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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Dec 12. 2020

사유리가 던진 화두

방송인 사유리의 비혼 출산은 젊은 세대의 결혼관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촉발시켰고 미디어에는 여러 시각을 다루는 기사가 봇물을 이룬다. "시사 IN"에는 "비혼 출산 열광하는 청년 세대"라는 기사에서 최근 청년들의 결혼관에 관해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비혼 출산이라는 것은 기성세대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혼모에 대해서도 곱지 않는 시각을 갖는 기성세대인데, 아예 결혼을 거부하고 인공 수정으로 아이만 갖겠다는 젊은 비혼모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법하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오히려 비혼모의 길을 택한 사유리에게 열광하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 사회의 결혼 제도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시사 IN 기사를 보면 이런 변화가 피부로 와 닿는 통계를 인용하고 있다. 만 13세 이상 3만 8000명을 대상으로 한 통계청의 '2020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전체의 51.2%에 그쳤고, 나머지 절반가량은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에게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일 뿐이다. 특히 여성들이 결혼에 더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흥미로운 통계는, '성공하거나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00을 선택할 것이다'라는 질문에 여성의 67.4%가 비혼을 선택했고, 남성의 76.8%가 결혼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결혼을 선택하는 이유가 남녀 모두 공히 재정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수치인데 과거 남성이 경제 활동을 전담하고 여성이 가사를 전담하는 분업 방식이 무너지고, 남녀 공히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사회가 된 지금, 비혼은 당연한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자 혼자 벌어서 가족을 부양하기 어렵고, 여성도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는데, 여성 입장에서 경제활동과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생겨났으니 당연히 결혼에 대한 매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남자 입장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족을 부양할 정도의 충분한 수입을 올리기 어려우니 결혼을 회피하게 된다.


'비혼'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인데, '미혼'과 대비되어 사회 변화를 나타내는 단어이다. 지금까지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 즉 결혼은 당연한 것이라는 개념을 전제로 한 단어인 미혼이 당연하게 쓰이던 사회였다면, 최근  '비혼'이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것은 결혼 자체를 필수가 아닌 옵션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태도 변화를 의미하고 있다.


시사 IN 기사는 '왜 결혼을 안 하느냐'는 질문은 곧 '왜 결혼을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곧 바뀌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던지며 맺는다. 시사하는 바 매우 큰 끝맺음이다. 결혼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수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는 암시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코 단순한 질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우 가까운 미래에 당연한 현실이 될 수 있다. 결혼을 왜 하냐고 묻는 것이 당연해진다면 우리 사회 시스템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의미이고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발전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비혼을 선택하는 젊은 여성들은 결코 사회적 고립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보여주는 불평등한 현실을 거부할 뿐이다. 결국 남녀 공히 경제활동을 해야만 하는 사회에서 여성에게 불공정한 의무를 강요하는 결혼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는 여성들의 비혼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사유리의 비혼 출산으로 밝혀진 사실 중 하나가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취하고 있는 이중적 태도이다. 출산을 장려하면서 그 장려 대상은 결혼한 여성에 국한된다는 사실이다. 사유리는 한국에서 비혼 여성의 인공 수정은 불법이기에 일본에서 수정을 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곧 한국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문화가 공고하다는 의미이고, 이런 사회적 태도와 문화가 한국 여성의 비혼 경향을 촉진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문화에 있다. 여성에게 불공정한 문화가 빨리 바뀌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큰 위기에 처할 것이다. 이런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고, 논의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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