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기, 물방울이 바다가 되는 방법 #디자이너_인터뷰

[Brothers People_디자인 블랍]

by 인테리어브라더스

한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우리는 '천재'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언어 천재, 천재 감독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그 사람의 노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칭찬이다. 천재라는 단어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이라는 뜻으로 후천적 노력 보다는 타고난 능력에 대해서만 말하기 때문이다. 천재와 -신, 갓-, -느님이라는 말에 피로를 느꼈기 때문일까. '노력'을 강조하는 말에 더 눈이 가는 요즘이다. 중국의 고사성어에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이라 하여 '작은 물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지면 돌에 구멍을 뚫는다'는 말이 있고, 한국에도 '돌 뚫는 화살은 없어도 돌 파는 낙수는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둘 다 사소해보이는 것의 힘을 강조하는 말이다. 디자인 블랍의 최대기 소장은 말한다. "물방울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믿는다" 꾸준함의 힘을 믿는 최대기 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디자인 블랍(Design Blob)은 무슨 뜻인가.

블랍은 작은 물방울이 맺혀있는 형상을 뜻하고 있다. 물방울에게는 작고 사소한 이미지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모이고 또 모이면 바위도 뚫을 수 있고 커다란 바다를 이룰 수도 있다. 블랍은 물방울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의미한다. 사소한 일도 간과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가 뜻하는 꿈들을 실현하고자 그런 이름으로 지었다.


디자인블랍에서 작업을 했었던 포트폴리오는 무엇이 있나.

상업 공간으로는 뉴욕 피자 브랜드인 폴리스가 있다. 광화문 D타워, 롯데월드 등에 입점되어있다. 바베큐 레스토랑인 단풍나무집 같은 경우에는 삼청동, 이태원점 그리고 강남역점이 대표적이다. 업무공간 중에는 할리스 커피 본사 그리고 최근에는 한화, KCC, 효성 같은 건설사들과 주택전시관 프로젝트를 참여하고 있다.


201711205cca8f858aca75dc50a9a5773071eb99.jpg 최대기 소장은 인테리어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대학생 때 우연히 인테리어의 세계를 알게 된 후 꾸준히 파고들었다고 한다. 그때 세웠던 계획들이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스튜디오 블랍의 색깔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는 어떤 게 있을까?

그것에 대해서는 고민을 오랫동안 했다.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찾고자 고민을 했었는데,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은 상업공간이 주가 되다보니 작가의 특색이 너무 명확하게 드러나면 공간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공간의 목적에 맞는 가장 좋은 디자인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다양하게 접목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공간을 기획을 할 때는 클라이언트의 생각, 실질적으로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편의성,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가 우선으로 잘 접목이 되고 그 다음에 디자이너의 생각이 잘 접목이 됐을 때 좋은 공간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공간 목적에 맞는 변화무쌍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변화무쌍한 디자이너?

상업공간을 예로 들자면, 요즘 소비자들은 항상 새로운 공간을 원한다. 카페는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어디를 가든 브랜드만 다르고 인테리어는 다 똑같다. 그런 인테리어에 어느정도 싫증이 나기 시작하면 새로운 것을 찾기 시작한다. 그럼 우리도 소비자의 목적에 맞게끔 새로운 것을 제안을 해야 된다. 반면에 주거 공간이라면, 사용자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은 화려하고 디자인적인 요소가 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반면 B클라이언트는 담백하고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이면 좋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B클라이언트는 살면서 자기가 원하는 것으로 꾸미고 싶어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려면 거기에 맞게끔 우리가 대처를 해야 한다. 클라이언트의 생각은 따로 있는데 우리에게 특별한 디자인 색깔이 있다고 해서 그걸 강요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변화무쌍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각각의 공간의 특성에 맞게끔 잘 디자인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20171120a74ac5c22cbf5684ef948416dd5e156b.jpg 디자인 블랍 스튜디오 벽에도 물방울 무늬가 곳곳에 보인다.


프로젝트 : 단풍나무집


단풍나무집은 화로를 이용한 숫불구이집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깃집은 동네 골목에 위치한 냄새나고 연기가 자욱한 고깃집 또는 고급 한우를 취급하는 고급 한우 전문점 이렇게 대변되곤 한다. 단풍나무집은 조금 다르다. 강남역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서 단풍나무집의 경우엔 젊은 직장인들, 아니면 젊은 연인들, 젊은 세대를 위한 트렌디한 고깃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트렌디한 고깃집에서 데이트를 하거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남의 장소로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고깃집과 공간 배치도 다른 것 같다.

이 공간 배치에 대해서는 클라이언트와 많은 대화를 하면서 분석을 했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식음공간의 좌석배치는 4인 기준이 기본적인 구성이다. 하지만 고깃집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4인 이상의 손님들이 많다. 그래서 단풍나무집의 공간은 6인석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간 좌석이 6인석으로 이루어져있고, 그와 반대로 요즘 혼밥, 혼술족이라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디에 맞춘 좌석도 있다. 그런 손님을 위한 배려로, bar의 디자인을 과감하게 설정을 했다. 1인손님들이 매장을 방문했을 때 6인석을 혼자 독차지 하는 것은 매장 입장에서 비효율적인 좌석배치이고 손님 입장에서도 쾌적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bar 디자인이 나왔던 것 같다.


20171120755fd9f6a5dcfda1ef64dc115285ff93.jpg 단풍나무집 강남점 입구. 입구 주변을 둘러싼 벽돌의 사용 방식이 독특하다.


소주병 인테리어나 벽돌을 세로로 사용한 방식이 인상적이다.

재료의 사용에 대해서 그리고 그 재료가 이 공간과 어떤 연관성을 맺을 수 있는지를 고민했던 것 같다. 이 공간에서 설정된 주재료가 소주병인데 고깃집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소주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보잘 것 없는 빈 소주병도 무수히 많은 반복을 통해서 훌륭한 인테리어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한가지 특색있는 재료라면 벽돌의 사용을 말할 수 있다. 벽돌은 굉장히 일반적인 소재다. 하지만 이곳에 사용된 벽돌을 보면 다양한 패턴과 질감을 느낄 수 있다. 한 가지 벽돌을 사용해서 그것을 눕히거나 세우거나 아니면 뒤집거나 아니면 쪼개거나 여러 방법을 이용해서 지루하지 않고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시도했다. 핀란드 건축가 알바르 알토(Alvar Aato)가 자신의 여름 별장인 코에탈로에 다양한 방법으로 벽돌을 사용해서 벽면을 디자인했었다. 그게 70년 전 작품인데 지금 봐도 굉장히 세련된 모습이었다. 거기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 같다.


20171120e2994638b6d6d61158046c9328508313.jpg 긴 바(bar) 형태의 테이블과 소주병 인테리어는 고깃집에서 쉽게 시도되지 않았던 인테리어다.


소주병은 몇 개나 사용되었나.

5000개 정도 사용했다. 이 작업을 감당할 수 있는 특별한 용역 업체가 없다 보니 직원들이 고생을 했다. 새로운 작업이었겠지만, 그래도 직원들에게는 고충이 많았던 현장이었다.


이런 디자인을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줬을 때 반응은 어땠나.

물론 이곳을 연출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미리 다 설명을 드렸고, 일을 수용하는 클라이언트도 디자인적인 코드나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런 디자인을 수용하는데 도움이 됐다. 만약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났다면 적용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디자인을 과감히 수용한 단풍나무집 클라이언트와는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다.

단풍나무집 클라이언트와의 인연은 13년 정도 된 것 같다. 내가 창업할 당시부터 알고 있었던 분이고, 또 디자인하고자 하는 방향을 잘 이해를 해주고 그러한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클라이언트이기 때문에 굉장히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디자인적인 대화도 많이 하면서 작업할 수 있어서 나에게는 굉장히 고마운 클라이언트다.

클라이언트와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하다.

신뢰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계약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힘들더라도 일단 계약이 완성되면 무조건 일에 더 치중을 한다. 금전적인 손해를 보더라도 우리가 최종목표로 하는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그런 것들을 몸소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줌으로써 무한 신뢰를 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런 신뢰가 서로 간에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들이 나를 더 찾아주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테리어디자인에 있어서 클라이언트는 디자이너에게 어떤 존재일까.

조력자.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디자이너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발상을 가지고 있더라도 클라이언트가 그것을 받아들일 마음가짐이 가지지 않으면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결국 클라이언트는 디자이너의 생각을 존중하고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뜻이 일치했을 때 좋은 공간이 나온다고 믿는다.


어떤 클라이언트가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클라이언트가 이상적인 것 같다.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가 서로 바라 보는 방향이 서로 일치했을 때 좋은 공간이 완성된다고 말했듯이, 클라이언트는 디자이너를 감시와 견제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공간을 연출해주는 조력자라고 생각하면서 서로 힘을 합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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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트렌드를 세팅한다


상업 공간 중에는 단풍나무집 외에도 폴리스라는 곳도 있다. 그곳의 클라이언트와도 오래 일을 했는데, 폴리스는 어떻게 구현된 공간인가.

피자라는 메뉴는 이태리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유럽 사람들이 신대륙을 발견했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주를 한다. 거기서 발생한 수많은 노동자들에게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음식 중에 하나가 피자였다고 한다. 그래서 뉴욕에서는 돈없는 노동자를 위해서 조각 피자를 팔기 시작했다. 그래서 슬라이스피자라고 하면 뉴욕피자로 대변이 되기도 한다. 거기서부터 디자인이 출발된 것 같다. 폴리스에서 보여지는 그러한 디자인 요소들은 1900년대 초반의 뉴욕의 거리의 모습이다. 산업화시대의 붉은 벽돌, 그때 당시의 아르데코 스타일의 장식들이 녹아져있다.


201711202702682e0c7afe7c0e801fbe20660ce8.jpg 폴리스 롯데월드점. 폴리스는 이태리 피자가 아닌 정통 뉴욕 피자를 지향하며 인테리어 역시 브랜드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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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디자인 할 때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깊은 조사'가 필요한 거 같다. 특히 상업공간이라면 더 그런 것 같은데.

상업 공간은 공간을 이용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게 중요한 공간이다. 그러기 위해서 디자이너가 이 공간이 이윤창출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가장 많이 신경써야 한다. 부수적으로는 현 시대의 트렌디한 흐름을 읽거나 동종업계 경쟁 브랜드에 대한 조사, 공간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성향 등 다각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해서 디자인을 완성되는 것 같다.


공간 이용자의 성향 파악은 어떻게 하는지.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한 직업인 것 같다. 소비자의 성향을 시시각각 공부를 하고 그것에 대해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트렌드를 알기 위해 직접적인 방법,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논문자료, 통계자료, 서적 각종 전시회, 해외탐사 등을 총동원해서 트렌드를 읽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저 스스로도 그런 감각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


트렌드를 안다는 것이 디자인에서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디자이너로서의 어느 정도의 경력과 연륜이 쌓이다보면 그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나 관심분야가 분명히 설정이 되는 것 같다.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약간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상업 공간이라고 하면 불특정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사용을 하고 또 거기서 필요로하는 요소들이 많고, 주거공간 같은 경우에는 거주자의 특성이나 라이프스타일, 그런 것들이 존중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때그때마다 탄력적으로 공간 디자인을 접근하는 방법적인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컨셉이 강요되기 보다는 트렌드를 최대한 빨리 잊고 더 나가서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트렌드 세터로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저 스스로도 앞으로도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한쪽에 편향된 사고보다는 아직까지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은 욕심에서 그런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경력이 오래되었는데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

경력이 쌓이면 순발력이 많아지는 것 같고, 공간의 디테일한 완성도 역시 경력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는 것 같다. 하지만 다양한 사고방식은 경력하고 무관하다고 판단한다. 경력이 많다고 해서 디자인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경력이 없다고 해서 발상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이가 많아지고 경력이 쌓이다보면 일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고 트렌드에도 둔화될 수 있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을 내서라도 최근 이슈가 되는 장소나 전시회, 해외건축답사를 가서 직접 경험도 해보는 등 의도적으로 참여하고 퇴보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마지막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란 무엇이라고 정의하는지?

인테리어 디자이너란 현대인의 삶과 트렌드를 주도해가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공간과 장소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생활을 하고 먹고 자고 즐긴다. 모든 생활이 공간에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 공간들을 통해서 트렌드를 영유해나갈 수 있게 리드해 나가는 것이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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