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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 Apr 05. 2023

브랜드와 마케팅

기존 기업 중에도 요즘 뜨는 기업에 맞서겠다고 우리를 찾아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멋지게 바꿔달라고 하면서도 사업의 본질적인 요소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으려는 곳도 있다. 예를 들어 수십 년씩 된 유통기업들이 전자상거래 기업과 경쟁하고자 연락해오기도 했다. 이들은 이른바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새로 바꾸고 싶지만, 상점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바꾸는 데는 투자를 꺼린다. 이 기업에게는 상점 공간이야말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즉 정체성의 핵심이자 어쩌면 전자상거래 기업과 비교해 차별화 지점이 될 수도 있는데,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은 총체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지 않고는 브랜드의 ‘브’ 자도 꺼내기 어렵다. 
 (출처:미치게 만드는 브랜드, 에밀리헤이워드)


 브랜드에 대해 지난 십 년간 치열하게 고민했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운명을 두 번이나 맞이하며 브랜드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야 했고 주인이 바뀌어도 살아남을 본질을 찾아 계속 커뮤니케이션해야 했다. 그 여정에서 처음에는 이게 소용이 있겠어 어차피 주인 바뀌면 그만인데 라는 회의론들이 회사 내부에도 가득했다. 다행히 CEO의 의지가 있어 브랜드 로고부터 브랜딩 작업,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5년간 묵묵히 해왔던 것이 시간이 지나서야 그 가치를 드러냈다. 특히 B2B 제조업에서의 브랜드는 짧은 호흡이 아닌 긴 호흡이 필요했고, 주변의 회의론에 대해서 묵묵하게 갈 길을 가는 뚝심을 필요로 했고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견딤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5년쯤 묵으니 맛이 든 신김치처럼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답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고 따라 하는 후발 브랜드도 생겼다. 무엇보다도 직원과 고객의 자부심에 영향을 미쳤다. 

매일 새로운 마케팅 기술이 나타나고 변해야 사는 것도 많은 게 마케팅이지만 브랜드만큼은 핵심 가치를 잘 찾아내서 이를 지켜가는 지속성이 매우 중요한 분야이다. 브랜드가 단지 브랜드 로고, 컬러, 디자인을 의미하지 않고 브랜드 정신과 가치를 잘 찾아내서 브랜딩 하고 이를 모든 여정에 거쳐 브랜드가 느껴지게 하고 경험하게 하는 것, 유행이 아닌 뚝심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체험하고 나니 단기적 유혹보다 멀리 봐도 괜찮다는 견디기 능력이 생겼다.  

 프리랜서로서 고객들을 만나다 보니 긴 호흡이 더욱 어려웠다. 고객은 예상대로 단기 성과를 원했다. 단기 성과도 무시하려 하지 않으면서 틈틈이 지속성, 본질적 해결안, 대응책에 대해 고민하고 제시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본질을 개선해야 길게 갈 수 있다는 것을 조금 속도는 더디더라도 누적의 효과는 단타 열 개보다 낫다는 것을, 단타만 치게 되면 결국 계속 단타만 치다 배트가 나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분위기를 봐서 지속적으로 흘리며 일을 한다. 그렇다 보니 이런 얘기를 처음에는 의심 적어하던 클라이언트(아마도 뭐 다른 프로젝트로 돈 벌려하는 것 아니야라는 의심이 들었을 터)도 시간이 가면서 신뢰를 더 보이곤 한다. 

 브랜딩과 마케팅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영역이다. 큰 기업은 브랜드팀과 마케팅팀이 별도로 있을 정도다. 브랜드가 똑바로 서 있지 않으면 마케팅은 유행과 함께 춤만 추다 끝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지속적인 브랜드로 홀로 서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마케팅 의뢰를 받으면 브랜드 관점에서 먼저 고민하고 마케팅 솔루션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단기적으로 성과는 있을지라도 연속성과 지속성이 받쳐주지 않는 예산 낭비로 연결될 수 있기에. 오늘도 나는 브랜드와 마케팅과의 중간에서 즐거운 줄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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