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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class Oct 17. 2024

변하고 싶은데 바뀌고 싶지 않다.

31일

유퀴즈를 봤어요.

어떤 배우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요.


규칙적인 운동, 독서, 마음 다지기 등등.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람이 잘 생겼다, 멋지다는 생각보다는, 그렇게 자신을 관리하고 더 좋은 모습으로 스스로를 꾸준하게 다듬어가는 모습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잘 될까요?

아니요.

더 좋은 내 모습이 되기를 바라지만, 더 멋진 내 모습이 되기를 바라지만, 여전히 어제의 습관에 지배당해서 살아가는 제 모습이더라고요.

여전히 피곤하다고 누워있고, 여전히 툴툴거리고, 여전히 쉬운 것을 찾아서 하며, 조금이라도 쉬고 싶어 하더라고요.


물 한잔 더 마시고, 조금 더 운동하고, 책 읽고, 생각하며, 웃음으로 하루를 채운 다는 건 저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더 좋은 내일의 내 모습을 기대하지만, 어제부터 해 오던 내 모습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어 보였어요.


모순이지요.


세대 간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딸을 위해서 그렇게 힘들게 노력하고 고생한 어머니가, 이제는 아이의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된 딸을 보면서 너무 편하게 엄마이자 아내의 역할을 한다고 질타하는 이야기를 봤어요.

나는 이렇게 힘들게 살았는데, 나는 너 키운다고 그런 고생을 했는데, 너는 그 정도도 가족을 위해서 못하니? 너는 그 정도 하는 게 그렇게 힘드니?


이상한 아이러니를 봤어요.

딸의 더 좋은 삶을 위해서 살았던 어머니는 왜 딸이 자신처럼 살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하는 것일까요?

자신의 삶은 힘들다고, 어려웠다고, 고생했다고 말하면서, 그런 삶이 딸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딸에게도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아가라고 하는 걸까요?


이상한 모순이지요.


부모님과 일을 하고 있어요.

제조업. 공장을 운영하는 게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기계를 정비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생산할 물건에 맞게 재료를 구입하고, 그것을 보관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재료를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는 것은 보관하고 등등 말이에요.

물류 관리도 해야 하고, 생산관리도 해야 하지요.


처음 부모님과 일을 하면서 정말 엉망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전혀 디지털화되지 않았지요.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일이 운영되는 방식은 여전히 80년대의 그것과 같았어요.


효율성에 대해서 고민했어요.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고,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했지요.

짧지 않은 시간을 고민하며 시스템을 만들었고, 방법론을 마련했지요.

그런데. 바뀌지 않았어요.

여전히, 일은 바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반복해서 하게 되더라고요.


이상했어요.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마련해도 바뀌는 건 없으니 말이에요.

그리고 깨닫게 되었지요.

부모님께서는 그들이 일 했던 방법으로 저도 하기를 바란다고 말이에요. 이상한 모순이지요.

나는 이렇게 힘들게 했었다. 그러니 너도 이 정도 힘겨움은 이겨내야 한다. 는 것 같았어요.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요.

그분들은 바뀌지 못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변하면 좋겠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은 날이 되면 좋겠다.

변하면 좋겠다.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긍정적이면 좋겠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요.

그렇지만, 막상 변화를 위해서 바뀌어야 하는 것은 수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스마트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하는 기능이 있지만, 여전히 수첩에 전화번호를 기록하고, 그것을 보면서 키판을 누르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사람과 비슷하지요.

스마트폰 사용은 하고 싶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지는 않은 것처럼 말이에요.


변하고 싶다면.

지금의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무엇을 찾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살아갈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하지요. 그런 시도가 누적되는 때에 변화를 경험하게 되겠지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어요.

가끔은 이 시간에 블로그에도 글을 쓰고 있고요.

가끔은, 인스타에 피드도 올리고,

가끔은 유튜브에 콘텐츠도 올리고 있어요.

아무도 살펴보지 않지만,

그런 미숙하지만 작은 시도가 누적되어서 언젠가 제 삶이 조금은 바뀔 것이라 생각하지요.


변하고 싶다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도 그런 시도를 조금은 했군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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