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17일차
매일 글쓰기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네요. 매일마다 어떤 생각을 쓴다는 게 말이지요.
학창 시절, 내일의 시험을 준비하던 제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이상하지요? 바로 내일이 시험인데, 저는 학자처럼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벼락치기로 뜻도 모르고 일단 외우고 넘어가는데 저는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그 내용을 온전하게 이해할 때까지 교과서를 다시 찾아보고, 참고서를 찾아보며 공부를 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았지요. 그렇게 찾으면서 공부하다 보면 본디 찾으려 하던 내용을 중심으로 그것과 연결된 많은 개념을 익히게 됩니다. 마치, 굵은 나뭇가지가 나가고 그것을 따라서 잔가지가 나오듯이 말이지요. 나쁜 공부는 아니었지요. 덕분에 시험이 끝나고도 폭넓고 깊은 지식을 획득할 수 있어서, 모의고사나 연합고사 같은 전범위를 다루는 시험에서는 강점을 보였으니까요.
문제는 중요한 것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정작 내일 제가 봐야 했던 시험에서는 좋은 결과를 획득하지 못하지요. 전형적인 모의고사 우수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시 모의고사 점수를 중요하게 여겼던 담임선생님은 제가 모의고사에서만 부정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의심을 받기도 했지요.
중요한 것은, 시험을 하루 앞두고 벼락치기가 아니라 학자처럼 공부하다 보니 가끔은 현타를 느끼는 시기가 오기도 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이왕 내용 정리를 시작한 거 끝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게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서 스스로 자문하게 되지만 끝을 마무리하지 않고 끝내면 어딘가 허전하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당연히, 어느 순간부터 형식적으로 내용 정리를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좋겠지만, 마음속에서는 그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묘한 의구심을 가지고 계속 공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는 깊이 있게 공부할 거야.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해야지. 그러기 위해서 내 눈에 쏙 들어오게 정리할 거야. 그런 스스로가 만든 규칙이 저의 행동을 계속해서 규정하게 되지요.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고 싶어도 불가능합니다. 논리적으로 말이지요.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야. 때문에 모든 규칙과 규정에 나를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거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이 자신의 규칙이 되고, 자신의 삶을 자유로운 삶의 방향으로 유도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간혹 의구심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이유로 나는 내 삶을 퇴보시키는 것은 아닐까? 후회하지 않을까? 이것이 맞는 삶일까?
재미있는 것은 스스로가 만든 규칙을 깬다고 해도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유롭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했다가 조금씩 생겨나는 의구심에 밀려서 어느 정도 규칙과 규정을 지키는 삶으로 방향을 전환한다고 해도 누구도 뭐라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주변의 친구들, 가까운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서 질타를 하거나 그들의 뜻에 따르라고 회유를 하기도 하겠지요. 그렇지만, 정말 내 내면의 모습에 관여하는 사람이라면, 내 내면의 모습에 더욱 가치를 둔 사람이라면 어떤 변화에도 내 모습을 응원해 주겠지요.
규칙을 깰 수 있다는 말이 결코 규칙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직을 구성하고 싶다면, 나의 뜻에 동조할 무리를 조직하고 싶다면, 규칙은 엄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구성할 조직이, 나의 뜻에 함께할 사람들이 규칙을 이해하고, 설득될 수 있겠지요.
교육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규칙입니다. 넓게 잡아서 "교육"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보다 하위 개념인 "지도"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동일한 행위에 대해서 A에게는 칭찬을 하고 B에게 훈육을 한다면 그것은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A와 B각자가 가진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면 그것에 대해서 두 아이에게 사전에 이해시킬 필요가 있지요. 때문에 가정에서 자녀를 교육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 무리에서도 규칙, 규정은 모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이 규칙과 규정을 납득할 수 있으며, 조직은 더욱더 단합될 수 있습니다. 동일한 행위에 대해서 어떤 구성원에게는 상을 주고 어떤 구성원에게는 벌을 준다면, 조직에서는 자연스럽게 균열이 만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바뀌어도 되는 규칙과 바뀌지 말아야 하는 규칙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규칙을 설정한 본연의 이유를 인지해야 하겠지요. 그것이 단순히 본인의 이득을 위해서인지, 조직의 단합을 위해서인지,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인지, 구성원 간의 균형을 위해서인지 등등 말이지요.
규정을 지킨다는 이유로, 구성원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서 억지스럽게 이행함으로 역균형이 만들어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결국, 본질을 보는 눈이 필요하지요.
규칙과 규정이라는 외적인 요소가 본질적으로 무엇을 위해서 만들어진 건지 말이지요.
우리는 규칙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규칙이 우리가 지켜야만 하는 규칙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시대의 변화에 수용되지 못하는 규칙도 있습니다. 마치, 그 규칙이 이전부터 존재했기에 절대적이라는 믿음을 갖지 마세요. 그런 맹목성은 오히려 퇴보의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켜야 하는 규칙, 지켜도 되는 규칙, 지켜지기를 권하는 규칙, 지키지 않아도 되는 규칙이 있다는 가정으로 세상을 봅시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본질을 위해서 만들어진 건지도 생각해 봅시다.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세상을 한정적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