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깡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인터넷 놀이의 일종인데, 가수 비가 2017년에 발표한 뮤직비디오 "깡"을 최소 하루에 한 번은 찾아가 본다는 말이다. 정작 음악을 발표할 당시에는 혹평을 받고 존재감이 없던 곡인데, 엉뚱하게 인터넷 놀이가 되면서 뒤늦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현상은 인터넷 밈으로 설명이 되고 있다.
밈(meme)은 1976년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자신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가 전파되고 진화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생물학적 진화와 마찬가지로 문화도 진화한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인데, DNA가 복제를 통해 전파되고 진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화적 요인도 모방을 통해 복제되어 사람들 간에 전파되고 진화한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밈도 인터넷 밈으로 진화해서,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개념의 놀이가 되고 있다. 인터넷 시대의 밈은 인터넷을 통해서 사람들 간에 전파되는 생각이나 스타일, 행동 등을 포함한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단순한 사진이나 그림, 짧은 문장이라도 한번 인터넷에서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트렌드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 현상이라고 하겠다.
가수 비의 뮤직비디오 "깡"은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고 진화하는 문화 밈의 대표적 사례이다. 2017년 발매 당시에는 조금 과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듯싶은 영상과 음악으로 인해 외면받았던 뮤직 비디오였다. 2020년에 뒤늦게 유튜브 댓글로 입소문을 타고 댓글 놀이터가 되더니 순식간에 조회수 1,500만 뷰를 넘었고 댓글도 10만 건이 훌쩍 넘었다. 한 여고생 유튜버가 소개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깡은 각종 신조어를 낳고 있는 중이다.
1일 1깡은 하루에 깡 뮤직비디오를 1번은 시청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도 모자라 1일 3깡, 1일 7깡, 혹은 식후깡, 깡팸 등 신조어를 양산하며 계속 창의적인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비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다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에서 시작한 깡의 인기는 다른 매체로 연결되어 진화하는 중이다. 1일 1깡 놀이가 인기를 얻으며 엉뚱하게 새우깡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갔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비는 새우깡 광고 모델로 선정이 되었다. 뮤직비디오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새우깡이 식후깡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SNS에서 구매 인증샷을 올리는 등 스낵의 인기로 이어졌으니 인터넷 밈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깡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댓글에서 볼 수 있듯이 깡은 대표적인 인터넷 밈이 되어 무서운 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중이다. 도킨스의 주장처럼 문화 현상도 모방을 통해 자기 복제를 하며 지속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깡이 반드시 도킨스의 밈 개념을 입증하는 사례로 볼 것인지는 견해 차이가 있겠으나, 문화가 퍼져나가는 속도가 인터넷 시대를 맞아 복제되고 빠르게 전파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뮤직비디오 자체보다는 댓글들로 인해 계속 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은 모바일 기기의 발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겠다. 누구나 손안에 인터넷 환경을 가지고 다니며 즉각적인 반응을 쏟아낼 수 있는 단순한 SNS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결과물이다. SNS 시대에는 복잡하고 긴 내용은 설자리가 없다. 짧고 간결하고 별 의미 없이 재미를 찾는 콘텐츠가 힘을 받는다. 물론 인터넷 밈이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 즉 재미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단순한 콘텐츠가 밈이 퍼져나가는 원동력이다. 특히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고 퍼져나가는 특성상 인위적인 마케팅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대중의 힘을 보여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긍정적 결과물이라고 하겠다.
몇몇 영향력 있는 인물이나 대기업의 마케팅 혹은 언론의 힘으로 여론이 만들어지던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다. 1일 1깡에서 볼 수 있듯이, 대중들이 재미와 공감대를 기반으로 자발적으로 만들고 퍼뜨린 콘텐츠가 대세를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미디어 기술의 발전은 일반 대중들의 손에 여론 형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쥐어주었다. 이것을 어떻게 이용하는 가는 전적으로 대중들의 손에 달려있다. 우리는 진정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