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디, 클라이언트와 함께 꿈을 꾸다

[#디자이너_인터뷰] "그 사람을 알아야 그 사람의 공간도 표현된다"

by 인테리어브라더스

혼밥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1인 가구인에게 혼밥은 삶이다. 그건 에디터에게도 마찬가지. 오히려 같이 밥을 먹는 행위가 어색할 정도다. 하지만 며칠전 백반을 먹으며 왜 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지 알았다. 겹겹이 붙은 깻잎절임을 떼어내려는데 쉽지 않아보였는지 옆 사람이 젓가락으로 깻잎을 꾹 눌러주는 것이다. 함께한다는 것의 좋은 점이 어디 밥먹을 때 뿐일까. 디자인 스튜디오 어나더디는 김경민 정세영 디자이너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스튜디오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서로의 말을 듣고 보태려는 모습이 마치 젓가락으로 깻잎을 눌러주는 모습처럼 보였다. 인터뷰를 하며 느꼈던 두 디자이너의 좋은 호흡이 지면으로 최대한 전달되길 바랄 뿐이다.


어나더디 김경민, 정세영 인터뷰 영상


어나더디의 ‘D’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

김경민(이하 김): 처음에는 디자인(Design)이라는 의미로 시작했다가 같이 작업을 하면서 드림(Dream)으로 바꿨다. 우리에게 찾아 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안고 온다. 어떤 사람들은 굉장히 큰 꿈을, 또 다른 사람은 소박한 꿈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꿈의 크기가 어떻든 우리는 그 꿈을 함께 실현시켜주는 사람이다. 클라이언트와 우리 사이에 어떤 연결점이 있을까 생각했을 때, '우리도 꿈을 꾸는 사람들이고 그들도 꿈을 꾸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디자인보다는 꿈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2008년부터 슬로건으로 정했다. 그 이유는 지금도 유효한 것 같다.


1.jpg ▲왼쪽이 김경민 소장, 오른쪽은 정세영 실장. 어나더디 사무소는 북촌 한옥마을에 있다가 11월 다른 곳으로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북촌이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


어떻게 두 분은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나.

김: 처음에는 혼자 일을 했다.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서 여행도 다니고 쉬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했다. 엔지니어로 갈까, 설계로 갈까 아니면 디자이너로 갈까. 구체적인 방향을 찾고 있을 때, 우리 둘을 같이 알고 있는 지인이 프로젝트로 정세영 실장을 소개시켜줬다.


정세영(이하 정): 나는 연출 중심이라 설계쪽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소개 받았다.

김: 근데 처음에는 프로젝트가 잘 되지도 않았고 그렇게 헤어졌다가 나중에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 다시 만났다. 같이 일을 해보니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부분을 이 사람이 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도 이 사람이 못하는 부분을 내가 보완하고, 그래서 같이 해보니 시너지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다음부터는 파트너로 함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어나더디는 그런 인연으로 만들어졌다.


스튜디오가 한옥이라는 것도 독특하고, 위치도 북촌 한옥마을이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했나.

김: 2008년 카페 창희 프로젝트를 맡아 작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북촌이란 곳을 처음 알게 됐다. 처음부터 북촌 한옥에 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공간 디자인을 하는 사람으로서 평소 다양한 공간을 접해보자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한옥 사무실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 이후 아이들에게 다양한 소재들을 접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좋은 기억을 심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옥에 살게 되었다.


한옥이나 북촌의 삶이 어떤 디자인적 영감을 주는지 궁금하다.

정: 한옥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그림을 본다. 하늘에 자유롭게 그려진 색감 등 북촌의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그런 것들을 보며 공간 디자인에 도입하려 노력을 했다. 생전 보지 못했던 색을 자연에서 많이 본다. 그래서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색감을 자연을 통해 접할 수 있다. 구름 모양도 엄청 다양하다. 그런 색감과 모양이 합쳐져서 그림이 된다. 자연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공간에 도입하려고 한다. 북촌에서의 삶은 그런 부분을 많이 채워줬다.


2.jpg ▲한옥 너머로 보이는 묘한 하늘색(출처: 어나더디 블로그)


3.jpg ▲겨울이면 볼 수 있는 눈이 내린 한옥마을. 눈만 내렸을 뿐인데 그림이 된다.(출처: 어나더디 블로그)

그렇게 10년 가까이 북촌에서 지냈는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고 들었다.

김: 북촌이 너무 상업화되고, 관광지화되면서 북촌의 장점들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변화를 주고자 북촌을 떠나게 되었다.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다. 한옥마을에 들어와서 살면서 가족과 관련된 일이 많았다. 육아, 출산 등 이런 것들이 쭉 겹쳐지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환경에 대해서 중요하게 고려를 하다보니까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우리와 함께 떨어져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자 이번에 크게 정리하고 넘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옮길 곳에서는 한 건물 안에서 주거환경과 사업환경을 가능하게 해서 부모와 떨어져있는 느낌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아이들에게도 디자인적 영향을 받나.

김: 그렇다. 디자이너들은 나를 벗어난 세상의 모든 것에 호기심이 있어야 하지 않나.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봐야 만 알 수 있는 경험들이 있는데, 디자이너는 그런 경험을 통해서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를 아이들을 통해서 볼 수가 있다. 아이들이 없으면 보지 못하는 그런 시선들이 있는 것 같다.


정: 되게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우리도 순순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정말 순수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냥 지나치는 이야기가 그 친구들에게는 호기심이고 새롭고 설레는 것들이니까.


김: 아이들이 질문을 하는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사로운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굉장한 호기심의 대상인 거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설명을 해줘야 하는 입장이 되니까 한번 더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고 설명을 하면서 그것에 대해서 이해를 하려고 하게 되고 그러면서 우리가 어릴 때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잊고 살았는데 다시 한번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한 번 더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런 걸 통해서 아이들의 생각도 그렇고 그 시선에서 보는 그리고 우리가 잊고 지냈던 그런 호기심들이 한번 더 곱씹어지는 것 같다.


4.jpg ▲어나더디 사무실 풍경


동행하는 디자인을 꿈꾸며


정말 많은 프로젝트를 했지만, 그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가 있나. 다른 인터뷰에서는 보성주택을 작업할 때 디자이너로서의 갈증을 풀었다고 하던데.

정: 보성주택의 어르신은 우리를 며느리처럼 아들처럼 며느리처럼 대해주셨다. 저한테도 우리 아들한테 시집오지 그랬니 그럴 정도로 아꼈던 것 같다. 자신의 아들 딸처럼 생각해줬다. 그래서 연륜이 있는 분들이 참 좋다. 하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건 고원이다. 클라이언트는 고은혜 선생님으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1세대인 분이다. 어떻게 보면 클라이언트도 디렉터인데 서로의 생각을 잘 존중하면서 진행할 수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그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잠깐 동화 속을 갔다가 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나와는 달리 아마 김소장님은 초창기 작업들을 좋아하긴 할 거다.(웃음)


5.jpg ▲KOWON, make-up, hair, 434.27㎡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김: 나도 고원 좋아한다.(웃음) 클라이언트의 성향도 그랬고, 우리의 성향도 너무 멋내지 않는 것을 추구해서 비슷했던 것 같다. 세 명이 잘 조화롭게 풀어갔던 프로젝트다. 각자의 역할에서 고민을 많이 했고, 그때 당시 나에게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하면 원래 건물의 상태에서 최대한 손대지 않고 잘 정리할 수 있을까와 관련된 공사 비용에 대한 고민이었다. 디자이너도 공사 비용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한다.클라이언트는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걸 찾고, 그건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다.


정: 그 대답은 창업을 원하는 사람이 왜 인테리어 전문가를 선택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한 것 같다.


김: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작업은 2008년도 샌프란시스코 언브렐라(Sanfrancisco Umbrella), 카페 보티(cafe botea). 카페 보티는 진짜 작은 공간인데 어떻게 하면 그 안에 좌석도 만들고 카페도 잘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정: 보티가 자작나무라는 뜻인데 지금도 안국역 근처에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문을 잘 안 열긴 하는데, 그런 것도 매력이 있다.(웃음) 우리는 시간이 묻어나있는 공간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곳을 보면 늘 잘 있어줘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 고원은 클라이언트와의 합이 굉장히 좋았고, 보티나 샌프란시스코는 우리에게 일임을 해서 좋았다. 아무 것도 터치를 안 했다. 공사 끝나고 나서 클라이언트가 솔직히 고백한다면서 안 간다고 했는데 솔직히 중간에 몰래 가서 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 현장보고 설레고 그랬다고. 곧 10년이 되간다.


6.png ▲cafe botea, 15.00㎡, 서울시 종로구 재동


믿고 일임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김: 선배들이 이 일을 평생하면서 디자이너에게 모든 것을 맡겨주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일은 정말 적다고 했는데, 보티나 샌프란시스코는 믿고 일임해줬다. 우리를 믿어주면 우리의 색을 최대한 보여줄 수도 있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그럼 결과물도 더 좋게 나오나?


김: 물론이다. 우리 것처럼 하니까. 그런 프로젝트는 완성하고 떠나 보내도 계속 우리 것 같다.


정: 지나가면서 흐뭇해하면서 보고.(웃음)

인테리어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나.


정: 우리는 필요한 면에 반드시 필요한 자재만을 사용하고 비울 수 있으면 최대한 비우는 작업을 추구한다.


김: 단순히 장식적이고 미적이고 트렌디하게만 보여지는 것에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 안에서 돌아가는 시스템과 클라이언트의 의식, 방향성 등에 좀 더 집중하려 한다. 공간 사용자가 공간에 머물다가 돌아갔을 때, 그들이 연상하는 이미지들이 단순히 시각적인 것이 아니라 감성적인 것으로 기억되게 만드는 것이 어나더디가 추구하는 인테리어다.


7.jpg ▲디자이너의 데스크에서는 또 다른 꿈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어나더디를 찾아올 클라이언트가 참고할 점이 있을까.

정: 공간 디자이너들이 이끌어주길 원하는 클라이언트도 있는데, 우리는 작업 기간 동안 클라이언트와 동행하듯 같이 만들어가는 작업을 추구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할 때면 자기 공간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를 한가지씩 꼭 가지고 오라고 한다. 영상, 사진, 글 상관없다. 그걸 토대로 사람을 파악하고, 삶을 알기 위해 사적인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많이 하는 편이다. 그 사람을 알아야 그 사람을 위한 공간이 잘 표현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어나더디는 어떤 스튜디오가 되고 싶은지.

정: 어나더디는 또 다른 꿈이란 이름을 가지고 시작했고 그것이 기본 바탕이다보니 현존하는 여러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건축가, 산업디자이너, 신진 디자이너 그리고 미술 작가 등 여러 아티스트들과 같이 협업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스튜디오가 됐으면 하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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