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강할수록 어둠도 깊어지다.
빛이 강할수록 어둠도 깊어지다.
1.
2024년 11월.
사용자 15만 명.
월 매출 2억 원.
팀 25명.
시리즈 B 준비 중.
숫자만 보면 승승장구였다.
하지만 서린이는 피곤했다.
아침 7시 출근, 밤 11시 퇴근.
주말도 없었다.
미팅, 미팅, 미팅.
투자자, 파트너사, 언론, 정부 기관…
하루에 5~6개씩.
점심은 미팅하며 먹고,
저녁도 미팅하며 먹고,
잠은 줄어들고.
어느 날 아침, 거울을 봤다.
다크서클이 짙었다.
살도 빠졌다.
‘나… 괜찮은 건가?’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할 일이 산더미였다.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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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전 9시, 경영진 회의.
서린, 준혁, 하늘, 강민수, 김소현, 그리고 새로 합류한 CFO 재석.
재석이 재무 보고를 했다.
“현재 burn rate(소진율)가 월 1.5억입니다. 투자금은 6개월 치 남았어요.”
“6개월?”
서린이 놀랐다.
“벌써요? 작년에 30억 받았는데…”
“팀이 커지면서 인건비가 급증했어요. 그리고 일본 진출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요.”
김소현이 물었다.
“시리즈 B 타이밍이 중요하겠네요.”
재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늦어도 3개월 안에 시작해야 해요. 아니면 브릿지 라운드(단기 투자)라도 받아야 하고요.”
서린이는 머리가 아팠다.
‘또 투자 유치…’
작년 시리즈 A도 힘들었는데.
이번엔 규모가 더 클 것이다.
최소 100억.
강민수가 말했다.
“서린 대표님, 이번엔 제가 리드할게요. 대표님은 제품과 팀에 집중하세요.”
“정말요?”
“네. 투자 유치는 제 전문이니까요.”
“감사합니다, 민수형.”
하지만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돈, 돈, 돈… 왜 항상 돈 얘기만 하게 되는 거지?’
-----
**3.**
회의가 끝나고, 준혁이 따로 불렀다.
“서린아, 잠깐 얘기 좀 할까?”
“응.”
조용한 회의실로 갔다.
준혁의 표정이 심각했다.
“서린아, 솔직히 말할게.”
“응, 말해.”
“요즘 너… 변한 것 같아.”
“…뭐가?”
“예전에는 사용자들 얘기하고, 치유 얘기하고, 본질 얘기했잖아. 근데 요즘은 숫자, 투자, 성장… 그런 얘기만 해.”
서린이는 찔렸다.
“그게… 회사가 커지면서…”
“알아. 나도 이해해. 근데 서린아, 우리 왜 시작했어?”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맞아. 근데 지금 우리, 진짜로 돕고 있어?”
“무슨 소리야! 15만 명이 쓰고 있잖아!”
준혁이 고개를 저었다.
“숫자가 아니라, 질을 말하는 거야. 우리 최근에 사용자 인터뷰 언제 했어? 피드백 제대로 읽어봤어? 아니면 앱 직접 써봤어?”
서린이는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 최근 몇 달, 하트스케이프를 제대로 써본 적이 없었다.
너무 바빠서.
“나도… 바빠서…”
“그게 문제야, 서린아. 우리가 너무 바빠서,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어.”
침묵.
준혁이 부드럽게 말했다.
“서린아, 쉬어. 번아웃 오기 전에.”
“난 괜찮아.”
“아니야. 안 괜찮아. 나도 걱정돼. 네가 쓰러질까 봐.”
서린이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참았다.
“고마워, 준혁아. 근데 지금은 못 쉬어. 너무 할 일이 많아.”
준혁은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하지만 약속해. 시리즈 B 끝나면, 꼭 쉬어.”
“응, 약속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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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날 오후, 팀 전체 미팅.
분기 목표 설정.
재석이 발표했다.
“다음 분기 목표는 사용자 25만 명, 매출 5억입니다.”
팀원들이 웅성거렸다.
“25만? 지금 15만인데 3개월 안에 10만을 더?”
“매출 5억은… 2.5배 성장이잖아요?”
재석이 단호하게 말했다.
“시리즈 B 받으려면 이 정도 성장은 보여줘야 해요.”
하늘이 손을 들었다.
“근데… 그렇게 빨리 성장하면, 품질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품질은 유지하면서 성장해야죠.”
“그게… 가능해요?”
재석이 약간 짜증 낸 듯한 말투로.
“불가능하면 안 하는 거예요?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해야 살아남아요.”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서린이가 끼어들었다.
“재석님 말도 맞고, 하늘님 말도 맞아요. 우리 둘 다 잡아야 해요. 성장도 하면서, 품질도 유지하면서.”
“그게 어떻게 가능한데요?”
유진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솔직히. 하지만 해야 해요.”
대답이 되지 않는 대답.
팀원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미팅이 끝난 후,
몇몇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요즘 대표님… 예전 같지 않아.”
“숫자만 얘기하시네.”
“처음 입사할 때랑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아.”
서린이는 들었지만, 모른 척했다.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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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 10시.
사무실에는 서린이 혼자 남았다.
노트북 화면에는 시리즈 B 피칭덱.
숫자, 그래프, 전략…
“하…”
한숨이 나왔다.
핸드폰이 울렸다.
이솔 선생님이었다.
“서린아, 요즘 어때?”
오랜만에 듣는 따뜻한 목소리.
눈물이 났다.
“선생님…”
“울고 있어?”
“아니에요… 그냥…”
“거짓말. 나한테는 솔직해도 돼.”
서린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요.”
“뭐가?”
“모르겠어요. 회사는 잘되고 있는데… 저는 왜 이렇게 공허한지…”
“번아웃이야.”
“…네?”
“전형적인 번아웃 증상이야. 서린아, 너 요즘 명상 해?”
“…못 했어요.”
“감정 일기는?”
“…그것도…”
“하트스케이프는?”
“…안 써요, 요즘…”
이솔이 한숨을 쉬었다.
“서린아, 너 지금 아이러니한 상황이야.”
“무슨 뜻이에요?”
“너는 사람들한테 자기돌봄을 가르치면서, 정작 너 자신은 안 돌보고 있어.”
서린이는 할 말이 없었다.
“선생님… 어떡하죠?”
“멈춰.”
“네?”
“지금 당장 멈춰. 일주일만이라도.”
“하지만 할 일이…”
“서린아, 들어봐. 너 지금 이대로 가면 쓰러져. 그럼 회사도, 팀도, 사용자들도 다 힘들어져. 지금 멈추는 게 오히려 책임감 있는 거야.”
“…”
“약속해. 일주일만 쉬어. 내가 제주 집 빌려줄게. 가서 명상하고, 쉬고, 너 자신 돌봐.”
서린이는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
“…알겠어요. 선생님.”
“잘 생각했어. 내일 팀한테 말하고, 모레 출발해.”
전화를 끊고, 서린이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쉬어도 되는 걸까?’
하지만 몸은 이미 한계였다.
손이 떨렸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래… 멈춰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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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음 날 아침, 팀 미팅.
서린이가 발표했다.
“여러분, 말씀드릴 게 있어요.”
모두 집중했다.
“저… 일주일 휴가 갈게요.”
“…네?”
재석이 놀랐다.
“지금이요? 시리즈 B 준비하는데?”
“네. 지금이요.”
“하지만 대표님 없이 어떻게…”
서린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강민수 이사님이 투자 유치 리드하시고, 준혁님이 제품 총괄하고, 하늘님이 디자인, 재석님이 재무. 다들 잘하시잖아요.”
“그래도…”
“그리고 솔직히 말할게요. 저 지금 번아웃 왔어요. 이대로 가면 쓰러져요. 그럼 더 큰 문제가 될 거예요.”
침묵.
준혁이 말했다.
“잘 생각했어, 서린아. 쉬고 와.”
하늘도 거들었다.
“언니, 푹 쉬고 오세요. 저희가 지킬게요.”
수연이 따뜻하게 말했다.
“대표님, 자기돌봄이 리더십이에요.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재석만 못마땅해했지만,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그날 오후, 서린이는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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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주도.
이솔 선생님의 집.
바다가 보이는 작은 한옥.
서린이는 가방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도시의 소음이 없었다.
첫날, 서린이는 그냥 잤다.
12시간.
일어났을 때 오후 3시였다.
‘와… 이렇게 오래 잔 게 언제지?’
둘째 날, 명상을 했다.
오랜만이었다.
마음의 숲으로 들어갔다.
숲은… 황폐해져 있었다.
많은 나무가 시들어 있었다.
파란 장미도 시들시들했다.
“미안해…”
서린이는 무릎을 꿇었다.
“내가 너희를 돌보지 않았어.”
파란 장미가 약하게 말했다.
“괜찮아… 네가 온 것만으로도…”
“아니야, 괜찮지 않아. 나는 다른 사람들 숲은 가꾸면서, 내 숲은 방치했어.”
*“너도 힘들었잖아.”*
“그건 핑계야. 나는… 본질을 잃었어.”
눈물이 났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서린이는 숲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상상 속에서.
사랑의 물.
자기 연민의 물.
용서의 물.
천천히, 나무들이 살아났다.
파란 장미도 고개를 들었다.
“고마워”
“내가 고마워. 기다려줘서.”
8.
셋째 날, 산책을 했다.
해변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 됐을까?’
‘처음엔 분명히… 사랑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언제부터 숫자를 쫓게 됐지?’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갔다.
그 리듬을 보면서, 서린이는 깨달았다.
‘아, 나는 밀려가는 것만 했구나.’
‘밀려오는 걸 잊었어.’
‘주기만 하고, 받는 걸 잊었어.’
‘그래서 고갈된 거야.’
모래에 앉았다.
손에 모래를 쥐었다.
힘주어 쥐면, 새나간다.
살짝 쥐면, 담긴다.
‘인생도 그런가?’
‘너무 힘주어 쥐면, 새나가는 거.’
9.
넷째 날, 이솔 선생님이 방문했다.
함께 차를 마셨다.
“어때?”
“좋아요. 많이 회복됐어요.”
“표정이 달라졌네.”
“그래요?”
“응. 처음 왔을 때는 좀비 같았는데, 지금은 사람 같아.”
서린이는 웃었다.
“선생님… 질문 있어요.”
“응.”
“저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요?”
“뭘?”
“사업을요. 하트스케이프를.”
이솔이 잠시 생각했다.
“서린아, 내가 반대로 물어볼게. 너는 왜 하트스케이프를 만들었어?”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요.”
“지금도 그래?”
“…잘 모르겠어요. 요즘은 투자 받고, 숫자 채우고, 그런 게 목표가 된 것 같아서.”
“그럼 다시 돌아가면 돼.”
“어떻게요?”
“본질로. 너의 ’왜(Why)’로.”
이솔이 노트와 펜을 건넸다.
“써봐.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서린이는 펜을 들었다.
한참을 생각하다, 적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
1.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도록 돕기
1. HSP들이 자신의 예민함을 사랑하도록 돕기
1. 마음의 숲을 건강하게 가꾸도록 돕기
1. 진정한 치유가 일어나도록 돕기
그리고…
1. 나 자신도 치유되기
1. 건강한 방식으로 일하기
1. 팀과 함께 성장하기
1. 본질을 잃지 않기”
적고 나니, 눈물이 났다.
“나는… 이걸 원했어.”
“그럼 이제 이대로 하면 돼.”
“하지만 투자자들은 성장을 원하고, 숫자를 원하고…”
이솔이 고개를 저었다.
“서린아, 너는 창업자야. 네가 방향을 정하는 거야.”
“하지만…”
“물론 투자자 의견도 중요해. 하지만 최종 결정은 너야. 그리고 진짜 좋은 투자자는, 네 본질을 지지해줘.”
서린이는 김소현을 떠올렸다.
‘맞아. 소현님은 항상 본질을 말씀하셨어.’
“그리고 서린아.”
“네?”
“성장과 본질은 대립하는 게 아니야.”
“그게 무슨 뜻이에요?”
“본질을 지키면서도 성장할 수 있어. 아니, 오히려 본질을 지켜야 진짜 성장이 와.”
서린이는 그 말을 곱씹었다.
“본질을 지켜야… 진짜 성장이 온다…”
“응. 숫자만 쫓는 성장은 공허해. 하지만 본질을 지키며 성장하면, 그게 진짜 임팩트야.”
10.
다섯째 날, 서린이는 하트스케이프를 다시 켰다.
자신의 계정.
마지막 기록이 3개월 전이었다.
‘3개월… 내가 나를 돌보지 않은 지 3개월이구나.’
감정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오늘 나는 느꼈다.
평화, 슬픔, 후회, 그리고 희망.
평화: 제주의 자연 속에서
슬픔: 나를 방치한 것에 대해
후회: 본질을 잃었던 것에 대해
희망: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저장.
마음의 숲에 새로운 나무가 추가되었다.
‘희망나무’.
연두색으로 빛났다.
서린이는 앱을 쭉 둘러보았다.
사용자들의 숲을 방문했다.
댓글을 읽었다.
“이 앱 덕분에 매일 살아가요”
“제 감정을 이해하게 됐어요”
“하트스케이프는 제 안식처예요”
그리고 최근 피드백도 보았다.
“요즘 업데이트가 너무 많아서 복잡해요”
“기능이 많아지니까 오히려 불편해요”
“예전처럼 단순했으면 좋겠어요”
‘아…’
서린이는 깨달았다.
‘우리가 너무 많이 추가했구나.’
‘더 좋게 만들려다가,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었어.’
‘Less is more를 잊었어.’
노트를 꺼내 적었다.
“서울 돌아가면 할 것:
1. 팀 미팅 - 본질 재정의
1. 제품 단순화 - 핵심 기능만 남기기
1. 사용자 인터뷰 - 진짜 필요한 게 뭔지 듣기
1. 문화 재정립 - 건강한 일하기
1. 나의 루틴 회복 - 명상, 감정 일기, 자기돌봄”
11.
여섯째 날, 서린이는 김소현에게 전화했다.
“소현님, 저예요.”
“서린 대표님! 잘 쉬고 계세요?”
“네. 소현님, 상담 좀 하고 싶어요.”
“물론이죠.”
서린이는 솔직하게 말했다.
지난 몇 달 동안 느낀 것.
본질을 잃어가는 것.
번아웃.
그리고 깨달은 것.
김소현은 조용히 들었다.
“서린 대표님, 제가 왜 투자했는지 아세요?”
“…왜요?”
“본질 때문이에요.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사람을 돕고 싶어 하는 그 진심.”
“하지만 요즘 저는…”
“알아요. 숫자에 치여서 본질을 잃어가셨죠. 근데 그게 정상이에요.”
“정상이요?”
“네. 스타트업 대표들은 다 그 과정을 거쳐요. 중요한 건, 알아차리고 돌아오는 거예요. 서린 대표님은 지금 그걸 하고 계시잖아요.”
“그럼… 괜찮은 거예요?”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훌륭해요. 많은 창업자들이 본질을 잃고 그대로 가거든요. 근데 서린 대표님은 멈추고, 돌아보고, 다시 방향을 잡으셨어요.”
서린이는 위로받았다.
“소현님…”
“그리고 말이에요, 서린 대표님.”
“네?”
“시리즈 B, 급하게 안 해도 돼요.”
“네?”
“지금 회사 건강해요. 흑자 내고 있고, 성장하고 있고. 투자는… 필요할 때 받으면 돼요. 무리해서 받을 필요 없어요.”
“하지만 6개월 치 캐시만…”
“브릿지 라운드 해도 되고, 아니면 성장 속도 조금 늦춰도 돼요. 중요한 건 건강하게 가는 거예요.”
서린이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고마워요, 소현님. 진짜로.”
“천만에요. 저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 임팩트에 투자한 거예요. 서린 대표님이 본질 지키며 가는 게, 저한테는 최고의 투자 수익이에요.”
12.
마지막 날.
서린이는 해가 뜨는 걸 보러 갔다.
새벽 5시.
바닷가.
어둠이 천천히 걷히고,
빛이 수평선에서 올라왔다.
오렌지색, 분홍색, 금색.
아름다웠다.
‘나는… 다시 시작해도 돼.’
‘실수했어. 길을 잃었어.’
‘하지만 다시 찾았어.’
‘그걸로 충분해.’
해가 완전히 떠올랐다.
따뜻한 빛.
서린이는 두 팔을 벌렸다.
빛을 받아들였다.
“고마워.”
우주에게.
무의식에게.
자기 자신에게.
“다시 시작할게.”
13.
서울로 돌아왔다.
팀이 공항에 나와 있었다.
“언니!”
“대표님!”
“어서 오세요!”
다들 반가워했다.
서린이는 한 명 한 명 안아줬다.
“보고 싶었어요.”
사무실로 갔다.
첫 번째 회의.
서린이가 말했다.
“여러분, 일주일 동안 많이 생각했어요.”
모두 집중했다.
“그리고 깨달았어요. 우리가…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걸.”
재석이 반박하려 했지만, 서린이는 손을 들어 막았다.
“숫자는 중요해요. 하지만 숫자가 목표가 되면 안 돼요.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을 돕는 거예요.”
슬라이드를 띄웠다.
서린이가 제주에서 적은 것.
**“우리의 본질:**
1. HSP들을 이해하고 돕기
1. 진정한 치유가 일어나게 하기
1. 건강한 방식으로 일하기
1. 장기적 임팩트 만들기”
“이게 우리의 North Star예요. 모든 결정의 기준.”
“그럼 성장은요?”
재석이 물었다.
“성장도 해요. 하지만 본질을 지키면서 하는 거예요. 무리한 목표 대신, 지속 가능한 목표.”
“구체적으로요?”
“다음 분기 목표, 하향 조정할게요. 25만이 아니라 20만. 매출 5억이 아니라 3억. 대신 사용자 만족도 90% 이상.”
재석이 난색을 표했다.
“그럼 시리즈 B가…”
“급하게 안 할 거예요. 우리 지금 흑자잖아요. 천천히 가도 돼요.”
“하지만…”
김소현이 끼어들었다.
“저는 찬성해요. 건강한 성장이 진짜 성장이에요.”
강민수도 지지했다.
“저도요. 번아웃으로 망한 스타트업 많이 봤어요. 서린 대표님 결정이 맞아요.”
팀원들도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이 말했다.
“저는… 솔직히 최근에 힘들었어요.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서. 이제 좀 숨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준혁이 웃었다.
“역시 우리 서린이. 돌아왔구나.”
서린이는 미소 지었다.
“응.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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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그날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
제품 단순화:
- 과도하게 추가된 기능 제거
- 핵심 기능만 남기기
- 사용자 인터페이스 단순화
문화 재정립:
- 주 4.5일 근무 (금요일 오후는 자기계발 시간)
- 야근 금지
- 월 1회 팀 워크숍 (명상, 치유)
- 분기 1회 팀 리트릿
본질 회복:
- 매주 사용자 인터뷰 (직접 목소리 듣기)
- 월 1회 ‘임팩트 데이’ (사용자 사연 공유)
- 모든 의사결정에 “이게 본질에 맞는가?” 질문하기
팀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런 회사 처음이에요”
“일하는 게 행복해요”
“진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느낌”
생산성도 오히려 올라갔다.
번아웃이 줄고,
동기부여가 높아지고,
창의성이 발휘되고.
그리고 놀랍게도, 숫자도 따라왔다.
사용자들이 느꼈다.
“하트스케이프가 다시 좋아졌어요”
“예전처럼 따뜻해요”
“진심이 느껴져요”
입소문이 났다.
자연스럽게 사용자가 늘었다.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아도.
15.
2024년 12월.
연말.
팀 회식.
서린이가 건배사를 했다.
“올해…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성장도 했고, 힘들기도 했고, 길을 잃기도 했어요.”
“하지만 다시 찾았어요. 우리의 본질을.”
“그리고 깨달았어요.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깊어진다는 걸.”
“성장의 그림자는 번아웃, 본질 상실, 팀 갈등이었어요.”
“하지만 그 그림자를 마주하면서, 우리는 더 성숙해졌어요.”
잔을 들었다.
“내년에는, 빛과 그림자를 모두 품으며 가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는 인간이니까. 중요한 건, 본질을 잃지 않는 것. 함께하는 것.”
“하트스케이프 팀, 건배!”
“건배!”
잔을 부딪쳤다.
식사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내년 각자의 꿈.
팀으로서의 비전.
따뜻한 시간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서린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빛나고 있었다.
“올해도 고마웠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하트스케이프를 열었다.
감정 기록.
“오늘 나는 느꼈다.
감사, 사랑, 평화, 그리고 확신.
나는 올바른 길 위에 있다.
완벽하지 않지만, 진실하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
저장.
마음의 숲을 보았다.
다시 울창해져 있었다.
파란 장미가 활짝 피어 있었다.
그 옆에 새로운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지혜나무’.
진한 녹색으로 빛났다.
“우리, 또 성장했구나.”
*“응. 그림자를 통과해서.”*
“다음엔 뭐가 올까?”
*“모르지. 하지만 괜찮아. 우리는 준비돼 있어.”*
서린이는 미소 지었다.
“그래. 준비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