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천천히, 아주 천천히

by 시더로즈







다음 날 아침, 아론은 눈을 떴어요.

평소보다 조금 일찍이었어요.

하늘이 연한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어요. 오랜만에 올려다본 아침 하늘이었어요.



'다시 날고 싶다.'



어젯밤에 품었던 그 마음이 아직 가슴 어딘가에 조용히 남아 있었어요.

아론은 천천히 일어나 앉았어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오른쪽 날개를 펼쳐보았어요. 부러지지 않은 쪽.

날개는 뻣뻣했어요. 오래 움직이지 않아서 굳어 있었어요.

아론은 작게 날갯짓을 해보았어요.

퍼드득.

아주 작은 바람이 일었어요.

그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왼쪽도… 해볼까.'

아론은 부러진 날개 쪽을 바라보았어요.

무서웠어요. 아프면 어쩌지. 더 망가지면 어쩌지.

하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

아론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왼쪽 날개를 살짝 움직여보았어요.



—욱신.



아팠어요. 하지만 어제보다는 조금 덜했어요.

아론은 그대로 멈췄어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내일 다시 해보자.'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났어요.

아론은 매일 아침 같은 걸 했어요.


오른쪽 날개를 펴고, 왼쪽 날개를 아주 살짝 움직여보고, 그리고 쉬었어요.

어떤 날은 아무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어떤 날은 오히려 더 아픈 것 같았어요.

'소용없는 걸까.' '괜히 희망을 가진 걸까.'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마다 아론은 이끼가 해준 말을 떠올렸어요.

있어주는 것도 무언가가 돼.

그리고 다시 다음 날 아침을 기다렸어요.


어느 날이었어요.

아론이 물을 마시러 작은 연못가에 갔을 때, 수면 위로 무언가가 느릿느릿 지나갔어요.

거북이었어요.

아주 작고, 아주 느린 거북이.

거북이는 아론을 올려다보았어요.

"너, 요즘 매일 아침 날개 연습하는 새지?"

아론은 깜짝 놀랐어요.

"…봤어?"

"봤지. 여기서 다 보여."

거북이는 천천히 연못가 풀 위로 올라왔어요.

"근데 왜 그렇게 조금씩만 해?"

아론은 대답했어요.

"날개가 부러졌거든. 아직 많이 아파."

"아."

거북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럼 잘하고 있네."

"…뭘?"

"조금씩 하는 거. 그게 맞아."

거북이는 말했어요.

"나는 태어날 때부터 느렸어. 다른 애들은 후다닥 가는데 나는 항상 꼴찌였어. 처음엔 나도 속상했어."

"그런데?"

"그런데 나는 나대로 도착하더라. 빠르진 않지만, 결국 가긴 가."

거북이는 아론을 바라보았어요.

"네 날개도 그럴 거야. 느리더라도, 결국 나아지긴 나아져.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 나을 거야. 설령 안 그런 것 같아도."

아론은 한참 아무 말 없이 있었어요.

그러다 작게 물었어요.

"…정말 그럴까?"

거북이는 미소 지었어요.

"나는 그랬어. 매일 조금씩, 조금씩. 그게 모이면 생각보다 멀리 가 있더라."

그날 밤, 아론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어요.

'조금씩.'

아론은 중얼거렸어요.

'매일 조금씩이면 되는 거구나.'

어쩐지 오늘 밤 별은 어제보다 조금 더 가까워 보였어요.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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