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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천정 Jan 03. 2023

우리의 이웃, <부시앤버치> 전지웅 님 인터뷰

침구 브랜드 <모든 요일의 방>의 계간지 Vol.7에 실린 글입니다.

Q. 계간 <Your Room>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부시앤버치 (BUSH & BURCH)>의 대표 전지웅입니다. 성수동에서 7년째 부시 앤 버치라는 브랜드로 제품 개발과 공간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부시앤버치 (BUSH & BURCH)>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A. 여전히 브랜드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긴 한데요. 2015년부터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고, 시작 이후 3 년 동안은 브랜드 제품들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었어요. 지금은 방향을 선회해서 가구나 소품들의 주문 제작과 디자인, 그리고 인테리어 등 공간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부시앤버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A. 가구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했었는데요. 회사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턴 제 생각과 이름으로 나오는 제품을 만들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회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여름에 반바지를 입고 싶어서 나온 것도 있네요. 긴바지를 입기 싫어서 (웃음)



Q. <부시앤버치>의 뜻이 궁금합니다.

A. 부시(Bush)는 수풀, 덤불을 뜻하는데, 여기에 자연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았고요. 버치(Burch)는 가구나 소품 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종 중의 하나인 자작나무를 뜻하는데, 삶에 폭넓게 사용되며 이로움을 전하는 재료의 물성에 집중하며 그 의미를 곁들였어요. 의미 없는 화려한 장식 대신, 이유 있는 기능적 디자인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에 가치를 더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브랜드 네이밍입니다.



Q. 브랜드를 성수동에서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시작할 당시에, 문래동이나 한남동, 서촌 등 여러 곳을 봤었는데요. 문래동은 괜찮았던 편이긴 한데, 다른 지역들 같은 경우는 건물주들이나 부동산에서 먼지나 소음이 있는 업종의 입주를 꺼려하더라고요. 조건 맞는 곳을 찾다가, 성수동이 갖고 있는 공업단지의 분위기도 좋았고, 막 성수동 붐이 일고 있을 때였던 지라 그런 활기 같은 것도 좋아서 이 동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작업실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성수동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A. 주변에 가죽 공방이라든지 다양한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음 또, 여기 작업실 앞에 있었던 리도 엘리펀트(카페, 지금은 없어짐)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젊은 사장들이 뭔가 시도하고 함께 시작을 하는 그런 분위기가 참 좋아요. 창업자로서 서로 느낄 수 있는 에너지랄까요?



Q. 그렇다면, 성수동의 단점은요?

A. 음, 동네가 너무 많이 비싸진 거. 월세. 음, 딱히 다른 단점은 못 느끼는 거 같아요. 사실, 장점 단점 이런 게 딱히 떠오르지 않기는 해요. 이 동네 느낌이나 분위기와 제가 하는 일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왔거든요. 간판도 달지 않고 무엇을 하는 곳이라고 특별히 알리지 않고도, 불편하지 않게 이곳에서 이런 브랜드를 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편하다는 느낌, 그런 편안함이 있는 동네라고 생각해요.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자연스러운.



Q. 작업실 바로 앞에 ‘핫플레이스’가 들어왔잖아요? 이로 인해 얻게 된 변화가 있을까요? 동네를 지나다니면서 궁금한 점 중 하나였습니다.

A. 젊은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골목이었는데, 젊은 사람이 오가니까 골목 분위기가 전보다 훨씬 밝아지더라고요. 때론 너무 많은 유입 탓에, 주차라든가 흡연이나 이런 문제로 좀 힘들기도 했어요. 지금이야 줄 서서 먹진 않지만, 전에는 손님들이 작업실 앞에서 뭘 먹는다거나 그런 게 좀 있었죠.


Q. 혹시, 그런 유동인구 증가로 인한 낙수효과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도 경험하신 적이 있는지요?

A.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많아지니, 저희 작업실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있긴 하더라고요. 이거 저거 물어보고 구매까지 연결되는 경험도 종종 있었어요. 다만 저희 작업실이 닫혀 있는 시간들이 많았어서…(웃음)



Q. 이번에 <모든 요일의 방>이 진행하는 크라우드 펀딩에서 목재 부품을 제작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A. ‘북 스툴’인데요. 잡지라던가 보지 않는 책들을 포개서 의자를 만든다는 개념의 아이템입니다. 책들을 포개서 의자의 높이를 만들고 쿠션을 얹은 다음 스트랩을 감아서 스툴을 만드는 거죠. 취향이나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바퀴가 있는 버전과 없는 버전으로 제작했어요. 외국에선 인테리어 용도로 활용하는 아이디어이긴 한데, 한국에서 제품화한 건 아마도 처음인 거 같아요.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집 안에 쌓여 있는 저의 처치 곤란 책들이 생각나는군요. 저도 북 스툴 한 번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작업실을 보니 대표님께서도 책을 많이 사셨던 거 같은데요?

A. 관심 분야의 책을 많이 사서 읽었었죠. 특정 지식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실용서적을 좋아해요. <고아웃>, <볼드저널> 같은 잡지도 좋아하고요.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많이 못 읽고 있지만. (웃음)



Q. 작업실을 다시 한번 보니, 책과 잡지뿐 아니라 대표님의 취향과 취미와 관련된 아이템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A. 그래서인지, 보통 처음 오시는 분들이 ‘여기 뭐 하는 데냐?’ 물어보기도 해요. 지금 이 작업실이 회사의 사무실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가져다 놓은 방의 개념, 제 사적 공간의 연장이기도 합니다. 음악, 캠핑, 사진 등 저의 취미와 관련된 장비들이 많이 있는데요, 좋아서 가져다 놓은 게 절반, 일로 가져다 놓은 게 절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뭐, 집에서 쫓겨 나온 것도 있고요. (웃음) 이런 것들이, 직접적으로 작업과 연관이 없어 보이다가도, 결국 <부시앤버치>라는 브랜드가 어필할 수 있는 ‘취향’에 스며들 듯 반영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에게 성수동이란?

A. ‘나의 40대.’ 제 인생의 모토 중 하나가, 10년마다 한 번씩 직업을 바꾸는 건데요.  30대를 회사에서 보냈고, 40대에는 제 브랜드를 만들고 그 일을 하고 있어요. 사실 성수동이라는 동네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었는데요. 제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를 함께 보내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하나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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