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시더로즈

by 시더로즈




마음도 눈에 보인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이름 모를 근심이나 해묵은 상처들이 더 깊게 뿌리 내리기 전에, 정원 가꾸듯 정성스럽게 솎아낼 수 있을 텐데. 특히나 가슴 깊숙한 곳에 박혀 좀처럼 뽑히지 않는 그 질긴 잡초 몇 개는, 아주 뿌리째 뽑아 먼 곳으로 던져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마음의 흙을 고르며 서성이던 중, 문득 오래전 내 손끝에서 태어났던 한 작품이 떠올랐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오마주했던 작업. 나는 그 그림 속 소용돌이치는 노란 별들을 물감이 아닌, 실재하는 어느 나무의 열매로 채워 넣었었다.


그 열매의 이름은 '히말라야시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신의 나무(Devadaru)'라 부르고, 그 솔방울이 땅에 떨어져 장미처럼 피어난 모습을 '시더 로즈(Cedar Rose)'라 부른다.


그때는 그저 모양이 예뻐서 별의 자리에 박아 넣었던 그 갈색 장미가, 마음의 잡초를 뽑고 싶어 하는 지금에야 비로소 다른 의미로 읽히기 시작했다.


히말라야시다는 수직으로 곧게 뻗은 위엄 있는 나무다. 하지만 그 끝에 매달린 솔방울은 나무 위에 있을 땐 자신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은 중력을 받아 지상으로 툭, 떨어지는 순간,

어쩌면 열매의 입장에서는 생애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하는 그 절망의 순간에 겉을 싸고 있던 단단한 껍질들이 부서지며 비로소 장미의 형상을 드러낸다.

자연이 내게 건네는 무언의 위로 같았다.


"땅에 떨어져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단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닮아있지 않을까. 우리가 잡초라고 믿으며 뽑아버리고 싶어 하는 고통스러운 기억들, 혹은 바닥을 치는 것 같은 추락의 경험들. 사실 그 시간은 우리를 부수러 온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단단한 장미'를 꺼내기 위한 필연적인 부서짐이었을지도 모른다.


고흐가 지독한 마음의 병이라는 잡초 속에서 하늘의 별을 보았듯, 나 또한 히말라야시다의 열매를 주워 별을 만들었다. 하늘에 떠 있어 닿을 수 없던 별이 땅으로 내려와 내 손바닥 위에 놓였을 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가장 높은 곳의 가치는 때로 가장 낮은 곳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이제 나는 다시 나의 마음 정원을 바라본다.

여전히 잡초는 무성하고 뿌리는 깊다. 하지만 예전처럼 조급하게 그것들을 미워하며 손톱을 세우지는 않으려 한다. 이 잡초들을 솎아내고 비워낸 자리마다, 내가 예전에 만들었던 그 작품 속 별들처럼 '시더 로즈'를 하나씩 놓아두고 싶다.

부서짐으로써 완성되는 아름다움.


추락이 아니라, 별이 되기 위한 비행이었음을 증명하는 그 단단한 나무 장미를.


오늘 당신의 마음 정원 바닥에 굴러다니는 상처가 있다면, 가만히 들여다보길 권한다.

그것은 버려야 할 쓰레기가 아니라, 당신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신의 나무'가 떨어뜨린 별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