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People_maum studio]
한국말에는 유독 "마음"에 대한 표현이 많은 것 같다. ' 마음을 쓰다, 마음이 아프다, 마음에 든다' 하지만 그 마음이라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가끔은 내 마음조차 내가 모르는 경우도 많아서 당황스러울 때도 많으니 말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마음은 복잡하고 어렵기만 하다. 그래서 '마음을 알아주다'라는 표현이 있는 것 같다. 마음은 스스로 아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알아줘야 하는 것이다. 공간디자이너의 역할이 바로 그 "타인"와 비슷하다.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공간으로 구현해야 하는 공간디자이너. "마음 전문가" 마음스튜디오의 이달우, 최문호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안녕하세요. 마음스튜디오는 어떤 곳인가요.
이달우(이하 이): 마음 스튜디오는 공간, 그래픽, 그와 관련된 제품부터 자체 브랜드 제품까지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현재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기반으로 많이 작업을 하고 있어요. 컨셉을 먼저 도출하고, 그래픽 작업을 하고, 공간을 구현하고 공간이 나오면 또 그것에 관련된 상품 등 전반적인 것을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저희 스스로 얘기하기에는 A부터 Z, 시작부터 끝까지 한다고 하구요.(웃음) 그런 스튜디오가 되려고 더욱 더 노력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공간디자인을 한 건 아닌데, 공간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요
이: 2008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마음 스튜디오의 시작은 비쥬얼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래픽 위주로 많이 작업했는데, 2012년 우연히 딸기 키즈 뮤지엄 디렉터를 맡은 게 계기였어요. 그때 어린이 공간을 처음 접했어요. 놀이기구, 가구 디자인도 하고 1000평의 공간을 만들다보니까 "공간"에 관심이 생기고 더 잘하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래서 공간을 하시는 최문호 실장님을 마음 스튜디오의 공동대표로 스카우트하고 본격적으로 공간디자인으로 확장하게 되었어요.
마음 스튜디오의 작업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나요
이: 마음 스튜디오에는 여섯 명이 있는데 팀원 모두가 스케치를 하다가도 공간을 하고 그래픽을 건드릴 수 있어요. 전문성을 최고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뭐, 이것저것 다 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희는 그런 작업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체를 볼 수 있는 힘이 생겨요. 그게 공감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프로세스의 첫 단계는 공감인가요
이: 네. 저희는 클라이언트와 미팅할 때부터 어떤 것을 필요로하는지부터 읽기 시작해요. 공간에 들어갈 위치, 포인트를 잡아줄 공간, 동선 등을 만들다가 보면 저희도 마음이 좋아지고, 우리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요. 그럼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게 되죠.
예를 들면요?
이: 예를 들면, '슬리퍼가 있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이 들면 슬리퍼를 만들어서 드려요. 저희가 그런 것들을 제작하는 걸 좋아하니까 다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그런 작업을 "어떤 작업"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넣지 않고 덩어리로 만들어서 ‘마음을 전한다’라고 표현해요.
공감을 먼저 하시는군요. 공감을 한 뒤에는 어떤 작업이 이어지나요?
이: 네이밍을 해요. 네이밍은 어떻게 보자면 슬로건 같은 거잖아요. 컨셉을 한 마디로 담아서 얘기해줄 수 있는 게 네이밍이에요. 그리고 아무리 작은 것이어도, 쓰이지 않더라도 로고 타입도 만들고, 로고 타입을 만들면서 공간을 그려가죠. 공간을 그려가면 공간의 디테일이 나와요. 예를 들어, '공간에 놓일 그림이 필요하겠다' 생각이 들면 아티스트를 매치시켜드리기도 하지만, 우리가 직접 그림을 그려서 드리기도 해요. 집의 공간을 디자인하는데 '이런 수건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면 자수기계로 수건을 찍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서 주는 거죠.(웃음)
최문호(이하 최): 그 다음에는 네이밍에서 시작된 아이덴티티를 공간에 어떻게 적용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요. 필요한 공간이든 어떤 소재든 한가지 '아이덴티티'를 통해서 구현이 되는 거예요. 어떻게 보자면 아이덴티티를 도출하는 것으로 저희는 이미 공간이 나왔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거기서부터 점점 덜어내고 절제하면서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세부)공간 작업으로 들어가는 거죠.
그렇다면, 도출한 아이덴티티는 어떻게 클라이언트의 공감을 얻나요?
이: 상대가 기업 클라이언트라면, 보통 다른 회사에서는 PT할 때 참고자료를 많이 써요. 그런데 저희는 PT할 때 레퍼런스를 쓴 적이 거의 없어요. 저희 스튜디오 스타일이 워딩과 텍스트로만 PT를 한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책이라는 것에서 글을 읽고 공감을 얻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텍스트를 써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건 이런 건데, 어떠세요?’라고 묻는 게 그림이 아닌 글로 먼저 보여드리고 그림은 클라이언트와 함께 그리는 거예요.
최: 제가 생각하는 공감이란, "사용자에 대한 이해"인 것 같아요. 사용자에 대해 공감을 하려고 하다보면 사용자를 이해하게 되고, 이해를 하다보면 배려를 하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공간에 뭐가 필요한지 나오게 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좀 더 공간이 구체화되는 것 같아요.
워딩으로 설득을 하려면 아이덴티티에서 도출하는 '키워드'가 중요할 것 같아요. 키워드를 어떻게 도출하나요.
이: 키워드는 반짝하고 터지는 크리에이티브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일례로 저희가 모나미 컨셉스토어 PT를 했을 때, PT자료 첫 페이지에 이렇게 썼어요. ‘저희는 모나미를 쓰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모나미를 쓰지 않고 있었거든요. 라미(Lamy)를 썼죠.(웃음) 그런데 저희가 모나미 공간을 만들어야 되니까, 일단 우리가 느끼기에 모나미를 좋아해야 될 것이고, 저처럼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접근하는 거죠. 지극히 일상적인 것부터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 같아요.
최: 이렇게 아이덴티티를 찾은 다음에는 공간에 아이덴티티를 줘야 할 이유를 찾으려고 해요. 이유가 있어야 모든 것들이 설명이 되거든요. 이유를 찾게 되면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면 공감을 얻을 수 있어요. 아이덴티티에서 출발한 것들을 키워드로 접근할 때는 그렇게 이유를 찾아서 접근을 합니다.
아이덴티티는 어떻게 구현되나요?
이: 예전에는 "비주얼적으로 좋게 보여주는 게 좋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달라요. 아이덴티티란 통일성이잖아요. "어떻게 브랜딩해줄 것인가"에 대해 일관성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해요. 브랜드를 만들려고 하지 않고 브랜딩을 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해요.
브랜드를 만드는 것과 브랜딩을 하도록 하는 건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 처음에 한번 잘 만들어주고 털어버리지 않는 거죠. 그건 사실 저희의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는데 한번 우리와 연을 맺으면 지금도 작업을 계속 해주고 있어요. 예를 들어 동탄에 공간을 만들었는데, 그 공간은 한 달에 한 번 이벤트를 많이 해요. 그럼 그 이벤트에 대한 페이지 작업도 해주고, 이벤트 문구도 바꿔줘요. 이런 작업이 사실 저희한테는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쌓이다보니까 또 다음 작업에서는 브랜드가 아닌 브랜딩을 애기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자연스럽게 클라이언트와 함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 그런 과정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CGV 씨네샵은 어떻게 디자인되었어요?
최: 기차역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어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들어가는 게 마치 기차를 타러 들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자리에 앉으면 영화와 기차가 비슷한 경험을 준다고 생각했어요. 두 시간 동안 꼼짝 없이 앉아 있죠. 그리고 저마다 같은 것을 보는데 생각하는 것과 공감하는 게 다르잖아요. 그런 공통점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기차라는 컨셉으로 잡았던 거예요.
씨네샵의 전체적인 공간의 형태들은 기차역에 들어있는 모든 요소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디자인적으로 접근했어요. 결제하는 카운터는 기차역에 티켓부스를 컨셉으로 했고, 벽의 요소들도 터널에서 나오는 기차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들을 구체화시켰구요. 기차의 기본적인 형태감들은 저희가 디자인 그래픽적인 요소로 접근했습니다. 기능은 충족시키면서 컨셉은 자연스럽게 디자인해서 공간으로 녹아들 수 있게 접근을 했습니다.
마음 스튜디오는 어린이 공간을 잘하기로 유명하기도 한데, 파라다이스 호텔이 대표적이구요.
이: 네. 영종도에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의 어린이 공간을 디자인했는데, 이름을 "고마워 지구야!"로 지었어요. 보통 호텔이라고 하면 물도 괜히 펑펑쓰고 음식을 남겨도 다 치워주잖아요. 신나게 뛰어놀면서도 지구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그걸 강압적인 방식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뛰어놀았는데, '지구에 고마운 존재가 이렇게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길 바랬어요.
(공간도 공간이지만)저희가 가장 주안점으로 두었던 건 프로그램이었어요. "지켜줄게 지구야"라는 프로그램인데 호텔에서 버리는 플라스틱을 모아놓고 글루건을 이용해서 자기만의 장난감을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에요. 디자이너라면 지구를 지켜야 된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공간으로 구현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예전에는 뭔가 말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가장 최근에는 대림미술관에서 전시디자인도 하셨구요.
이: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이라는 전시에요. 10팀의 아티스트팀 중 한 팀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어요. 종이가 주제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만드는 건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드는 것이더라구요. 자연을 이길 수 없어요. 그게 모티브가 되는 게 많은데 이 공간을 통해서 진짜 자연에 다다갈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죠. 그런 메세지만 전달해주더라도 이 공간은 이미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게 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전하려고 했어요.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네요. 마음이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이: 디자인은 개연성이 있어야 하고, 메세지를 일관성있게 줘야 해요. 그리고 디자인의 목적을 정확히 전달해줘야 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도 하구요. 그 모든 것을 위트도 있고 엣지도 있고 공감도 할 수 있게 해야 되죠. 저희가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을 구현할 때, 디자인이란 주어진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디자이너는 답을 찾아가는 거죠. 그 안에서 공감도 이루어지고 이해도 이루어져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이유가 있는 디자인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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