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23일차
삶이 구렁텅이에 빠진 것 같은 그런 때가 있어요.
선의로 했던 행동이 내게 책임으로 다가오고요. 풀어보려고 몸부림쳐도 계속 꼬이기만 하지요. 몸은 계속 힘들고요. 관계의 단절도 이어지고요. 지난 삶을 돌아보면 좋아졌다 보다는 여전히 그 모습 같이 보이지요. 아니,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세상의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게 되는 시기가 오지요.
그런 요즈음이에요.
더 좋아진다는 기대보다, 그냥 멈춰 있다는 답답함이 나를 잡는데 어떻게 해도 나를 답답하게 하는 환경에서 자유롭기는 불가능하게 보이는 그런 요즈음이지요.
변하지 않는 매일의 규칙성을 따라서 움직이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어제와 같은 오늘이 이어지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 말이에요.
아직 대형 사고를 목격한 적이 없었어요.
운전을 하는데 큰 차가 나를 덮친다거나, 내 근방의 누군가를 덮치면서 발생하는 대형 사고도 없었고요.
가족들 중에서 그런 사고를 당한 적도 없었지요.
매일마다 쉼 없이 쏟아지는 뉴스의 사건 사고가 내가 살아온 환경에 어떤 교점도 없었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비규환의 상황에 빠진 적도 없어요.
불이 나서 인파 속에서 그 장소를 피하기 위해서 도망을 다녔던 경험도 없고요.
생존을 위해서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참으면서 뛰어다닌 경험도 없어요.
폭발의 위험도 없었고, 화마에게 위협을 당했던 경험도 없어요.
길을 가다가 무서운 동물을 마주한 경험도 없었고요,
늦은 저녁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상한 사람을 만나서 위협을 받은 경험도 없었지요.
보통은 그런 경험이 잘 없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평범함의 삶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바꿔서 생각하면, 어제와 같은 오늘의 평범함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인 것 같아요.
물질이 없어서, 건강이 부족해서, 환경이 허락되지 않아서 누리지 못하는 많은 것도 있으니까요.
어제와 같은 오늘이고, 해야 할 일이 많은 오늘이고, 그 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없는 것 같은 오늘이지만, 그래서 모두가 앞서가는데 혼자만 뒤에서 걸어가는 것 같은 느낌의 오늘이지만,
그래도, 오늘 내가 가야 할 곳을 갈 수 있고, 같은 것 같은 어제와 오늘 속에서 작은 변화를 관찰할 수 있으며, 호흡하고, 먹고, 생각하며, 하루의 작은 시간이라도 자신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감사의 주제인지 문득 생각하게 되었어요.
참 간단한 사실인데,
컵에 담긴 물을 보는 시각과 같은 것 같아요.
반밖에 없는 사람과, 반이나 있다고 보는 사람.
같은 하루하루지만, 마치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그 가운데 제게 기쁨을 주는 작은 것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려 노력해야겠어요.
얼마나 감사해요?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게 말이지요.