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 브랜드 <모든 요일의 방>의 계간지 Vol.6에 실린 글입니다.
Q. 계간 <Your Room>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낫저스트북스>라는 서점을 운영하는 황은솔입니다.
Q 책방 소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A. 거창하게 얘기해야 되나요?(웃음).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를 모토로 직접 고른 2,000여 권의 책이 모여 있는 성수동 새촌마을의 동네 서점입니다.
Q. 소셜미디어 채널 등에 서점을 소개하실 때 <독립서점> 보다는 <동네 서점>이라는 키워드를 더 많이 사용하시던데, 따로 이유가 있을까요?
A. 독립서점보다는 동네 서점이 좀 더 작은 범주를 아우르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성수동 동네 사람들의 생활과 연계되어 있는 게 이 서점의 장소적인 특징이거든요. 그런 게 좀 더 부각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동네서점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있어요.
Q. 성수동에 자리 잡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우연인데요. 해외로 유학을 다녀오고 나서 잡은 제 첫 직장이 성수동에 있었어요. 서울에 아는 동네라고는 자취방이 있던 서울대 입구와 성수동 밖에 없었는데, 집까지 성수로 이사하게 되면서 저에게 서울=성수동이 되었죠. 그러다 보니 서점을 열게 된 곳이 성수동이라는 건 당연한 선택이었네요.
Q. 당시에 거주지로 성수동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A. 이사할 때가 되어서 직장 가까이로 옮겨야겠다 싶었는데요. 서울에 아는 사람도 다 성수동에 있고, 동네 분위기도 좋았고, 단골 카페나 <위드플랜츠> 같은 단골 가게 사장님들이랑도 친구가 되어 가고 있던 시기라서 당연하게 결정할 수 있었어요. 아, 친구가 된 게 먼저였는지 이사가 먼저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요. 아마 그 모든 게 동시에 진행이 되었지 않을까 싶네요.
Q. 서점의 시작이 궁금하네요.
A. 이것도 우연인데요. 반려견 순돌이를 2017년에 입양을 했어요. 회사에 몇 개월 데리고 다니다가 결국에는 재택근무로 전환을 하게 되었죠. 연봉이 팍 줄더라고요. 수입을 보충할 게 필요해서 찾던 와중에 <위드플랜츠>에서 고맙게도 공간 사용을 제안해 줬어요. 그때 가지고 있던 책 200권으로 헌책방처럼 팝업을 시작했고, 반응이 좋아서 계속 연장하다가 3개월 정도? 지나고서는 한 번 본격적으로 해보자 싶어서 도서판매업을 내게 되었죠!
Q. 지금은 이렇게 새촌마을에 독립된 공간으로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어떻게 얻게 되었나요?
A. 건물주가 어마 무시하게 월세를 올려서 <위드플랜츠>가 나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저도 책방을 이어나갈 마음이 꺾인 시기가 있었어요. 투잡이었고 본업을 안 할 때만 주에 하루 이틀 정도 열고 있었으니, 포기가 더 빠른 선택이었거든요. 근데 문득 ‘나 혼자만의 책방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가진 업에 대한 신조가 ‘책임감’ 인데요. 서점으로 연결될 수 있었던 ‘동네 사람’, ‘단골손님’ 등 관계에 대한 책임감이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마침 당시에 <호프 스프링즈>(관계의 끝까지 간 노부부에 관한 이야기)라는 영화를 봤는데, 노부부 중 남편(토미 리 존스 분)의 “내가 과연 최선을 다한 거 맞는가”라는 대사에 뼈를 딱 맞았죠. ‘그래. 최선을 다 해보고 안 되면 접어야 하는 게 맞는 거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자본금이 0 ₩이었거든요. (웃음) 그래서 당시 회사 대표님한테 투자받는 법에 대한 조언을 얻으려고 찾아갔어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회사였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투자 제안을 해주시더라고요? 마침 회사에서 운영하던 디저트 브랜드가 있으니 같이 하고, 위치는 성수동에 있으면 좋겠고 등 이런저런 투자 조건으로 지금의 이 공간을 얻게 되었어요. 새촌마을로 온 거는 순전히 가격 때문인데요. 좋은 곳을 얻은 덕분에 모든 게 되게 빨리 착착 진행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Q. 성수동에서 거주도 하고, 서점도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성수동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저는 지금도 다른 동네는 잘 안 가거든요. 굳이 다른 동네를 안 가도 될 만큼 맛있는 밥과 커피, 감각 있는 편집샵, 서울숲, 한강공원도 있고 다 있는 거 같아요. 생각해 보면, 이 동네에 지하철 역이 세 개나 있는데 밖으로 안 나가고 잘 살고 있네요. 개인적으로 우리 동네가 좋은 이유는 결국 사람인 거 같아요. 사회 생활하면서 친구 잘 못 사귄다고 하잖아요? 저는 가게 하면서 정말 많이 사귀었거든요.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꼭 장점으로 꼽고 싶네요.
Q. 그렇다면 성수동의 단점은요?
A. 아. 동네가 너무 더러워요. (웃음) 강아지를 키우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느끼는 걸 수 있는데요. 거리에 담배꽁초도 많고, 아무래도 외부 사람들이 관광지처럼 찾는 곳이 되고 나서부터는 주말 지나면 너무 더러워지더라고요. 일단은 그게 제일 싫고… 상점과 주거가 뒤섞이면서 거리가 많이 시끄러워진 거? 최근에 비교적 한적한 송정동에 꽂혔는데, 그러다 보니 이런 걸 더 발견하게 되는 거 같아요.
Q. 이 인터뷰가 <Your Room> 여름호에 실릴 예정인데요. 그런 의미로 은솔님께서는 이번 여름을 보내기 위해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A. 음. 과연 우리가 여기 있을까? (웃음) 여름이 비수기거든요. 봄 같은 성수기에 바싹 끌어와야 하는데, 거리두기 제한 풀리니까 다들 어디 놀러 가서 그런지 손님들이 가게에 안 와서 걱정이에요. 여름…? 그냥 걱정만 하고 있어요. 비수기니까.
그래도 여름 하니까, 단골손님들이 테라스 자리에 앉아서 맥주 먹고 그랬던 게 떠오르네요. 레모니의 건어물 팝업도 하고 그랬죠. 창문이랑 테라스 자리를 열심히 닦아야겠네요! 뭐 행사 같은 거 하고 싶으면 얘기해요.
Q. <낫저스트북스> 하면 ‘펫프렌들리’라는 키워드가 먼저 떠오르기도 해요. 유기견 임시보호도 꾸준히 하시고, 그렇게 임보로 찾아온 아이들이 성수동의 다른 식구들에게 입양 가고, 그렇게 또 다른 가게들도 펫프렌들리가 되는 모습들? 동네 주민으로서 인상적인 풍경이었어요.
A. 그걸 막 서점의 영향이라고 보기만은 어렵지만. 그렇게 봐주니 고마워요. 성수동 와서 순돌이를 입양했고, 순돌이 덕분에 친해진 관계들이 많아요. 그러고 보니 결국 책방을 순돌이 때문에 한 거네요? (웃음) 순돌이 덕분에 펫프렌들리가 되고, 덕분에 임보를 하고, 그렇게 또 임보 친구들을 <르타리>, <르베지왕>, <비비비 커피> 등 좋은 동네 이웃들에게 입양 보낼 수 있었어요. 근데, 제가 자주 가는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메시커피>, <로우키> 등은 전부터 펫프렌들리였거든요. 그렇게 동네 이웃들끼리 상호작용했던 거 같네요. 돌이켜 보면.
아. 지난여름에 임보 하던 짜장이를 한 번 잃어버린 적이 있었어요. 근데 그때 정말 많은 이웃들과 지인의 지인까지 한 마음이 되어서 짜장이를 찾아줬거든요. 막 프릳츠 커피 대표님 부부께서도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시고, 짜장이를 발견하면 연락해달라는 인스타 스토리랑 게시물도 정말 어마 무시하게 올라왔어요. 모여든 사람 숫자도 많은데, 못 온다고 음료수 보내고, 음식 보내고. 정말 성수동에게 가장 은혜 입었던 날?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짜장이가 전합니다.
Q. 여러 에피소드들이 스쳐 지나간 인터뷰였는데요. 다시 한번, 이 책방이 동네의 소중한 커뮤니티 스토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A. 책방이어서 가능한 것 같아요. 카페가 아니고, 밥집이 아니고 잠깐 둘러보고 부담 없이 머무를 수 있는 책방이니까. 진짜 우리 단골들은 책을 안 좋아해. (웃음) 그래서 음식을 많이 사 와요. 미안한가 봐. 주말에는 특히 먹을 게 계속 들어와서 배고플 틈이 없어요.
Q. 어느덧 마지막 질문을 드려야 하는데요. 은솔님에게 성수동이란?
A. 별 의미 없는데. 음, 성수동은 나에게 서울이에요. 유학 갔다 와서 갈 데 없어서 온 건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고, 어떻게 하다 보니까 스무 살 이후로 제일 오래 살게 된 동네가 되었어요. 어쩌면 제2의 고향? 아! 고향에 있던 우리 집도 이사를 가버려서, 전 이제 딱히 고향도 없거든요. 이제 성수동이 제겐 고향 같은 곳이네요. 돌아갈 곳이 없는, 여기 있어야만 하는. 아 근데 이것도 모르겠어요. 나 송정동으로 이사 가고 싶어 가지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