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팩트체크

디자인 비용은 왜 금기어가 됐을까 [팩트체크]

by 인테리어브라더스

우리는 유형의 제품보다 무형의 제품을 구매하는 데 인색하다. 10년 전만 해도 저작권 의식이 낮은 편이라 영화나 음악, 이미지 등을 불법 다운로드하는 게 별일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말 그대로 내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존재라 가볍게 생각하는 걸까? 요즘에야 영화, 음악, 이미지 등 저작권과 관련한 내용이 이슈로 떠오르며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어떨까. 디자인 비용은 올바르게 책정되고 있는 걸까? 디자인의 사전적 정의는 ‘주어진 목적을 조형적으로 실체화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형체가 없는 무형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유형의 것이다. 당장 손에 잡히는 건 없지만 디자인이 있어야만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공간이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간이 존재하기에 앞서 꼭 필요한 디자인. 이번 팩트체크는 이 디자인과 디자인 비용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디자인의 가치에 대해서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은 식상하다. 길을 가다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치면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 지갑, 자동차, 컵, 가구, 노트, 펜 등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은 저마다의 디자인이 들어가 있다. 같은 기능을 하더라도 디자인이 월등하다면 그 제품에는 더 높은 가치를 책정한다.

당연히 공간에도 디자인이 적용된다. 소비자는 비록 거리가 멀고 가는 길이 불편하다 할지라도 예쁜 디자인의 공간을 직접 방문해 인증샷을 남긴다. 다른 무엇보다 공간이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완성도 높은 공간 그 자체만으로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image_1788519511563940615393.jpg?type=w1200 한옥 인테리어로 인기를 모은 어니언 안국

요즘은 색다른 공간을 찾아다니는 시대다. 공간이 주는 느낌과 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한옥의 고즈넉한 멋이 살아 있는 안국동 어니언은 하루 1,000명 이상이 찾으며 오래된 방직 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강화도 조양방직은 오픈 전부터 대기를 시작한다. 이런 핫플레이스는 사람들이 기꺼이 찾아가 줄을 서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니언과 조양방직 같은 공간이 주는 느낌은 특별하고 유일무이하다. 이런 특색 있는 디자인이야말로 소비자의 발길을 잡는 강력한 무기다. 이렇게 좋은 디자인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KakaoTalk_20190527_115529532.jpg?type=w1200 폐공장을 리모델링한 카페 조양방직

이는 비단 상업 공간뿐만 아니라 주거 공간에도 해당된다. 주거 공간을 인테리어 또는 리모델링하는 것은 낙후된 공간의 기능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도 있지만, 결국 이것도 조금 더 내 마음에 드는 공간을 만들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는 거주 구성원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등 종합적인 면을 고려하고 복잡한 과정 끝에 디자인을 완성한다. 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심지어 공간 디자인은 당신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 그만큼 공간 디자인이 가진 힘이 크고 그 가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디자인의 가치에 관해서는 ‘공간 디자인이 당신의 삶을 바꾼다(http://bit.ly/2JYEPeF)’를 보면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겠다.)


디자인 비용이란 무엇인가

디자인 비용이란 디자인을 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말한다. 보통 설계도가 결과물로 나오기 때문에 설계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건축·인테리어에서 디자인, 즉 설계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좋은 건물을 지으려면 좋은 설계도가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며 설계도의 완성도가 공간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좋은 설계를 기초로 해야 좋은 시공이 이루어지고 그래야 좋은 건물이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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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매우 추상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 누군가의 머릿속에 있는 막연한 개념이나 느낌을 구체화, 실체화해야 한다. 보통 클라이언트는 ‘따뜻한 느낌이 들게 해주세요’, ‘모던하게요’, ‘예쁘게 해주세요’, ‘사람들이 많이 오게 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추상적인 디자인을 요청한다.

그러면 전문가는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가며 생각을 구체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자신만 이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깝게는 클라이언트 멀게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구현해내야 한다.

어느 정도 기획이 완성되면 실제 디자인(도면) 작업은 기본이고 축소 모형을 만들거나 요즘은 조금 더 잘 보이도록 3D로 제작하기도 한다. 당연히 이 작업을 하기 위한 전문 공부와 자격증이 필요하다. 전문가는 설계 툴을 다루는 기술은 물론이고 하중, 배관, 배선과 같은 지식과 건축법과 소방법 등 법률도 알아야 한다. 이렇듯 전문가는 디자인 작업만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는 컨설팅 작업까지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

%EB%8C%80%EC%A7%80_66.png?type=w1200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 프로젝트 프로세스*

설계가 끝나면 시공 단계로 들어간다. 해외의 경우 대게 전문가는 설계만 하고 시공은 전문 시공사에 맡긴다. 국내에도 설계만 하는 프로젝트가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시공까지 함께 진행한다.

PM(Project Management)은 현장에서 공정(자재+시공팀 스케줄)을 관리하는 일련의 작업을 말한다. 도면대로 시공이 이루어지는지, 현장의 문제는 없는지 하나하나 검수하는 감리도 전문가가 하는 일이다.

시공이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 보통 1년의 하자 보증 기간을 갖는데 이때 시공상 미진한 부분이 발견되면 책임지고 수정을 한다. 이렇게 하나의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데는 프로젝트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3주에서 6개월 이상까지도 걸린다. 이 기간에 전문가**의 작업은 정당하게 가치를 인정받고 있을까?

사실 PM이나 감리 등도 독립적인 항목으로 비용을 책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우리나라는 디자인 비용도 언급하기 불편한 상황이니 감리비는 오죽할까. PM과 감리 비용까지 이번에 다루지는 않겠지만 디자인 비용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참고로 프로세스는 전문가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첫 초기 미팅에서 바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고 콘셉트를 받고 난 후 계약하기도 한다. 계약 후에도 여러 번의 미팅이 이루어지고 실시 설계나 시공 도중 변경 사항이 생기면 다시 전 단계로 돌아가 작업을 반복한다.

**이 글에서 보통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직업을 전문가(Professional)라고 지칭하는 것은, 디자이너(Designer)라는 단어가 그들의 전문성을 드러내기에 다소 아쉬운 단어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가 하는 일과 그들의 전문성(Professionalism)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은 서비스 항목이다?

시공자는 돈을 벌지만, 디자이너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지만, 시공까지의 전 과정, 그리고 시공 이후까지 책임지는 전문가들의 작업은 유독 정당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새롭고 신선한, 독창적인 디자인을 원하지만, 그 디자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디자인은 당연히 받아야 할 서비스 항목이라 생각하며 그 비용을 따로 내야 한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심지어는 상세한 디자인안까지 받고 “디자인은 마음에 들지만 다른 업체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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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문가는 “최근 공유 오피스를 오픈한다고 해서 미팅을 갔는데 우리 시안서를 가지고 투자를 받아야겠다고 하더라. 공간 디자인뿐만 아니라 투자 시안서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런 경우가 매우 많다. 클라이언트가 건물을 계약해서 진짜 들어가는 공사이고 확실한 입찰(bidding) 방식이면 ‘경쟁이고 안돼도 디자인 능력을 키우는 거니까 하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단순히 본인의 사업 구상용으로 할지 말지 모르는 프로젝트에 디자이너를 막 동원한다”며 비정상적인 관행을 설명했다.

덧붙여 “보통 1년에 5개~20개 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작년에 당선된 프로젝트 중 5개 정도가 도중에 없어졌다. 아무 대가도 받지 못하고 고생만 하고 끝난 것”이라며 “디자인 비용은 고사하고 노무비, 미팅 갈 때 소소하게 지출하는 직접 지출비 등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입찰 과정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6억원 규모의 공사였는데 비딩 비용으로 커피 쿠폰 10만 원을 받은 적이 있다. 근데 그런 분들도 되게 좋은 분들”이라며 “저희는 그거 하느라고 거의 2주 동안 새벽 3시, 4시에 갔는데…, 이것도 괜찮은 경우고 안 주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씁쓸한 현실을 전했다.

더불어 “보통 알만한 기업에 비딩을 들어가면 50~80만 원 정도를 비딩 비용으로 주는데 이런 경우는 1년에 1번 있을까 말까다. 그러니까 비딩을 들어가면 무조건 따야 한다. 아니면 2주 정도가 날아가는 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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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상세한 디자인을 제출하는데 계약이 되지 않으면 그동안 고생한 것을 하나도 보상받지 못하는 것이다. 계약이 된다고 해도 역시 디자인 비용을 따로 명시해 받는 경우는 없다. 그냥 프로젝트 전체 비용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일만 하고 정당한 비용을 받지 못하는 현실, 과연 합당한 것일까? 최소한 현재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은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해외에서는 디자인 비용을 명시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해외도 우리나라처럼 디자인 비용을 따로 명시하지 않을까? W 호텔 멕시코시티·서울·보고타, Ibis 앰배서더 호텔 강남,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등을 설계한 스튜디오 가이아(Studio GAIA)에서 근무했던 Studio Eccentric의 김석훈 대표는 “해외에서는 디자인 비용을 별도로 명시하고 따로 디자인 서비스 계약서를 작성한다”고 말한다.

이어 “해외에서는 디자인 비용을 받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지적재산권이라는 인식이 있어 비용 지급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설계사와 시공사가 별개의 개념으로 명확하다”며 “설계사에게 디자인 비용을 지불함이 마땅하고 우리나라처럼 설계와 시공을 같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디자인 비용을 책정하는 걸까. 김석훈 대표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보통 시간을 기본으로 가는 경우가 많고 금액은 맨파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평당 얼마’로 책정하는 것은 모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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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해외에서는 디자인 비용을 받는 일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심지어 국내에서도 해외 전문가와 함께 일을 하면 그들의 방식에 맞춰 시간당으로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와 일할 때는 그렇지 않은 현실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당장 우리가 해외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 비용을 책정하고 또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디자인 비용을 디자인 비용이라 말하지 못하는 이유

그렇다면 디자인 비용은 왜 투명하게 디자인 비용이라는 이름으로 지급되지 못 하는 걸까? 애초에 디자인 비용에 관한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관행이 이어져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디자인 업체마다 프로세스도 달라 이렇다 할 체계를 잡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건국대학교 김문덕 교수는 “과거에는 ‘실내디자인’이라는 개념도 명확하지 않았던 과도기였다”며 “디자인 비용을 제도화시켜 결국 그것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생겨야 실내디자인계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열 경쟁으로 인한 단가 압력도 원인으로 꼽힌다. 디자인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상담 > 디자인 미팅 > 공사 여부 결정 > 착공 > 공사 완료’의 프로세스를 거치는데, 디자인 비용은 이 가운데 첫 번째 지출 항목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돈을 내는 것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디자인 회사들은 눈에 보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처음부터 디자인 비용을 명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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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문가에게 “디자인 비용을 받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회사들은 디자인 비용을 받느냐”고 반문했다. 디자인 비용을 받는 회사가 거의 없고 디자인 비용을 받는다고 하면 클라이언트들이 ‘그 회사는 빼라’고 한다는 것.

또한 “클라이언트는 5개, 최소 3개 업체는 불러서 금액을 받아봐야 현명한 소비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큰 공사일수록 많은 업체를 불러서 금액을 확인하려고 한다. 저렴한 금액을 선호하기 때문에 디자인 비용을 받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저희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인 형태가 된다”고 말했다.


이미 디자인 비용을 내고 있었다!

이렇듯 ‘디자인 비용’이라는 항목을 책정해 비용을 받는 전문가는 드물다. 대부분 디자인 비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자인 비용을 명시하지 않은 전문가들은 디자인을 서비스로 해주는 걸까? 그건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디자인은 중요한 부분이며 공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일하고 대가를 받지 않을 수는 없기에 이를 다른 항목에 녹인다.

김문덕 교수는 “(디자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인테리어 쪽의 관행 비슷하게 시공비에 디자인 비용이 들어갔던 것”이라며 “그래서 시공비가 약간 부풀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디자인 비용을 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견적서에 ‘기업 이윤’이라는 항목이 있는 경우, 디자인 비용을 해당 항목에 넣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디자인 비용’이라는 이름으로 청구하기는 어려우니 우회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디자인 비용’을 ‘디자인 비용’이라고 부를 수 없는 현실이다.


디자인 비용을 명시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이미 디자인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여전히 디자인 비용을 명시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조삼모사 아닐까? 디자인 비용을 명시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소비자와 전문가 모두에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지불한 비용의 내용을 투명하게 알리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너무나 당연한 것에는 사실 큰 의미가 숨겨져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소비자와 전문가 사이 신뢰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공비나 자재비 등에 디자인 비용을 녹이는 것은 불신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한 쪽이 부풀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 자체가 전문가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고, 프로젝트 과정에 변동사항이 생기면 종종 사소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결국 프로젝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capture-20190508-165715.png?type=w1200 대한건축사협회 업무대가산정 계산기(출처: 대한건축사협회 홈페이지 캡처)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 설계 대가 요율을 정해 대략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두었다. 디자인 난이도에 따라 제1종(단순), 제2종(보통), 제3종(복잡)으로 나누고 이를 각각 기본, 중급, 상급으로 다시 분류해 공사비의 몇 퍼센트를 받는 식이다. 물론 몇 명의 전문가가 투입되는지, 숙련도가 얼마나 되는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반가운 일이다.

두 번째 시대 흐름에 맞춰 가기 위해서다. 각종 O2O 서비스와 플랫폼 사업의 발달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변화의 흐름이다. 이러한 변화는 정보를 얻는 방법부터 어떤 일을 실행하는 방법까지 바꿔왔다. 더 많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접근도 쉬워졌다. 과거 폐쇄적인 환경에서 소수만 알던 노하우도 지금은 누구나 쉽게 찾고, 볼 수 있는 정보가 됐다.

인테리어 업계의 흐름을 본다면 과거에는 관련된 일을 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웠던 목공, 타일 등 시공비나 자재 가격 같은 정보도 검색만 하면 대략적인 내용을 알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뿐만 아니라 각종 후기를 통해서도 여러 정보가 유통된다. 이렇게 정보의 접근이 쉬운 시대에 투명한 정보의 공개와 공유는 당연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세 번째전문가의 작업을 존중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잘 맞는 클라이언트가 있다고 말한다. 이런 클라이언트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 특별한 문제 없이 일이 잘 진행되고 결과물도 좋아서 모두가 크게 만족한다는 것이다. 대게 이런 프로젝트의 특징은 서로 케미(Chemistry의 줄임말, 양측의 교감이 잘 되고 호흡이 잘 맞는다는 의미)가 맞는 경우다.

단순히 말이 잘 통하는 사이일 수도 있지만, 그 기저에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디자인 비용을 명시하고 투명하게 지불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건강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는 전문가에게 더 큰 책임감을 갖게 하며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이처럼 디자인 비용을 인정하고 정확하게 지불하는 것은 건축·인테리어 업계가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전문가와 클라이언트가 모두 만족하는 프로젝트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자신과 일하는 전문가가 최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는 분명 클라이언트에게도 이득이 된다. 이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기획하며 디자인하는 비용을 정당하게 인정하기 시작한다면 보다 신선한 스타일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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