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특집 | 굿모닝인천 11월 Vol.335
그토록 바라던 ‘일상으로의 단계적 회복’이 시작됐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멈췄던 평범한 일상으로의 첫걸음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만추에 시작되는 위드 코로나, 집콕으로 답답했던 마음을 달래줄 인천의 안전하고 아름다운 명소를 소개한다. 걸어도, 두 바퀴로 달려도 좋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모두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것을 잊지 말자.
글 최은정 본지 편집위원 │ 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
인천의 길은 산과 들, 갯벌을 지나, 다시 도시로 이어진다. 도심에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자연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언제 가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품을 내어주는 힐링 생태길을 걸어보자.
인천대공원은 거대한 숲으로 이루어진 청정 쉼터다. 여의도 면적에 맞먹는 266만5,000m2(약 80만 평)의 대지에 숲길과 호수, 갈대 습지 등 숨겨진 명소가 보석처럼 박혀 있다. 정문부터 우거진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울긋불긋 치장하고 단풍 퍼레이드를 벌인다. “기분 좋게 걷기 시작~!”
곧 인천대공원 호수에서 시작해 소래포구로 흘러드는 장수천(6.9km)을 만나게 된다. 굼실굼실 흐르는 물길 따라 억새가 손을 흔들어 가을에 걷기 좋다. ‘장수천살리기운동’으로 미꾸라지를 풀고 많은 이들이 애쓴 덕에 철새가 날아들고 잉어가 사는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났다.
물길 따라 걷다 보면 소래습지생태공원이 나타난다. 갈대밭 사이로 빨간 풍차가 돌아가고, 짭조름한 갯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정갈하게 놓인 탐방로 따라 갯벌에 공존하는 무수한 생명과 오래된 염전 곁을 지키는 소금 창고, 가을이면 붉게 타오르는 칠면초를 만날 수 있다. 소래포구까지 더 걷는다. 해오름광장에서 눈을 들면 수인선 협궤열차가 달렸던 소래철교(126m)를 볼 수 있다. 해넘이다리 너머로 떨어지는 붉은 낙조가 아름답다.
인천 둘레길 6코스(9.8km, 3시간 소요)
인천대공원 호수정원-장수천변-담방마을-남동경기장-만수물재생센터-소래습지생태공원-소래포구 해오름광장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도로를 자전거로 달리는 여행은 인천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를 따라 아름다운 해변을 감상할 수 있는 영종도로 페달을 밟아보자.
구읍뱃터에서 영종역사관을 지나 씨사이드파크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그야말로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 달리는 해안도로다. 라이더 행렬에 섞여 조금 달리면 야트막한 언덕 위에 서 있는 영종역사관을 만난다. 이곳에서는 인천국제공항 건설 사업 도중 출토된 선사시대 유물과 영종도의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야외 전시물은 자전거를 타고 돌아볼 수 있다.
씨사이드파크는 8km 길이로 조성된 해안 공원이다. 정원과 광장, 인공폭포 등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지루할 틈이 없다. 풍광을 즐기며 달리다 보면 바다에는 인천대교가, 건너편 육지에는 월미도와 송도국제도시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신불IC에서 거잠포 선착장까지는 올 4월 자전거길이 연결됐다. 덕분에 하늘도시에서부터 씨사이드파크~거잠포 선착장이 이어지며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섬을 더 달릴 수 있게 됐다. 거잠포 선착장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영종도 마시안, 을왕리, 왕산해변까지 이어진다.
※ 영종도 가는 길
배 : 월미도 선착장~영종도 구읍뱃터(평일 오전 8시~오후 6시, 주말·공휴일 오전 9시~오후 6시 1시간마다 출발)
공항철도 : 영종역 하차, 주말에는 자전거 휴대 승차 가능
영종도 남쪽 해안도로 자전거길(25.2km, 2시간 소요)
구읍뱃터-영종역사관-씨사이드파크-인천대교-거잠포 선착장-마시안해변-선녀바위-을왕리해수욕장-왕산해수욕장
박물관 옆 둘레길은 산자락을 걸으며 역사 여행을 할 수 있는 코스다. 마을에서 산으로, 산에서 다시 마을로 이어져 어디에서 시작해도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과거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인천의 역사와 가치를 마음속에 담고 오자.
인천시립박물관 옆 둘레길인 ‘연수구 박물관길’은 박물관과 유서 깊은 사찰을 따라 청량산(172m) 자락을 걷는 역사 탐방길이다. 발아래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걷다가 인천시립박물관,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지난해 전통 사찰로 지정된 흥륜사 등 역사 공간에 잠깐 들러도 좋다. 시립박물관에서 시작해 산책길을 10분쯤 오르면 청량산 인천대교 전망대가 바다를 향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조금 더 오르면 어렵지 않게 청량산 정상 전망대에 이른다. 두 곳에서 모두 옛 송도유원지부터 송도국제도시와 바다까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인천의 아홉번째 전통보존사찰인 흥륜사는 유구한 역사가 깃든 곳이다.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71호 나무묘법연화경 등 문화재 7점과 인천시 문화재자료 제27호 아미타불도를 비롯해 1,000점이 넘는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풍경과 낙조가 아름다워 이곳을 마지막 코스로 해도 좋다.
시립박물관 앞마당인 우현마당에는 인천과 수원을 오가며 시민의 삶과 애환을 함께한 꼬마열차 ‘수인선 협궤열차’ 한 량이 전시돼 있다. 시립박물관 앞 포장마차에서 파는 버터 냄새 진한 토스트는 트레킹 후 먹어볼 만한 별미다.
연수구 박물관길(2.2km, 2시간 소요)
인천시립박물관-청량산 인천대교 전망대-청량산 정상 전망대-흥륜사-가천박물관-인천상륙작전기념관
송학동에는 늘 우리 곁에 있었으나 무심히 스쳐 지나왔던 ‘개항장 인천’의 진짜 이야기가 녹아 있다. 옛것과 새것, 산과 바다가 이어져 있는 자유공원과 송학동 일대를 걸어보자.
송학동 역사 산책은 제물포구락부를 찬찬히 둘러보며 시작하면 좋다. 제물포구락부는 인천시 문화유산 활용정책 1호 공간으로 인천의 역사를 담은 다채로운 전시로 시민을 맞이한다. 11월 30일까지 기획 전시 ‘제물포구락부 리컬렉션전’이 열려, 지난 2년간 사랑받은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다.
계단 아래 자리 잡은 인천시민愛집은 최근 시민의 공간으로 오롯이 개방됐다. 1967년 제14대 김해두 시장부터 2001년 초대 민선 최기선 시장까지 17명이 생활했으며, 이후 역사자료관으로 활용돼 왔다. 고풍스러운 한옥 건물 안에 인천의 역사가 담긴 북 쉼터, 역사 회랑 등이 꾸며져 있다. 역사 전망대에 올라서면 월미도와 인천항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발을 옮기면 담장 너머에 근사한 단독주택이 보인다.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란 철학을 갖고 있던 건축가 김수근이 1977년에 지은 집이다. 인천도시공사는 건축물의 원형을 잘 보존하며 리모델링을 진행해, 지난 7월 복합문화공간인 ‘이음1977’의 문을 활짝 열었다.
뒤뜰로 나가 자유공원을 한 바퀴 돌고 언덕을 내려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플라타너스가 시원한 그늘을 내어준다. 개항 이듬해인 1884년에 심어져 지금은 어른 두세 명이 팔을 벌려야 겨우 끌어안을 수 있는 아름드리 거목(높이 30.5m, 둘레 4.7m)으로 자랐다.
개항장으로 내려가는 길, 소금 창고 부지(송학동1가 8-4번지 일원)에 눈길이 간다. 1939년 신축된 193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적산가옥과 소금 창고(50.24m2) 건물이 송학동 전체를 갤러리 삼아 자리 잡고 있다.
송학동 역사 산책길(1.2km, 1시간 소요)
제물포구락부-인천시민愛집-이음1977-자유공원(한국 최고最古 플라타너스)-옛 소금창고-개항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