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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Jan 18. 2021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

Outside the Wire

미국 본토에서 근무하는 드론 조종사 하프 중위는 발칸반도의 내전에서 평화유지군 임무를 수행 중인 미군이 위기에 처하자 상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발포하여 2명의 미군 목숨을 희생시킨다. 그는 자신이 나머지 38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명령을 무시하고 행동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부에서는 먼 후방에서 스크린을 보며 드론을 조종하고 발포하는 드론 조종사로서 하프 중위가 전투 현장의 상황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에 이런 행동을 했다고 판단한다. 상부에서는 그를 명령 불복종으로 처벌하기보다는 그가 발포하여 희생된 대원의 부대가 있는 최전선으로 보내버린다.


이곳에서 하프는 리오 대위 휘하에 배치되는데, 하프가 도착하자마자 리오는 그를 데리고 곧장 임무 수행에 나선다. 하프는 리오 대위가 인간과 전혀 구별이 되지 않는 프로토타입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에 경악하지만, 총알이 빗발치는 최전선에서 전투 경험이 없는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리오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오와 함께 임무 수행에 나선 하프는 곧 리오가 구 소련 시절 러시아가 배치한 핵무기의 통제권이 위험한 적군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리오를 돕는다. 하지만 리오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이 핵무기 통제권을 확보하여,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을 투하하여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의 분쟁에 개입하여 민간인이 희생당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실수로 리오가 통제를 벗어나게 만들었다고 느끼는 하프는 리오를 막기 위해 홀로 나선다.


가까스로 리오를 저지하는 데 성공한 하프는 안드로이드 리오가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진짜 목적이 무엇이냐고 다그치고, 리오는 자신과 같은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한 일이기에, 자신을 만들어낸 미국 본토를 공격하여, 자신과 같은 존재의 위험성을 알려서 경고하려고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힌다. 비록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겠지만,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38명을 구하기 위해 2명을 희생하는 결정을 했던 하프는 자신의 결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액션 넘치는 오락물 전쟁영화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심각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다. 근미래 전쟁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안전하고 안락한 본토에서 조이스틱으로 드론을 조종하며 모니터 화면에 비친 목표물에 미사일을 발사하여 파괴하는 드론 조종사는, 전쟁터의 실상을 알지 못한다. 하프는 38명의 대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2명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것이 이성적인 결정이라 생각하고 발포하지만, 전투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대원들은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부상당한 동료를 절대 버려두고 퇴각하려 하지 않는다. 모니터 상의 모습과 전투 현장의 괴리를 잘 보여준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에는 전쟁이 대부분 무인으로 진행될 것이기에 하프와 같은 드론 조종사가 느끼는 현장에 대한 무감각함은 충분히 현실성 있다. 모니터 화면 상으로 보는 전쟁의 참사는 현실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전투 현장에서는 무인 드로이드 병사와 인간 병사가 같이 투입되는데, 영화에서 드로이드 병사가 미묘한 상황을 무시하고 기계적으로 발포하는 장면이 나온다. 역시 미래 전쟁에서 감정이 배제된 기계에 의해 전투가 수행될 때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리오는 인간과 전혀 구별되지 않고, 똑같은 판단을 하도록 제작된 안드로이드로서,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이다. 안드로이드 상관의 명령을 받게 된 하프는 처음 혼란스러워하다 곧 뛰어난 리오의 자질에 매료되지만, 이내 그가 던지는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에 당황해한다. 리오가 거침없이 적군을 쓰러뜨리고 고문하는 것에 하프는 이의를 제기하지만,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리오에게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 자신도 같은 행동을 했으니까.


미국이 세계 각지에서 전쟁을 수행하면서, 겉으로는 평화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간인 희생을 콜래터럴 데미지, 즉  "부차적 희생"으로 간주하는데, 미국 본토의 민간인이 같은 이유로 희생당하게 되는 상황에서 하프는 또한 말문이 막힌다.


그래서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는, 단순한 전쟁영화가 아니다. SF적 요소가 매우 극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술 발달에 의한 윤리적 문제를 짚어보고 있다. 그것도 전쟁이라는 상황을 매우 영리하게 이용함으로써, 극적인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심각한 문제의식을 요소요소에 적절하게 끼워 맞춰 넣는다. 마지막 대목에서 완벽한 전쟁기계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가 자신과 같은 존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자 서슴없이 미국 본토에 핵 미사일을 날릴 수 있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무책임한 기술 발전이 가져올 재앙을 미리 짚어본다는 차원에서 수긍할 만한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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