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느끼다.
그날 이후로 아론은 달라졌어요.
전처럼 하루 종일 웅크리고만 있지 않았어요.
아침이면 연못가로 걸어가 물을 마셨고,
햇살이 따뜻한 곳을 찾아 깃털을 말렸어요. 그리고 매일, 조금씩, 날개를 움직여보았어요.
여전히 아팠어요. 여전히 느렸어요.
하지만 이제는 알았어요.
'느려도 괜찮아.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돼.'
어느 날 오후였어요.
아론은 작은 언덕 위에 앉아 있었어요.
바람이 불었어요.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
예전 같았으면 이 바람을 타고 훌쩍 날아올랐을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몸을 맡기면 됐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랐어요.
아론은 가만히 바람을 느꼈어요. 깃털 사이로 스며드는 공기. 살갗 위로 지나가는 온기.
'바람이 이렇게 부드러웠구나.'
예전엔 몰랐어요. 날 수 있을 때는, 바람이 그냥 당연한 거였어요.
그때, 바람이 말을 걸었어요.
"오랜만이야, 아론."
아론은 깜짝 놀랐어요.
"…바람아?"
"응. 나야."
바람은 아론의 깃털 사이를 살랑살랑 지나갔어요.
"많이 아팠지?"
아론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응. 많이 아팠어."
바람은 조용히 말했어요.
"그날, 정말 미안했어. 폭풍 속에서 널 지켜주지 못했어."
아론은 고개를 저었어요.
"네 잘못 아니야. 폭풍은 누구도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그래도."
바람은 슬픈 목소리로 말했어요.
"네가 떨어지는 걸 봤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 뒤로 너를 찾아다녔어. 한참을."
아론은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찾아다녔어?"
"응. 그리고 오늘 드디어 찾았어."
바람은 아론을 감싸 안듯 부드럽게 불었어요.
"다시 만나서 다행이야."
아론의 눈에 눈물이 고였어요.
떨어지고, 부러지고,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걸 아론은 그제야 알았어요.
"아론."
바람이 말했어요.
"지금은 날 수 없어도 괜찮아. 나는 항상 네 곁에 있을게. 준비가 되면, 그때 다시 태워줄게."
아론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고마워."
"고맙긴. 우린 친구잖아."
그날 저녁, 아론은 언덕 위에 오래 앉아 있었어요.
바람은 여전히 곁에서 불고 있었어요. 살랑살랑, 조용히.
아론은 두 날개를 천천히 펼쳐보았어요. 오른쪽, 그리고 왼쪽도.
아직 날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바람이 깃털 사이를 지나가는 게 느껴졌어요.
'언젠가 다시 이 바람을 타고 날 수 있겠지.'
처음으로, 그 '언젠가'가 진짜 올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