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 브랜드 <모든 요일의 방>의 계간지 Vol.8에 실린 글입니다.
Q. 계간 <Your Room>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성수연방을 운영하는 DMS플래닛의 공동대표 조남미입니다. 전직 공간 디자이너로, 성수연방에서도 공간과 관련된 아트 디렉팅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Q. 성수연방은 성수동의 주요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공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성수연방은 생산-제조-소비가 하나로 이어지는 ONE LINE 시스템을 구축하여,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브랜딩 된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연방 내에 입점한 테넌트(임차인)분들께서는 서로의 생산 라인과 제조품으로 서로 상부상조하며, 마치 중세 시대의 길드 형태처럼 일종의 연합체 형태를 구상하며 기획되었습니다.
공간 운영 최초부터 함께 한 테넌트들은 말 그대로 ‘생산 공장’을 연방 내에 운영하고 있는데요. 2층에 위치한 존쿡델리미트의 경우, 단순히 육가공품을 파는 유통점이 아닌, 육가공공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고요. 인덱스카라멜이나 자파브루어리 또한, 각각 캐러멜과 인도식 수제맥주를 생산하는 생산 라인을 성수연방 내에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COVID-19의 여파로 공간 운영에 큰 지장이 생기면서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중간에 전체 공간 운영사가 바뀌고(OTD -> DMS 플래닛), 주요 입점사인 아크앤북이 떠나는 등 내홍이 있었는데요. 이 동안, 공간 기획의 취지와는 어긋나게 보여주기식으로 돌아갔던 면이 있어서, 최초의 컨셉들을 살려 다시 한번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최초 기획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성수연방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성수동에 이런 공간이 들어선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사실 이곳은 저희 아버지께서 30년간 운영하시던 화학공장이었어요. 법적 규제로 서울 시내에 화학 제조 공장이 위치할 수 없게 되면서, 본 공장은 경기도 외곽 지역으로 이사하였는데요. 해당 공장 부지를 활용하여 새로운 공간을 기획하는 시기에, 아크앤북으로 유명한 브랜딩 에이전시 <OTD>에서 기존 공장 부지의 컨셉을 이어나가는 ‘생산 공장 연합체’ 형태를 제안했고 그것이 지금의 ‘성수연방’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Q. 아, 네. 앞서 코로나 바이러스 시기로 인하여 운영사가 OTD에서 지금의 DMS플래닛으로 바뀌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런 배경이 있었군요.
A. 네, 기존 화학공장의 부동산 덩어리가 커서, 10년 장기 임대 계약을 했는데. 코로나 시기로 전반적인 오프라인 활동이 위축되면서 기존 운영사가 큰 재정적 손실을 입으니 공간 기획 및 운영이 어렵게 된 거죠. 운영과 관련한 법적공방이 길어지면 최초 컨셉에 맞게 들어온 테넌트들과 방문객들이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게 될 텐데, 그게 보기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우리 가족이 다시 한번 이 공간을 운영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상황이 완화되는 모습도 있어서 테넌트 분들에게 저희가 더 나은 관심을 쏟을 수 있어 다행이었죠.
Q. 격변의 시기에도 오랫동안 함께하는 임대-임차인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새롭습니다. 대표님께서 느끼시는 성수동의 장점이 있을까요?
A. 이 동네가 특이한 게, 서울 시내에 몇 볼 수 없는 공업지역이잖아요? 수제화 공장, 자동차 공장, 가죽 공장, 저희가 운영했던 화학 공장 등 그런 공장들이 성수동만의 색다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 같아요. 성수동 이웃들을 돌아보다 보면, 저도 그렇지만 2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분들이 꽤 있어요. 오래된 것들 사이에 새로운 감각이 들어서는 변용들이 눈에 보이죠.
또 한강과 서울숲 등 공원이 많아서, 식물이 주는 에너지를 바로 느낄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저희가 운영하는 성수연방 또한 방문객들에게 도심 속 공원처럼 느껴졌으면 해서 부지 가운데 정원에 정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꼭 이 공간에 들려 소비를 하지 않더라도 편히 앉아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Q. 그렇다면 대표님께서 느끼시는 성수동의 단점은 뭘까요?
A. 아무래도, ‘핫’한 공간이잖아요. ‘급변’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치 경쟁하듯 우후죽순처럼 새로운 곳들이 생기는 건 아닐까 싶어요. 기존의 동네 분위기처럼 2세대 3세대 길게 뿌리내리는 장기적인 관점보다는 ‘여기가 뜬대’ 하는 관심에서 비롯된 비즈니스, 너무 상업적인 분위기가 짙은 곳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한 때 핫했던 동네, 투기 과열 지구 이런 곳으로 성수동이 기억되지 않았으면 해요.
그래서 저도 고민이 많죠. 매일같이 새로 생기는 다른 업체들을 보면서, 트렌드보다는 가장 나답게 기획하고 운영하는 걸 다짐하고요. 매력적인 신규 테넌트들을 섭외하여 쉽지는 않겠지만 기존 테넌트들과 다시 으쌰으쌰! 공동체를 꾸려나가고자 해요. 공통 축제의 장도 열고 싶고요.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성수연방이 애착이 가는 공간,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Q. 많은 고민이 담긴 답변 감사합니다. 이 인터뷰는 겨울을 맞이해 준비된 잡지에 실리게 될 예정인데요. 혹시 이번 겨울을 위해 따로 준비하고 계신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정원 조경이죠! 겨울 하면 크리스마스니까요. 작년에도 크리스마스트리를 준비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이번에는 더 제대로 준비를 해서, ‘성수동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질문에 ‘성수연방!’을 바로 떠올리게 하고 싶어요. 크리스마스트리와 정원 조경을 잘 준비해둘 테니, 많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에게 성수동이란?
A. 에너지를 주는 공간. 이곳에서 일하면서, 앞으로의 여생을 더욱 젊어지는 느낌으로 살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동네가 가진 역사와 새로운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걸 볼 때면, 제가 가진 에너지와도 결합이 되며 ‘상생’이라는 힘을 느낄 때가 많거든요. 성수동은 제 안의 또 다른 꿈이나 자아를 끌어내는 곳, 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