주 정도 시간 주세요."
"네, 기다리겠습니다."
4.
회의실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서린이는 후~ 숨을 내쉬었다.
"어땠어?"
준혁이 물었다.
"모르겠어. 잘한 건지..."
"나는 네가 완벽했다고 봐."
로비로 나왔다.
강민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땠어요?"
"최선을 다했어요."
"그럼 됐어요. 이제 기다리는 거예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강민수가 말했다.
"사실 다른 VC도 접촉해야 해요."
"네?"
"퀀텀만 만나면 안 돼요. 여러 곳과 동시에 진행해야, 협상력이 생겨요."
"하지만... 거절당하면 어떡해요?"
"괜찮아요. 거절도 배움이에요. 그리고 한 군데만 된다고 끝이 아니에요. 여러 옵션이 있어야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서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럼 어디 만나볼까요?"
"제가 리스트 만들어올게요."
5.
그 후 한 달 동안, 서린이는 7개의 VC를 만났다.
각각의 미팅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다.
"시장 크기는?" "경쟁 우위는?" "수익 모델은?" "팀 구성은?" "Exit 전략은?"
처음에는 떨렸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그리고 배웠다.
투자자마다 관심사가 다르다는 것.
어떤 투자자는 숫자만 봤다. 어떤 투자자는 팀을 봤다. 어떤 투자자는 비전을 봤다.
그 중에서 서린이와 가장 잘 맞는 곳은,
임팩트벤처스
김소현 대표가 이끄는 곳이었다.
임팩트 투자 전문.
돈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첫 미팅에서 김소현이 말했다.
"서린 대표님, 전 숫자보다 이야기가 궁금해요. 왜 이 일을 하세요?"
서린이는 진심을 말했다.
"저는 평생 아팠어요. 이상하다고, 예민하다고, 문제라고 들으면서 자랐어요. 하지만 이제 알아요. 저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단지 다른 거였어요."
김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HSP예요."
"정말요?"
"네. 그래서 이 비즈니스가 남다르게 느껴져요.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진짜로 사람들을 돕는 거잖아요."
"맞아요. 그게 저희 존재 이유예요."
김소현이 미소 지었다.
"투자하고 싶어요. 조건은 퀀텀과 비슷하게 갈게요. 30억, 밸류 150억."
"정말요?"
"네.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뭔가요?"
"임팩트를 놓치지 마세요. 회사가 커지면, 돈에 눈이 멀기 쉬워요. 하지만 서린 대표님은... 본질을 지켰으면 좋겠어요."
서린이는 깊이 공감했다.
"약속할게요."
6.
2월 말.
최종적으로 두 곳에서 텀싯(투자 제안서)이 왔다.
퀀텀벤처스: 30억, 프리 밸류 120억 임팩트벤처스: 30억, 프리 밸류 120억
조건은 비슷했다.
하지만 느낌이 달랐다.
팀 미팅을 했다.
"어디가 좋을까?"
준혁이 말했다.
"숫자로는 똑같은데?"
하늘이 말했다.
"저는 임팩트가 좋아요. 김소현 대표님이 진심으로 우리 비전을 이해하시는 것 같아서요."
강민수가 조언했다.
"투자자는 단순히 돈만 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파트너예요. 앞으로 몇 년을 같이 갈 사람이니까, 잘 맞는 게 중요해요."
서린이는 명상을 했다.
내면으로 들어가 물었다.
'무의식아, 어디가 맞아?'
대답이 왔다.
'네 본질과 맞는 곳.'
'그게 어디야?'
'너는 이미 알아. 느낌으로.'
서린이는 눈을 떴다.
"임팩트벤처스요."
"확실해?"
준혁이 물었다.
"응. 확실해."
7.
3월 15일.
정확히 회사 설립 1주년.
시리즈 A 투자 계약 체결.
30억 원.
서린이는 계약서에 서명하면서 손이 떨렸다.
'30억...'
상상도 못 한 금액.
김소현이 악수를 청했다.
"축하해요, 서린 대표님. 이제 진짜 시작이에요."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기대보다, 본질을 지켜주세요. 그게 더 중요해요."
계약이 끝나고, 팀은 조용히 축하했다.
와인 한 병을 열어 건배했다.
"하트스케이프 시리즈 A 완료!"
"건배!"
하지만 서린이는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이제 정말로... 책임이 생겼어.'
30억은 축복이자 짐이었다.
잘 써야 했다.
성과를 내야 했다.
투자자들을 실망시키면 안 됐다.
그날 밤, 서린이는 오랜만에 무의식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무서워."
"당연해."
"실패하면 어떡해?"
"실패도 배움이야."
"하지만 사람들이 믿어줬는데..."
"그래서 더 잘하면 돼. 두려움을 에너지로 바꿔."
"어떻게?"
"사랑으로. 너는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잖아.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하는 거잖아. 그거 잊지 마."
서린이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맞아. 나는 사랑을 지키러 왔어."
"그래. 그게 네 닉네임이야. North Star."
8.
투자금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팀 확장.
더 이상 서린이, 준혁, 하늘 셋이서 모든 걸 할 수 없었다.
채용 공고를 냈다.
백엔드 개발자 (Senior) 프론트엔드 개발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AI/ML 전문) 마케터 (Growth Hacker) HR/운영 매니저
지원자가 쏟아졌다.
하트스케이프가 언론에 많이 노출된 덕분.
100명 넘게 지원했다.
서린이는 면접을 직접 봤다.
중요한 건 스킬만이 아니었다.
'문화적 핏'이 더 중요했다.
한 지원자가 물었다.
"야근 많나요?"
서린이가 답했다.
"저희는 결과로 평가해요. 시간이 아니라. 야근 안 해도 되고, 원격근무도 자유예요. 대신 자기 일에 책임지셔야 해요."
"회사 문화가 어때요?"
"솔직함을 중요시해요. 정치 안 하고, 위계 최소화하고, 누구나 의견 낼 수 있어요. 그리고... HSP 친화적이에요."
"HSP 친화적이요?"
"네. 저희 중 많은 사람이 HSP거든요. 그래서 조용한 공간, 유연한 일정, 감정적 안전 같은 거 중요하게 생각해요."
지원자의 눈이 빛났다.
"그런 회사... 처음 들어봐요."
"저희가 만들고 있어요. 새로운 방식의 회사."
한 달간의 채용 끝에, 5명이 합류했다.
민준 (백엔드 개발자, 30대)
대기업 5년 경력, 번아웃으로 퇴사, 의미 있는 일 찾아 합류
지원 (프론트엔드 개발자, 20대)
신입이지만 열정 넘침, 하트스케이프 헤비 유저
혜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30대)
박사, AI 전문가, 정신건강 데이터에 관심
유진 (마케터, 20대)
인플루언서 경험, 바이럴 마케팅 천재
수연 (HR/운영, 30대)
스타트업 HR 경험, 따뜻한 문화 만들기에 열정
팀이 8명으로 늘었다.
작은 사무실은 이제 비좁았다.
더 큰 공간으로 이사했다.
30평 사무실.
강남역 근처.
첫 출근 날, 모두 모여 앉았다.
서린이가 말했다.
"환영합니다, 여러분. 하트스케이프 가족이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박수.
"저희는 작은 회사예요. 하지만 큰 꿈이 있어요. 전 세계 HSP들을 돕는 것. 그리고 새로운 방식의 회사를 만드는 것."
모두 집중해서 들었다.
"여기서는 타이틀이나 나이가 중요하지 않아요. 아이디어와 진심이 중요해요. 누구나 의견 내주세요. 그리고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민준이 손을 들었다.
"대표님 호칭은 뭐라고 할까요?"
"서린이라고 불러주세요. 편하게."
"정말요?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
서린이가 웃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에요. 저도 배울 게 많아요. 오히려 선배님들한테."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수연이 말했다.
"와... 이런 회사 처음이에요. 좋은 의미로."
"저희가 만들어가는 거예요. 함께."
9.
팀이 커지면서, 일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민준 + 준혁: 서버 인프라 대폭 개선
사용자 100만 명까지 버틸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지원 + 하늘: 앱 UI/UX 고도화
더 직관적이고 아름답게
혜진: AI 감정 분석 알고리즘 개발
사용자의 감정 패턴을 더 정교하게 분석
맞춤형 케어 제안 정확도 향상
유진: 마케팅 캠페인 기획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공략
인플루언서 협업
수연: 조직 문화 세팅
온보딩 프로세스
1:1 미팅 문화
피드백 시스템
4월 말.
대규모 업데이트 출시.
하트스케이프 2.0
AI 기반 맞춤형 케어
커뮤니티 기능 (익명 숲 방문)
음성 명상 가이드
전문가 Q&A
다국어 지원 (영어, 일본어)
출시와 동시에 마케팅 캠페인.
유진이 기획한 '#나의마음의숲' 챌린지.
사용자들이 자신의 숲 스크린샷을 SNS에 공유하는.
바이럴이 일어났다.
인스타그램에서 '#나의마음의숲' 해시태그가 트렌드에.
일주일 만에 1만 명 신규 가입.
한 달 만에 사용자 5만 명 돌파.
손익분기점 달성.
팀 회의에서 수연이 발표했다.
"이번 달부터 흑자예요!"
환호성.
준혁이 샴페인을 터뜨렸다.
"드디어!"
모두 축배를 들었다.
하지만 서린이는 조용했다.
강민수가 물었다.
"왜 안 기뻐해요?"
"아니에요, 기뻐요. 근데..."
"근데?"
"이제부터가 진짜인 것 같아서요."
"무슨 뜻이에요?"
"숫자를 달성했어요. 하지만 진짜 임팩트는... 얼마나 사람들을 도왔느냐잖아요. 그게 보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요."
김소현이 미소 지었다.
"그래서 제가 서린 대표를 좋아해요. 본질을 잃지 않으시네요."
10.
6월.
서린이는 처음으로 해외 출장을 갔다.
일본.
일본에서 하트스케이프 인기가 높았다.
일본인들은 감정을 숨기는 문화.
그래서 HSP들이 더 고립되어 있었다.
하트스케이프가 그들에게 안식처가 되었다.
도쿄에서 작은 밋업을 열었다.
30명 정도의 일본 사용자들이 왔다.
서린이는 서툰 영어로 인사했다.
"Hello, everyone. I'm Serin, founder of Heartscape."
통역사가 일본어로 번역했다.
박수.
"I created Heartscape because I was in pain. I felt like I didn't belong anywhere."
공감하는 눈빛들.
"But now I know. I'm not broken. I'm just... different. And different is beautiful."
한 일본 여성이 일어나 말했다.
(일본어로, 통역을 통해)
"저는 30년 동안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하트스케이프를 쓰면서, 처음으로 이해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서린이도 눈물이 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안아주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통했다.
밋업이 끝나고, 한 남성이 다가왔다.
명함을 건넸다.
"Takeshi Yamamoto, SoftVision Capital"
일본의 유명 VC였다.
"투자 관심 있습니다. 일본 시장 확장 도울 수 있어요."
서린이는 놀랐다.
"정말요?"
"네. 하트스케이프 일본에서 큰 잠재력 있어요. 같이 일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한국 돌아가서 팀이랑 상의해볼게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서린이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구름 위.
"우리... 글로벌로 가고 있어."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하지만 확신도 있었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무의식이 인도하고 있어.'
11.
7월.
팀은 글로벌 확장을 논의했다.
"일본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유진이 제안했다.
"이미 사용자 기반이 있고, 투자자도 관심 보이고."
혜진이 데이터를 보여줬다.
"일본 사용자들의 engagement가 한국보다 높아요. 일평균 사용 시간이 25분."
민준이 기술적 관점을 제시했다.
"서버를 일본에도 두면 속도가 빨라져요. 사용자 경험 개선."
모두 일본 확장에 동의했다.
결정.
하트스케이프 재팬 법인 설립
Takeshi와 파트너십.
일본 현지 팀 구성.
마케팅 현지화.
9월 목표로 준비 시작.
한편, 한국에서도 큰 움직임이 있었다.
대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네이버
"하트스케이프와 협업하고 싶습니다."
"어떤 협업이요?"
"네이버 웰니스 플랫폼에 하트스케이프를 통합하고 싶어요. 그리고 투자도 검토 중입니다."
서린이는 팀과 긴급 회의를 했다.
"네이버... 큰 기회인데?"
준혁이 말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해. 대기업이랑 일하면 우리 자율성을 잃을 수도 있어."
하늘이 우려했다.
"문화가 다르잖아요. 우리는 수평적인데, 대기업은..."
강민수가 조언했다.
"일단 만나봐요. 조건을 들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아요."
네이버 담당자를 만났다.
30대 중반의 매니저.
"하트스케이프 정말 좋아요. 우리 팀원들도 다 써요."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인수하고 싶어요."
"...인수요?"
"네. 좋은 조건 드릴 수 있어요."
서린이는 순간 멈칫했다.
인수.
Exit.
창업자들이 꿈꾸는 순간.
하지만...
"죄송하지만, 인수는 생각 없어요."
"왜요? 조건도 안 들어보시고?"
"저는 하트스케이프를 팔려고 만든 게 아니에요. 사람들을 돕려고 만들었어요."
"그거랑 인수가 무슨 상관이에요? 네이버 안에서도 계속 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제 방식대로는 못 하잖아요."
"..."
담당자는 이해 못 하는 표정이었다.
"생각해보세요. 언제든 연락 주세요."
미팅이 끝났다.
팀에게 공유했다.
"인수 제안 거절했어요."
준혁이 물었다.
"조건도 안 들었어?"
"응. 필요 없어. 우린 팔 거 아니야."
하늘이 안도했다.
"다행이다. 나도 그게 맞는 것 같아."
강민수가 말했다.
"좋은 결정이에요. 너무 일찍 파는 건... 나중에 후회해요."
김소현도 지지했다.
"역시 서린 대표님. 본질을 지키시네요."
12.
8월.
사용자 10만 명 돌파.
한국 7만, 일본 2만, 기타 1만.
월 매출 1억 원.
팀 15명.
숫자로 보면 성공이었다.
하지만 서린이는 공허함을 느꼈다.
'뭔가... 빠진 것 같아.'
어느 날 밤, 홀로 사무실에 남았다.
조용했다.
창밖으로 서울 야경이 보였다.
수많은 불빛.
저 불빛마다 사람이 있고, 그 사람마다 고통이 있고, 그 고통마다 이야기가 있다.
'나는... 정말로 돕고 있는 걸까?'
하트스케이프 앱을 열었다.
사용자 리뷰를 읽었다.
"이 앱 덕분에 살아있어요" "처음으로 제가 이해됐어요" "마음의 숲이 제 안식처예요"
그리고 최근 메시지.
"서린님께. 저는 대학생이에요. 우울증으로 힘들었는데, 하트스케이프를 쓰면서 회복했어요. 약도 끊었어요. 감사합니다. 당신은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눈물이 났다.
'맞아. 나는 돕고 있어.'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그날 밤, 서린이는 블로그에 글을 썼다.
"10만 명이 아니라, 한 사람씩 10만 번"
"하트스케이프가 10만 명을 넘었습니다.
언론은 '성공'이라고 말합니다. 투자자들은 축하합니다.
하지만 저는 10만 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 사람. 그리고 또 한 사람. 그렇게 10만 번.
각자의 고통. 각자의 치유. 각자의 숲.
숫자는 그저 숫자예요. 진짜는 사람이에요.
앞으로도 저는 숫자를 쫓지 않겠습니다. 사람을 보겠습니다.
한 번에 한 사람씩.
그게 제가 하트스케이프를 만든 이유니까요."
글을 올렸다.
반응이 뜨거웠다.
"이래서 하트스케이프를 사랑해요" "진심이 느껴져요" "대표님도 HSP시구나... 역시"
그날 밤, 서린이는 편히 잠들었다.
13.
9월.
하트스케이프 재팬 공식 론칭.
도쿄에서 론칭 이벤트.
200명이 참석했다.
서린이는 무대에 올라 말했다.
(영어로, 동시통역)
"일본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온 서린입니다."
박수.
"저는 여러분과 같아요. HSP. 세상이 너무 아프게 느껴지는 사람."
공감하는 눈빛.
"하지만 이제 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우리에게는 숲이 있어요. 마음의 숲. 그리고 그 숲에서 우리는 치유돼요."
화면에 아름다운 숲 영상이 재생되었다.
"하트스케이프를 일본에 소개하게 되어 영광이에요. 함께 숲을 가꿔요."
기립박수.
론칭 후 한 달 만에 일본 사용자 5만 명 돌파.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
Takeshi가 말했다.
"일본 사람들이 하트스케이프를 사랑해요. 이유 알아요?"
"왜요?"
"진심이 느껴져서요. 돈 벌려고 만든 게 아니라, 정말로 돕고 싶어서 만든 거."
서린이는 미소 지었다.
"맞아요. 그게 전부예요."
일본 진출 성공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이 쏟아졌다.
미국, 영국, 독일, 호주...
글로벌 확장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서린이는 조심스러웠다.
'너무 빨리 커지면, 본질을 잃을 수 있어.'
팀 회의에서 말했다.
"일본에 집중해요. 제대로 자리 잡은 후에, 다음 나라 가요."
"하지만 기회를 놓치면..."
유진이 우려했다.
"기회는 또 와요. 중요한 건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의 질이에요. 양이 아니라."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14.
10월.
서린이는 스물한 살이 되었다.
생일.
팀에서 깜짝 파티를 열어줬다.
케이크, 선물, 축하 메시지.
"서린 언니, 생일 축하해요!"
"대표님 덕분에 의미 있는 일 해요. 감사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서린이는 촛불을 끄며 소원을 빌었다.
'하트스케이프가... 정말로 사람들을 치유하게 해주세요.'
그날 밤, 혼자 마음의 숲으로 들어갔다.
파란 장미는 이제 완전히 만개해 있었다.
주변에는 수많은 나무들.
기쁨의 자작나무, 슬픔의 버드나무, 용기의 소나무, 감사의 은행나무...
"우리... 많이 자랐구나."
"응. 네가 잘 가꿔줘서."
"앞으로 어떻게 될까?"
"더 커질 거야. 너의 숲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숲도."
"무섭지 않아?"
"무섭지. 하지만 너는 준비돼 있어. 매 순간 성장해왔잖아."
서린이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 나는 준비됐어."
"그리고 기억해. 너는 혼자가 아니야."
"알아. 팀이 있고, 사용자들이 있고, 우주가 있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뭐?"
"너 자신이 있어. 파란 장미. 사랑 그 자체."
서린이는 미소 지었다.
"고마워. 나 자신."
숲을 나왔다.
현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경계가 흐렸다.
내면과 외면.
꿈과 현실.
영혼과 비즈니스.
모두 하나였다.
서린이는 노트에 적었다.
"스물한 살.
나는 10만 명의 마음을 가꾸는 정원사가 되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
목표는 20억 명.
아니, 숫자는 중요하지 않아.
목표는...
사랑을 지키는 것.
그게 내가 태어난 이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