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모든 사람의 몸속에는 작은 정원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당신의 몸을 지키는 수호자들이 살고 있어요.
문지기 나무 '넥',
짐꾼 돌거인 '숄더',
요정 마을 '벨리',
새장 속 새 '하트',
그리고 경계의 파수꾼 '핸즈'와 '피트'.
수호자들은 매일 당신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하지만 당신이 너무 오랫동안 정원을 방문하지 않으면, 정원은 점점 황폐해지고, 수호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요.
이것은 한 소녀가 자신의 정원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괜찮아, 할 수 있어."
나연은 거울 앞에서 자신에게 말했다. 내일은 중요한 발표가 있는 날. 3개월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를 발표해야 한다.
목이 뻐근하다.
"아, 베개가 불편했나 보다."
나연은 목을 좌우로 돌리며 무시했다.
점심때가 되자 어깨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어깨가 돌덩이처럼 무겁다.
"운동 부족인가. 스트레칭 좀 해야겠네."
나연은 어깨를 한두 번 으쓱하고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저녁이 되자 배가 불편해졌다.
배가 꼬이는 것 같다.
"뭘 잘못 먹었나? 소화제 먹어야겠다."
밤이 되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숨이 얕아진다.
"피곤한가 보다. 일찍 자야지."
하지만 나연은 잠들 수 없었다. 손발이 차갑고, 머리는 복잡하고, 가슴은 두근거렸다.
뭐가 문제지?
그날 밤, 나연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
어둠 속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 작은 문이 보였다. 나무로 만들어진, 오래되어 이끼가 낀 작은 문.
문 위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나의 정원"
내 정원?
나연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 너머로는...
황폐한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한때는 아름다웠을 정원. 하지만 지금은 잡초가 우거지고, 꽃들은 시들고, 곳곳에서 이상한 소리들이 들렸다.
삐그덕... 삐그덕...
높은 곳에서 나무가 신음하는 소리.
쿵... 쿵...
무거운 발소리.
웅성웅성...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들.
파닥파닥...
갇힌 새의 날갯짓.
"누구세요?"
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원 입구, 가장 높은 곳에 늙은 나무가 서 있었다.
한때는 곧게 뻗었을 나무. 하지만 지금은 가지들이 휘어져 있었다. 너무 무거운 것을 떠받치고 있는 것처럼.
"...여기... 오랜만이구나..."
나무가 낮고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누구세요?"
"나는 넥. 네 정원의 문지기야."
"제 정원이요?"
나연은 황폐한 정원을 둘러보았다.
"그래. 이곳은 네 몸속 정원이야. 나는 네 목과 연결되어 있지. 오랫동안 네가 오지 않아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혼자 떠받치고 있었어."
나무의 가지들이 떨렸다. 그 위에는 무수히 많은 짐들이 매달려 있었다.
"해야 할 일", "기대", "책임", "완벽해야 해", "실수하면 안 돼"...
"이게 다... 제가 생각하는 것들이에요?"
"그래. 네가 떠받치려고 하는 모든 것들이야. 내가 계속 신호를 보냈잖아. 아침마다 목이 뻐근했지? 그건 내가 '이제 무거워, 좀 내려놔'라고 말하는 거였어."
나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네가 이 짐들을 내려놓을 때까지 계속 신호를 보낼 거야. 그게 내 역할이거든."
넥의 목소리는 지쳐있었지만, 단호했다.
정원 한가운데, 거대한 돌거인이 앉아 있었다.
등에는 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팀 프로젝트", "부모님 기대", "친구 고민 상담", "완벽한 발표"...
"안녕... 나연아..."
돌거인이 힘없이 손을 들었다.
"나는 숄더. 네 어깨를 지키는 거인이야. 원래 나는 강했어. 네가 원하는 것들을 나를 수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아."
"제가... 너무 많이 짊어지고 있나요?"
"응. 그것도 혼자서. 네가 '나 혼자 다 해야 해'라고 생각할 때마다, 내 등에 돌이 하나씩 더해져. 어깨가 무겁다는 신호를 보냈잖아. 그건 내가 '나 좀 도와줘'라고 말하는 거였어."
숄더의 눈에서 작은 눈물이 흘렀다. 돌거인의 눈물이 땅에 떨어지자, 그곳에 작은 꽃이 피어났다.
정원 한가운데, 작은 마을이 있었다.
하지만 마을은 혼란스러웠다. 요정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이건 너무 많아!" "소화가 안 돼!"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
나연이 다가가자, 마을 촌장 요정이 나왔다.
"나연, 우리는 벨리 마을이야. 네 배를 지키는 요정들이지. 우리 일은 네가 경험하는 것들을 소화하는 거야. 음식뿐만 아니라, 감정, 상황, 관계... 모든 걸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소화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이 상황은 불편해', '이 관계는 맞지 않아', '이건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지만 너는 '괜찮아'라고만 하잖아. 그래서 우리는 혼란스러워. 배가 아프다는 신호를 보냈잖아. 그건 우리가 '이건 소화가 안 돼'라고 말하는 거였어."
나연은 마을의 혼란을 바라봤다. 작은 요정들이 너무 큰 짐을 나르려고 힘겨워하고 있었다.
정원 중심, 아름다운 새장이 있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새장. 하지만 그 안에 갇힌 작은 새는 날개를 펄럭이며 울고 있었다.
"제... 제발... 숨 좀... 쉬게 해줘..."
나연이 다가가자 새가 말했다.
"나는 하트. 네 가슴에 사는 작은 새야. 원래 나는 자유롭게 날아다녔어. 기쁨도, 슬픔도, 두려움도, 설렘도... 모든 감정과 함께 날 수 있었지.
하지만 네가 '감정을 보이면 약해 보여', '참아야 해'라고 생각할 때마다 이 새장이 점점 작아져. 지금은 날개를 펼칠 수도 없어. 가슴이 답답하다는 신호를 보냈잖아. 그건 내가 '날고 싶어, 자유롭고 싶어'라고 말하는 거였어."
하트는 새장 문을 바라봤다.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열쇠는 네가 가지고 있어, 나연아."
정원 끝, 높은 성벽이 있었다.
그곳에는 두 파수꾼이 서 있었다. 손의 파수꾼 '핸즈'와 발의 파수꾼 '피트'.
둘 다 얼음처럼 차갑게 얼어 있었다.
"우린 경계를 지키는 파수꾼이야."
핸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일은 위험을 감지하고 너를 보호하는 거야. 위험이 다가오면 우리는 경계태세에 들어가. 그게 바로 손발이 차가워지는 거야."
"하지만..."
피트가 이어 말했다.
"너는 너무 많은 것을 위험으로 느껴. 발표, 평가, 실수, 거절... 우리는 계속해서 경계 신호를 보내. 손발이 차갑다는 건 우리가 '조심해, 위험해'라고 말하는 거야.
하지만 정말 모든 게 위험한 걸까?"
나연은 황폐한 정원 한가운데 섰다.
넥, 숄더, 벨리, 하트, 핸즈, 피트... 모든 수호자들이 나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몰랐어요."
나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내가 '괜찮아'라고 말할 때마다, 너희들은 힘들어하고 있었구나.
내가 '참아야 해'라고 생각할 때마다, 너희들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구나.
내가 '나약해 보이면 안 돼'라고 느낄 때마다, 너희들은 나를 지키려고 애쓰고 있었구나."
나연은 정원을 천천히 돌아봤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는 너희들의 신호를 무시했어. 내 몸을 돌보지 않았어. 나를 돌보지 않았어."
그 순간.
정원에 작은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나연이 물었다.
넥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의 신호를 들어줘. 목이 뻐근하면, 잠시 멈춰서 물어봐. '내가 지금 무엇을 떠받치고 있지? 내려놓을 수 있는 건 없을까?'"
숄더가 말했다.
"어깨가 무거우면, 생각해봐. '이 모든 걸 혼자 해야 할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
벨리 마을 촌장이 말했다.
"배가 불편하면, 인정해줘. '이 상황이 불편해. 이건 나한테 맞지 않아. 그리고 그래도 괜찮아.'"
하트가 말했다.
"가슴이 답답하면, 허락해줘.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뭐지? 이 감정을 느껴도 괜찮아.'"
핸즈와 피트가 말했다.
"손발이 차가우면, 확인해봐. '지금 정말 위험한 걸까? 아니면 그냥 긴장한 걸까? 여기는 안전해.'"
"한 번에 모든 걸 고칠 순 없어."
넥이 말했다.
"하지만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어. 매일 정원을 찾아와 줘. 아침에, 점심에, 저녁에. 잠깐이라도 좋아. 그냥 '지금 내 몸은 어떤가?' 물어봐 줘."
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할게. 매일 올게. 너희들의 신호를 듣고, 정원을 돌볼게."
그 순간, 나연의 손에 작은 씨앗이 나타났다.
씨앗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자기 돌봄"
나연은 그 씨앗을 정원 한가운데 심었다.
나연은 꿈에서 깨어났다.
아직 밤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가벼웠다.
나연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을 느껴봤다.
목은 어떤가?
아직 뻐근하다. "내가 너무 많은 걸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구나."
어깨는?
무겁다. "혼자 다 하려고 하는구나."
배는?
불편하다. "내일 발표가 사실 두렵구나."
가슴은?
답답하다. "실수할까 봐 불안한 거구나."
손발은?
차갑다. "긴장하고 있구나."
처음으로, 나연은 몸의 신호를 '이해'했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에게 말했다.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아. 두려워해도 괜찮아. 불안해해도 괜찮아. 나는 나를 돌볼 거야."
그날 밤, 나연은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들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정원에 작은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