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날개
어둠이었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아론은 어렴풋이 기억했어요.
거센 바람.
검은 구름.
쏟아지는 비.
언제나 그랬듯 바람을 따라 날고 있었어요.
바람은 늘 아론의 친구였으니까요.
그런데 그날의 바람은 달랐어요.
너무 거칠고, 너무 차가웠어요.
휘감기듯 몸이 빙글 돌았어요.
깃털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었어요.
하늘과 땅이 뒤섞였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어요.
얼마나 지났을까요.
아론은 천천히 눈을 떴어요.
낯선 빛이 눈 속으로 스며들었어요.
부드럽고, 희미한 빛.
‘여긴… 어디지?’
아론은 고개를 들어보려 했어요.
온몸이 무거웠어요.
축축한 흙 냄새가 났어요.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어요.
그런데 이상했어요.
왼쪽 날개가 움직이지 않았어요.
고개를 돌려 보았어요.
깃털은 흐트러져 있었고,
날개는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어요.
아론은 한참 동안 그걸 바라보았어요.
‘…부러졌구나.’
가슴 한가운데가 텅 비어버린 것 같았어요.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본 적 없는 풀들.
본 적 없는 나무들.
숲의 냄새도, 바람의 결도, 전부 낯설었어요.
아는 곳이 아무 데도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예전처럼 하늘을 날고 싶었어요.
하지만 날 수 없었어요.
아론은 그 자리에 오래도록 웅크리고 앉아 있었어요.
하늘은 멀리, 아주 멀리 있었어요.
며칠이 지났어요.
아니, 어쩌면 더 오래였을지도 몰라요.
아론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어요.
부러진 날개를 끌고 물가에 가서 물을 마시고,
떨어진 열매 몇 알을 먹고,
그리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웅크렸어요.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너무 아팠어요.
그래서 땅만 보았어요.
‘나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 쓸모도 없어.’
매일 밤, 그 생각만 맴돌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뭔가 부드러운 게 발끝에 닿았어요.
고개를 숙여 보았어요.
이끼였어요.
아론이 며칠 동안 웅크리고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연둣빛 이끼가 보드랍게 자라나 있었어요.
‘이상하다. 여긴 맨땅이었는데.’
그때,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렸어요.
“네가 여기 있어줘서, 내가 자랄 수 있었어.”
이끼였어요.
“따뜻했거든. 네 몸이.”
아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그냥 여기 쓰러져 있었을 뿐인데.
이끼는 말했어요.
“있어주는 것도 무언가가 돼.
가만히 있는 것도, 어딘가에 머무는 것도,
가끔은 누군가에겐 커다란 의미야.”
그날 밤, 아론은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별이 떠 있었어요.
예전에 살던 숲에서 보던 별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별은 별이었어요.
‘내가 여기 있는 게… 의미가 될 수도 있을까.’
아론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어요.
아직 날 수는 없었어요.
날개는 여전히 아팠어요.
하지만 그날 밤,
아론은 처음으로 생각했어요.
‘다시… 날고 싶다.’
거기서부터,
아주 천천히,
모든 게 시작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